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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일자리발전소 이인세 소장은 “산림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해 신선한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산림일자리발전소의 숲과 지역 잇기
“나무도 아이도 믿음의 크기만큼 자란다.”
산림청 산림일자리발전소의 그루경영체 중 하나인 ‘숲깨비’의 슬로건이다. 산림일자리발전소의 그루경영체는 지역의 산림자원으로 창업한 5인 이상의 주민공동체를 일컫는다. 대전 대덕구에서 활동하는 그루경영체 숲깨비는 숲환경인형극, 숲생태놀이 등을 통해 숲의 고마움을 전해주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숲깨비는 어린이집, 초등학교, 복지관 등 숲을 자주 접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숲환경인형극과 숲생태놀이 등을 통해 아이들이 숲과 친해지고 생태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산림자원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그루경영체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숲에 사는 도깨비를 말하는 숲깨비는 경력단절여성들이 만들었다. 이들은 2021년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로 선정된 후 숲해설가 양성과정을 거쳐 2022년 법인을 만들었고 숲밧줄놀이 등 숲깨비만의 생태놀이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이후 가을축제, 마을축제, 페스티벌 등에 참여해 ‘숲깨비랑 놀면 재밌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산림복지전문업 등록도 마쳤다. 지난 10월에는 산림일자리발전소 선정 ‘이달의 그루경영체’가 됐다.
지난 10월 산림일자리발전소 ‘이달의 그루경영체’에 선정된 숲깨비는 숲환경인형극, 숲생태놀이 등으로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활동을 한다. 제공 산림일자리발전소
교육에서 휴양·치유로… 산림 비즈니스의 진화
숲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맑은 공기를 만들어주고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돼주며 과실과 자원도 나눠준다. 뿐만 아니라 ‘그루경영체’처럼 일자리도 만들어준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연간 221조 원의 공익가치를 제공한다. 경제가 힘들 때는 산림 일자리가 실업난을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기여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1일 1만 3000명,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1일 3만 1000명이 숲가꾸기 인력으로 고용됐다.
이처럼 산림이 휴양과 교육, 치유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산림형 비즈니스도 진화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숲이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요람이다. 산림청은 숲의 잠재적 가치가 일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2018년 4월 산림일자리발전소를 열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그루매니저를 배치해 각 지역의 산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숲깨비가 숲환경인형극을 기획하고 숲밧줄놀이 등 에코티어링(자연에서 지도를 들고 표시된 위치를 찾아가 쓰여 있는 임무를 완성하는 일)전문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의 과정에서 그루매니저가 도움을 준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2018년 5곳의 시범 그루경영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년 동안 82개 지역에서 약 430개의 주민공동체를 발굴해 그루경영체로 선정했다. 참여한 창업가 수는 35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약 260개 그루경영체가 법인화까지 마쳤다.
자료 산림청
2027년까지 산림일자리 16만 개 제공
산림일자리 창출은 윤석열정부의 산림부문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산림청은 2022년 청년 맞춤형 일자리 1433개 등을 포함해 약 3만 2000개의 산림일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에 산림산업 민간사업체 528개를 등록해 산림부문의 민간일자리 창출도 지원했다. 산림청은 2023년부터 임업인에게는 소득이 되고 국민에게는 건강과 힐링의 녹색공간이 되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추진하고 있다.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의 비전은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이다. 산촌인구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비해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도하고 산림규제를 완화해 산림산업을 1·2·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산림일자리 16만 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그 최전선에 있다. 11월 6일에는 제4차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14곳이 선정됐다. 이인세 산림일자리발전소장은 산림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해 신선한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6년 동안 그루경영체를 발굴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번 그루경영체 모집은 14개 지역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숲에서 일자리와 희망을 찾고 싶은 현지 청년들과 경력단절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업주제도 다양해졌어요. 이전에는 숲해설, 숲체험, 산촌관광, 임산물생산 판매 등 비교적 1차적인 주제들이 대다수였는데 지원자들이 점점 산림자원을 확대해석해서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끼를 활용한 체험, 임산물로 만든 산림교육교구, 산채 밀키트나 임산물 디저트뿐 아니라 숲과 수학교육의 융합 등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그루경영체 중 하나는 숲체험과 밧줄놀이를 전문적으로 배워서 장애인도 차별 없이 숲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이었습니다.”
