13일의 금요일,
2015년 3월 이었다.
중앙선을 불법 유턴하던 덤프트럭과의 충돌로 두부가 으깨지듯 간이 파열되었고,
무릎이 운전석 밑에 박혀 119가 와서도 30분간 차를 해체하고서야 앰뷸런스에 탈 수 있었다.
차는 폐차되었고 사경을 헤메던 일 주일 간의 중환자실과 두 달 간의 병원생활 중에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접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그 동안의 내 가치관과 생활철학을 흔들었다.
음악과 사색을 즐기는 정적인 생활방식을 좋아하고 운동을 싫어했던 나에게 탁구를 종용하던 사랑하는 우리 문지숙 여사가 마침내 포기하고 아들과 탁구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평소 10시만 넘으면 밀려드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던 문여사가 탁구장에만 가면 11시가 넘어도 오지 않아 어쩌다 궁금해서 탁구장에 가 볼 때만 해도,
오늘날 꼬맹이 총무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나에게 탁구이야기를 써보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늙어서도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 탁구라는 끈질긴 문여사의 설득으로 처음으로 탁구장에 갔을 때,
나는 이방인이었고, 외톨이였으며, 탁구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레슨만 받고 집으로 바로 와 버렸다.
그렇게 몇 개월 동안 문여사에 의해 소처럼 끌려 다니다,
설상가상으로 재활치료를 위해 다니던 산행에서 무릎인대를 다쳐서 2~3개월을 쉬어야 했고,
탁구장에만 가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그만 둘까도 생각했지만
탁구에 대한 열정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지 않을(왜냐하면 우리 탁구장의 심여사 때문에..^0^ )
우리 문여사의 기쁨조로써의 사명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학창시절에 야구시합을 하면 공을 맞추지 못해 거기에 끼지도 못 할 만큼 나는 운동이나 스포츠에는 소질이 없었다.
어떤 분들에겐 제가 제법 드라이브도 하고 가끔 어려운 공을 치니까 빨리 느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다른 분들보다도 시간여유가 많아 내가 탁구를 치던 시간이 꽤 많다고 생각하기에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려운 공을 치는 것보다는 쉬운 공에 실수를 많이 하는 것은 그만큼 운동신경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큰 야구공도 맞추지 못하던 내가 훨씬 더 작은 탁구공을 맞추는 것은 순전히 탁구채가 넓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10년을 열심히 하면 거기에 전문가가 된다지 않는가?
요즘에는 문여사를 놀리는 재미로 다니기에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탁구복도 사고 본격적으로 회전감각도 익히면서 탁구가 좋아지고 치고 싶어서 스스로 탁구장에 가기 시작한 지는 올 여름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이제 입문한지 15개월쯤을 지나고 탁구라는 운동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나름대로 목표를 세웠다.
나는 탁구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기르기를 희망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진정한 고수란 현란한 동작의 실력이나 높은 부수보다도 하수를 배려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 생각한다.
탁구장에 와서 보니 탁구를 잘 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끼지만 진정으로 탁구 고수라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상대의 실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자기방식의 탁구만을 고집하고,
어떤 이는 자기보다 하수와는 상대도 하지 않고 고수에게만 상대하려 하고,
어떤 이는 따뜻한 마음으로 일부러 하수와 적극적으로 같이 치려하고,
어떤 이는 이제 입문하여 뭔가 부족한 사람이나 슬럼프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으며 끈임없이 격려하려는 등등...
많은 부류가 있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하기에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생각과 잘 하려는 욕심이 있다
그러나 탁구를 조금 못 치면 어떻고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친들 뭐 그리 대단한가?
비교하는 순간 불행시작이란 걸 철학으로써의 불교를 접하고 알았다.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던 학창시절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을 이해하지 못했었고,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다르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단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침묵의 사나이란 별명으로 콧대 높던 시절 간혹 여자들에게 거만하단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아주 순한 양이 되었으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의 깊은 의미를 나이가 50이 넘어서야 알았다.
시간이 가면 분명 나도 남들처럼 탁구를 잘 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고 또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저에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특히 실력이 조금 부족한 분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오지원님과 열공님에게는 감사패라도 수여하고 싶은 심정이다.
탁구공의 무게도 모르는 게 평가하고 정의를 내리는 게 같잖아 보여도 용서하시라.
이 모든 것은 순전히 꼬맹이 총무님 때문이니까..
