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월 1일자로 1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월급에서 일정액 국민연금이 납부되기 시작했다.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았다. 실시 전 국민연금법이 이미 제정되었고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설립되었다, 법에 따라 매달 회사는 회사대로, 근로자는 근로자 몫으로 회사가 대신해서 월급에서 납부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노후 삶의 질에 눈뜨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으나 마침내 시행되었다.
사실 이 때는 국민연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60세가 넘어 탈수 있는 돈, 연금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다. 연금 타는 사람이 없고, 붓기만 하고, 혹시 정치적으로 변화라도 있어 근로자와 회사가 한푼 두푼 모아놓은 뭉칫돈이 어디로 갈 지는, 혹시 만의 하나라도 날리는 경우는 누구에게 하소연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있었다. 회사를 퇴직하면 그동안 부은 국민연금을 일시불로 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연금을 월급에서 떼어가도 퇴직할 때 타면 되니까 하고 생각했다. 막상 퇴직할 때 그동안 부은 돈을 퇴직금과 함께 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십년 후의 일을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연금수급자가 2008년 나왔다, 20년 동안 국민이 모아준 국민연금 기금은 세계 순위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올해 2013년 기초연금 국민연금 노령연금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었고, 한 방송에서 국민연금 연구자가 연금 이십만 원을 기대하고 사는 것은 인생을 잘못 사는 사람이라는 발언을 하여 노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열심히 일하고 살면서 최하 십년 동안 국민연금 꼬박꼬박 납부한 뒤 65세에는 자신이 낸 연금을 매달 받으며 생활을 하면 이상적이다. 단, 자식이 멋있는 인테리어 공사하면서 카페 한다고 몇 억씩 날리거나, 남편이 이름을 빌려주고 보증선 친척이 망했거나, 아니면 회사는 40세 이상 못 다녀 퇴직 후 자영업이라도 하게 되면 연금을 부을 돈도 없고 수도 탈 수도 없다. 연금 아니라도 각종 세금과 자영업자에게 불리한 의료보험 납부 등이 밀리게 되고 빚쟁이가 되기도 한다. 자기만 열심히 일한다고 해결되는 세상이 아니다.
나이 육십이 넘으면 육체적으로 열심히 일을 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 새벽에 리어카를 끌고 나와 폐지를 모아 팔아 하루 2천원을 버는 일이라도 한다.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는 리어카에다 폐지를 모아 팔며 사는 리어카 할머니 송이뿐 할머니가 여자주인공이다. 영화, 드라마, 연극까지 나온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왜 사람들이 리어카할머니 주인공인 만화에 열광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면, 65세 되면 십 만원 줄까, 이십 만원 줄까 하면서 정치가들은 노인을 모욕하게 된다. 낳은 자식이 있어 못 받는다면 차라리 독신으로 결혼 안하고 살 걸 그랬나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래서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미 저출산율 국가이다.
퇴직할 때 타서 다 써버렸으나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오십 세에 십 만원씩 십년을 부으며 육십이 되면 매달 이십 만원씩 받아 그래도 굶어죽지는 않겠다고 안심을 한 순간, 정치가들이 나이가 든 분들에게는 무조건 이십 만원 씩 준다고 나섰다. 십년의 세월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국민연금 탈퇴가 시작되었다. 소위 임의가입자들이라고 하는데 전업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넣으나 안 넣으나 주는 연금이라는 인상을 정치가들이 준 것이다. 연금문제는 보건복지부장관의 무덤이라 한다. 민감한 사안이고 매번 정치적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하더라도, 노인을 모욕하는 나라도 없다. 노인 한 표를 생각하고 얼마면 될까만 염두에 두는 정치가들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기 연금액이나 생각하는 국회의원, 국민세금으로 자신의 연금을 지키는 공무원 등도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대학생에게 국민연금 연구 장학금을 주고 연구시켜 미래의 노인인 국민을 안심시켰으면 한다. 나이가 들어 일을 못하는 국민에게 생계비를 일정액 나라에서 주면서 이렇게 정치적 소란을 피우는 것은 참으로 천박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