지원자가 많아지는 만큼 선정도 신중해졌다. 선정 기준은 공익성, 사업성, 경쟁력, 목적성, 적합성이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지 ▲산림자원을 활용하는지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경쟁력이 있는지 ▲구성원에게 참여의지와 전문성이 있고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지 ▲사업에 필요한 연계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따진다.
그루경영체로 선정되려면 먼저 산림자원을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고자 하는 5인 이상의 주민이 모인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서류와 면접 평가를 거쳐 그루경영체가 되면 그루매니저가 이들을 지원한다. 시작 단계에서는 창업을 꿈꾸는 동아리 수준이던 공동체가 지원을 받으면서 어엿한 사업체로 성장한다. 그루매니저는 창업과 소득창출에 필요한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필요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현재 45개 지역에서 225개 이상의 그루경영체가 이런 지원을 받는 중이다.
“그루경영체로 선정되면 3~5년간 그루매니저의 관리를 받습니다. 견학, 멘토링, 워크숍, 교육훈련, 프로그램, 네트워크, 법인화, 홍보, 마케팅, 파일럿 등 10단계 지원을 성장단계에 맞춰 지원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면 법인화 과정을 진행합니다. 경영체 상황에 적합하게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등 다양한 형태로 추진합니다.”
더 많은 그루경영체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이 소장의 설명이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선정된 그루경영체를 대상으로 멘토링, 워크숍, 훈련 등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제공 산림일자리발전소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선정된 그루경영체를 대상으로 멘토링, 워크숍, 훈련 등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제공 산림일자리발전소
국토녹화 50주년, 숲으로 잘사는 시대 연다
2018년 산림청 소속 산림일자리창업팀은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전자책을 펴냈다. 그만큼 숲의 가능성은 무궁하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청년층에게 산림일자리의 현실과 취업·창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21년부터 매년 ‘산림일자리 메타버스 박람회’를 열고 있다. 숲으로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박람회를 통해 산림분야 현직자들을 만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
이 소장은 박람회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산림분야에 다양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소의 제약 없이 참여가 가능해 색다른 경험이었다’, ‘멘토들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멘토들이 성실하고 친절하게 답변해줘 고맙다’는 반응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 소장은 “2023년 박람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나의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됐다’ 93.8%, ‘산림분야 취업 또는 창업을 고려하게 됐다’는 응답이 90.5%에 달할 정도로 숲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자원은 한 번 쓰면 소멸되지만 산림자원은 잘 관리하면 영구재처럼 끊임없이 나눌 수 있다. 이 소장은 숲이 인구 감소 등 산촌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누구나 숲 가까이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도시숲, 학교숲이 있고 조금만 나아가면 곧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림자원을 활용하는 그루경영체들은 고유의 임업과 임산물을 활용하기도 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타분야와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산림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숲을 단순히 소득창출을 위한 재화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람과 함께 공생해야 하는 공간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산림분야 소양교육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10월 19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아 생애주기별 산림복지서비스 제공과 산림르네상스 구현을 목표로 하는 산림복지서비스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10대 추진과제의 비전은 ‘숲과의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산림복지’다.
먼저 도시숲·정원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치유의숲, 숲속야영장 등 가까이에서 숲을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국가숲길·동서트레일 등 숲길을 비롯해 산림레포츠 시설, 수목장림, 숲경영체험림 등 새로운 형태의 산림 인프라도 확대한다. 산림치유를 보건·의료 정책과 연계하는 한편 유아·청소년들을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한 산림교육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 복지가 확충되는 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날 “산림복지전문가 양성과 전문업 육성, 각종 불합리한 규제 개선 등 관련 분야의 산업화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며 “윤석열정부는 산림정책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국민과 함께 숲으로 잘사는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자료 산림청
유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