첫댓글 *랭보님의 탁구 철학 인생 철학이 잘 드러난, 특히 진정 <고수란 누구인가>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음악과 사색 탁구는 결국 궤를 같이하고 비운의 사고와 법문을 통한 깨우침. 평소 다른이와 <비교 경쟁>은 불행의 씨앗이며 덕을 쌓지않고 부귀를 누리면 재앙의 닥친다는 부처의 가르침은 누구나 머리맡에 두고 곱씹어볼 경구입니다.
*감자와의 사적인 대화에서 1987년 <호남판 야당> 소신 투표 이야기로 랭보님의 성품을 알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핑탁 회원들이 귀담아 들을 소신 발언을 더 많이 기대해 봅니다. 탁구와 함께 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항상 묵묵히 진정으로 탁구를 즐기시는 감자꽃님도 저의 롤 모델 중의 한 분 이십니다
진정한 고수가 되는
그날까지 응원할 예정입니당~~^^
곧 보답하겠습니다^^
@랭보 체력관리잘 하시고요~~^^
현수님, 지숙언니에게 끌려(?) 나오시길 잘하셨네요
현수님네 가족 정말 행복해보여서 보는 저도 더불어 마음 따뜻해집니다
현수님 꼭 고수님 되셔서 재능기부 꿈 성취하시길 응원합니다
글구 저 좀 그만 놀리시길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은하수님!
사랑합니다^^
랭보님 힘들었던 과거를 알고나니 가슴이 한편으로 시려옵니다. 하지만 지금 핑탁에서 열탁 하시는 모습을 보면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짓 연습하는 멋진 나비가 연상되네요. 부디 꼭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있는 고수나비가 되어주세요.화이팅입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이라도 같이 쳐주려는 준후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답니다^^
꼬맹이가 또 한건 했네요
이런 탁구이야기 안들었으면 어쩔뻔 했냐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현수님 평소 댓글에서도 느낌은 있었지만 이리도 깊이 있고
가슴을 울리면서도 살짝
미소짓게 하는 글을 내 놓으시다니..
감동입니다~~
맞아요..기억나요..
재활차 산행하다가 탁구 쉬어야 할때
꼬맹이 속으로 현수님이 탁구
다시 못하게 되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었어요..
그러던 현수님 지금의 모습과
희망에서 함께 즐겜하니 얼마나
좋은지요~~
이제 꼬맹이에게 져도 아무렇지 않다고...
꼬맹이 우습게 보인다고..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듣는 꼬맹이 기분 나빠야 하는데
들을때마다 웃게되고 기분 좋은
이유는 왜일까요? ㅎㅎ
운동치 현수님 탁구에 취미 붙이고
늘어가는 모습에 뿌듯한 엄마맘?? ㅎㅎ
온 가족..
특히 사랑하는 문지숙여사와 함께
등장하시는 모습이 몹시도 아름답습니다~~
멋진 고수가 되길 원하시는군요
꼬맹이랑 탁구 목표가 같아 더욱
좋습니다~~
앞으로 더 격하게 응원해야겠다^^
현수님 화이팅입니다!!!
랭보님의 스타일과 저또한 쉽지않은 생각에
편히 다가가지 못하였던점
송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잃었던 몇가지를
탁구를 통하여 많은것을 스스로 얻으신 랭보님의
행보에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
그렇게 큰 사고를요.!!?
천운이십니다그려!
현수님의 사려깊은마음씨는
겜 하면서 슬적슬적 느끼곤 했습니다.
눈치밥좀 마니매니 먹다보니 눈치하난
빠릅니다.
멋진 남이죠 랭보님~
웃음보따리 지숙님도 속깊은 여인내이구요.
암튼 고생 많이 하셨네요.
앞으로 운동 마니매니 하셔서 더 튼튼한 몸 만드시고 즐건시간 보내시길~
미소만큼이나 글 솜씨가 좋으시네요 ㅎㅎ
부부가 서로 좋아서 하는 운동이 있다니는게
엄청행운이라는 생각이들어요
두분이서 항상 밝게 웃으시면서
탁구치는거보면 부럽더라구요 ~~
항상 응원합니다
홧팅!!!!!!!
깊고..높고...넓은 생각...형님의 마음...그중.,.으뜸은 나눔...형님과같이할수 있어 행복합니다..새해복 많이 가져가세요..
글을 참 잘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지난정모때 조별리그 1등을 랭보님한테 막혀서...2등.
자유시간에 잠깐 함께 연습했는데 착착 잘 맞으니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다음에 만나면 한게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