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회춘(回春)
젊은 쥐 '혈장', 늙은 쥐에 주입했더니 수명 늘어나
입력 : 2023.12.19 03:30 조선일보
회춘(回春)
▲ /그래픽=진봉기
최근 미국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올린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화제예요. 40대인 자신의 피로 70대 아버지의 신체 나이를 25년 젊어지게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장을 믿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의 시도를 마냥 허무맹랑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게 됐어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같은 원리로 신체 나이를 젊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이외에도 젊음을 유지할 비법을 찾는 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함께 알아봐요.
노화의 핵심 '텔로미어(Telomere)'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노화 과정을 살펴볼게요. 우리 몸의 세포는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분열합니다. 그 시작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된 순간부터예요. 하나의 수정란이 둘로 나뉘고, 4개가 되고, 점점 더 많은 수의 세포로 분열하면서 장기와 머리카락, 손톱 등 우리 몸을 이룹니다. 즉 성장을 하는 거예요. 키가 자라고, 몸집이 커지며, 청소년기에는 2차 성징이 나타나 어른이 되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돼요. 노화란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약해지는 현상을 말해요.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변하고, 시력이 나빠지는 것 등이 노화의 대표적 증상입니다. 노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태아 세포는 100번 정도 분열할 수 있지만, 노인 세포는 20번에 불과해요. 다시 말해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세포가 더 빨리 죽는 거예요.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는데, 세포가 빨리 죽으면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몸의 기능이 약해져요.
이런 세포의 수명은 '텔로미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인간 세포는 핵을 하나씩 갖고 있고 핵에는 유전 정보를 담은 염색체가 있는데, 염색체 끝부분을 텔로미어라고 불러요. 세포 분열이 시작되면 염색체 속 DNA가 복제되는데, 이 과정에서 염색체 끝부분이 완벽하게 복제되지 않아요. 그 결과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고, 이를 반복하다 텔로미어가 더는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세포가 복제를 멈추고 죽게 됩니다.
젊은 피와 대변으로 회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화를 막고 젊어지려면 어떤 비법이 필요할까요? 과학자들은 혈액, 그중에서도 혈장에 주목하고 있어요. 혈장은 혈액의 55%를 차지하는 액체 성분으로, 90%가 물로 돼 있어요. 피에서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를 분리해내면 노란 액체만 남는데, 이 액체가 혈장이에요. 물을 제외한 10%에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신체 나이에 따라 단백질 비율이 달라지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18~95세에 이르는 다양한 나이대 실험군 4263명을 대상으로 피를 뽑아 혈장 구성 성분을 조사했는데, 1379가지 단백질의 양이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젊은 피'를 수혈받은 최장수 쥐가 탄생하기도 했어요. 한 혈장 치료제 스타트업은 젊은 쥐의 혈장이 '회춘의 비법'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어요. 연구팀은 우선 쥐 16마리를 둘로 나누어 한쪽에는 어린 쥐의 피에서 뽑은 혈장을 주사하고, 나머지에는 식염수를 넣고 비교했어요. 그 결과 어린 쥐의 혈장을 넣은 쥐들의 평균 수명은 38~47개월, 그렇지 않은 쥐들의 평균 수명은 34~38개월이었습니다. 실험에 사용된 쥐의 평균 수명이 30~42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어린 쥐의 혈장을 주사한 게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였죠. 특히 혈장을 주입한 실험쥐 중 한 마리는 47개월을 살아 최장수 쥐로 기록됐습니다. 연구진이 혈장을 주입한 실험 쥐를 분석해 보니 간과 혈액, 심장, 뇌가 일반 쥐보다 오랫동안 건강한 상태였어요. 어린 쥐의 피가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하게 해준 거죠.
