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북주(北洲) 주성준
조선그림의 99%는 시장 프로화가들이 그렸고 뽄그림이 아닌 현대적 작품들도 많으나 “한국회화사, 한국미술사” 책에는 단 한 페이지도 다루지 않고 있다. 아마추어 수묵문인화, 자유창작이 아닌 왕실 주문품만 그리던 공무원(도화서)화 등 1% 그림들만이 실려 있다. 유교의 사농공상 사상과, 채색과 미술시장의 프로(쟁이)를 천시하는 문화가 한국미술계를 좌우한다. 고인돌의 칠성암각화, 고령의 태양암각화 울주의 호랑이암각화나 고구려의 일월도 북두칠성과 호랑이그림, 고려 칠성여래도, 조선의 칠성각, 칠성천문도, 호랑이그림, 현대한국화로 이어지는 한국미술의 정통은 조선의 시장 프로화가들인 정통한국화(민화)가 계승하였다.
정통한국화(민화)는 화법의 침묵, 무명성, 몰아(沒我)성, 무심, 무지, 무의식, 무위자연의 미(美)를 추구 한다. 이는 인위적인 왕권에 대한 충성과 “그림을 팔면 천한 장사꾼이 되므로 팔지 말라”고 가르치는 성리학, 주자학의 사고를 강요하는 수묵이나 담채 유교미술과 거리가 있다. 한국의 프로화가들이 지금까지 은연중에 천시 받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살아날 길은 조선의 선비계급인 미대교수나 교사가 되는 길 밖에 없다. 기형적인 한국 미술문화의 근본원인은 미풍양속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유교사상에 있는 것이다. 인위적이지 않은(無爲的) 그림그리기는 천재적 작가들이 채택하는 수행방편이고 소일방법이다. 시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상투적 관념 속에서 생각하는 것 일뿐이다. 단지 벽에 매달린 시계바늘과, 물질들이 움직이고 산화되며 늙어간다. 김용옥은 노자 도덕경상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을 서양의 열역학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설명한다. 모든 물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먼지로 변하여 간다라고 언급하였으나 북주(北洲)는“길(道)이며 진리(道)이며 생명(自然, 道)”을 저술한 동이족 출신 노자의 진실은 자연의 법칙을 은유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깨달은 빛(光)의 지혜를 시속의 홍진(紅塵)먼지 속에 사는 중생들과 함께(同) 화합(和)한다는 대승적인 경지를 말한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예술적 직감으로 승화하여 부자연스러운 조선의 관용미술에 대하여 해학적 그림을 그린 이들이 바로 조선시대 민화를 그렸던 전업화가들이다. 조선민화박물관 민화공모를 통하여 전시중인 이현열씨의 작품 현대운룡도는 전통 용그림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그려 넣고 있다. 영월 조선민화 박물관(033-375-6100)에서 8.25 ~ 10.3 일까지 다른 공모 작품들과 함께 전시된다. 정통한국화가 구시대적이고 복사그림이라는 미술계의 인식을 혁신하려면 이러한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지는 그림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인도의 간디는 영국의 식민치하에서 “만일 내게 해학이 없다면 자살하고 말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일제의 압박이 심할 때 해학적 그림인 정통한국화가 더욱 발전한 것이다. 예술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며 그 지역만의 독특한 예술양식은 그 나라의 색깔이다. 중국의 원나라는 힘은 강하였으나 문화수준이 명나라에 못 미쳐서 결국 중국 한족에게 흡수 되었다. 모든 그림을 회화로 통일하자는 이론은 한국의 정통미술은 수준급인데도 이를 대수롭게 보지 말고 우리 스스로 기존의 중국, 서양의 미술을 추종하자는 이론을 내포하고 있다. 원나라와 같은 길을 걷자는 매국적인 사고이다. 물론 예술은 국경이 없지만 스스로의 독특한 미술문화를 지키는 나라만이 역사에 살아남는다. 스스로의 미술문화를 천시하는 나라는 다른 나라도 천시한다. 백남준도 언급하였지만 외국에서는 한국의 미술이론계에서 말하는 주류 한국화는 중국의 아류로 보고 있다.
|
첫댓글 좋은 컬럼 감사합니다
좋은 칼럼이네요. 학습 자료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