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 : 스릴러
- 욕망의 대상 : 갑자기 사라져버린 친구를 찾아야 함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몇 시간 전까지 나는 비치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해변에 누워 모히또 한 잔을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친 사람이 되어 골목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뛰고 있다.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야자수가 그려진 셔츠를 적신지는 오래되었다. 젖은 셔츠같은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숨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공포에 내 몸을 휘감는다. 함께 온 친구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제 늦은 밤 이 섬으로 여름휴가를 왔다. 생전 처음 와보는 경상남도 남해 끝자락에서도 배를 타고 2시간을 더 들어온 아주 작은 섬이다. 2개 작은 동네가 전부인 이 마을이 인원수는 30명이 되지 않는다고 우리를 옮겨준 작은 통통배 선장이 얘기해 주었다. 바다낚시와 수영을 좋아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의기투합하기 좋은 완벽한 장소였다.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환상적인 방파제 사진을 보고 긴가민가 했던 나도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친구를 보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런데... 어제 밤 선장님이 준 담금주를 마시고 일어나 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는다. 나보다 먼저 새벽 낚시를 갔을까 싶어 방파제를 가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민박집에 돌아와 선장님께 물어보니 미친 사람을 쳐다보듯이 하면서 혼자서 와 놓고는 왜 친구를 찾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장난이 지나치다고 화를 내 보았다. 고함을 지르고 욕을 주고받았다. 선장의 표정을 보면 정말 내가 미친놈인 것 같았다.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 스스로 빰을 때려보기도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당장 경찰을 불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작은 섬에 경찰이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늦은 밤 이곳에 도착한 우리를 본 사람은 선장 말고는 아무도 없다. 선장의 단독 범죄일까? 아니다. 이 마을 전체가 범인일 수도 있다. 육지로 나가 무조건 경찰을 데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태풍이 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보유한 작은 배로는 이 파도를 빠져나갈 수 없다. 최소한 48시간은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소름이 돋는다. 나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공포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어릴 적 강에 빠진 나를 구해준 유일한 친구이다. 함께 태권도 도장을 다니며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올라가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우리는 분명히 이 섬에 함께 왔다. 지금도 친구는 어둠 속에서 나를 믿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힘을 내야 한다. 생명이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