어린 쥐의 대변으로 젊어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아일랜드 과학자들은 어린 쥐의 대변에서 분리한 미생물을 사료에 섞어 늙은 쥐에게 먹였어요. 일주일에 두 번, 총 8주 동안 이 사료를 먹인 결과, 늙은 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린 쥐의 미생물 군집과 비슷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놀라운 것은 뇌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사료를 먹은 늙은 쥐는 그렇지 않은 일반 쥐보다 미로를 빨리 기억하고 빠져나왔어요. 연구진은 늙은 쥐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 기능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연세대 김지현 교수 연구팀은 젊은 쥐의 대변으로 늙은 쥐의 피부 기능과 근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어요. 연구진은 생후 5주 된 어린 쥐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분리해 늙은 쥐에게 주입했습니다. 이후 늙은 쥐의 근육이 45% 정도 향상돼 피부가 두꺼워지고, 앞발로 봉을 쥐는 힘이 40% 커졌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노화를 거스르는 바닷가재 비법은
젊음을 유지하는 또 다른 비법은 바닷가재를 보고 배울 수 있어요. 바닷가재는 생물학적으로 '영생(永生)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비결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독일 킬 대학교 볼프람 클래퍼 교수팀은 바닷가재의 수명이 길다는 점에 주목해 세포를 자세히 들여다봤어요. 그 결과 바닷가재의 염색체에서 '텔로머레이스'라는 효소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텔로머레이스는 염색체 끝에서 염색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효소예요. 실제로 바닷가재 세포의 염색체 끝은 모두 같은 유전 정보를 갖고 있었죠. 즉, 모든 세포의 텔로미어가 손상되지 않았고 이는 세포가 죽지 않고 무한히 분열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과학자들은 이를 '생물학적 영생'이라고 해요. 늙어서 자연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고를 당하는 등 외부 다른 요인으로만 죽게 되죠. 바닷가재는 몸집이 커질수록 딱딱한 껍데기를 벗는 '탈피' 과정을 거치며 몸집을 키우는데, 몸집이 커질수록 탈피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 죽음에 이른답니다. 바닷가재의 비결이 인간을 영원히 늙지 않고 살게 하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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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Telomere)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쪽 끝단에 있는 부분을 말한다. 그리스어로 ‘끝’을 의미하는 텔로스(Telos)와 ‘부위’를 의미하는 메로스(Meros)의 합성어로, 염색체의 끝에서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되는 동안 세포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완충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분열을 지속할수록 텔로미어가 줄어들어 염색체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포는 종(種)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정 이상 반복해 분열하다 결국 소멸하게 된다. 1961년 미국의 생물학자 레너드 헤이플릭(Leonard Hayflick)은 생물에 따라 세포의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그 시점을 지나면 노화해 소멸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텔로미어
ⓒ AJC ajcann.wordpress.com | CC BY-SA
발견
1978년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은 DNA의 끝 부분에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텔로미어였다. 이후 연구에 동참한 잭 쇼스택(Jack Szostak)은 텔로미어의 역할이 DNA 보호라는 것을 밝혀낸 한편, 당시 대학원생이던 캐롤 글라이더(Carol Greider)와 함께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Telomerase, 말단소립 복제효소)의 분리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연구로 블랙번과 쇼스택, 글라이더는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특징
텔로미어에서는 특정 서열의 DNA 구조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인간의 텔로미어는 TTAGGG라는 6개의 뉴클레오티드(Nucleotide)가 1,000번 이상 반복 배열된 형태를 가진다. 텔로미어의 염기서열은 생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유사하다. 누에나방의 텔로미어 염기서열은 TTAGG이며, 녹조류 단세포인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의 텔로미어 염기서열은 TTTTAGGG이다. 생물 종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는 다르다. 효모는 약 300~600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간 체세포의 텔로미어는 수 킬로베이스(kb, Kilobase)이다. 킬로베이스는 DNA 등 핵산 연쇄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1킬로베이스(Kb)는 염기 1,000개 길이이다.
세포는 텔로미어 DNA의 대부분을 잃는 시점에서 세포분열을 멈춘다. 텔로미어가 없으면 염색체 손상으로 세포의 유전 정보가 손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세포가 한 번 분열하면 약 50~200개의 텔로미어 DNA 뉴클레오티드가 사라진다. 결국, 텔로미어의 손실로 분열을 멈춘 세포는 소멸하게 된다.
세포 분열로 손실되는 텔로미어의 DNA는 텔로머레이즈가 만들어 보충한다. 텔로머레이즈는 일종의 역전사 효소 (Reverse Transcriptase)로, 텔로미어의 DNA 염기서열과 상호 보완적인 염기쌍을 가지는 RNA를 이용해 텔로미어 DNA를 만든다. 텔로머레이즈는 일반 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으며 생식세포나 줄기세포, 암세포에서 활성화된다. 암세포는 텔로머레이즈를 사용한 끊임 없는 세포분열로 다른 세포보다 수명이 길다. 이런 이유로 암세포에 있는 텔로머레이즈를 억제하는 약물을 항암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반대로 암세포가 아닌 줄기세포에 텔로머레이즈를 사용할 경우 노화를 억제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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