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에, 재계 "산업 현장 대혼란,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국회는 5일 본회의에서 재적 300인 중 재석 179인 중 찬성 177표, 반대 2표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달만에 폐기된 이 법안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돼 40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해당 법안을 지지해왔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각각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 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제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면 기업들이 근로자를 파견받는 하청 업체의 노조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같은 개인사업주의 교섭 요구에도 모두 응해야 한다. 한경협은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면 하청 노조의 원청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하여,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루어진 산업 생태계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력보다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전부를 노조원 개개인이 지는 건 과도하다며 기업의 손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다. 경총은 "오히려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봉쇄해 극단적인 불법 쟁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계는 이 법안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법안이 시행된다면 노사관계·일자리·기업 간 협력관계·외국인 투자환경 전반에서 부정적 파급효과가 지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역시 “산업 현장에서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하면 비단 무역뿐만 아니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위축, 일자리 축소 등 거시경제 곳곳에서 비가역적 손상이 일어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계는 이번에도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됐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한 달 만에 폐기됐다. 경총은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라며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다른 경제단체들 역시 재의요구권을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요청하며 힘을 보탰다.
<검·경 ‘티메프’ 동시 수사…"시간낭비 중복수사부터 정리해야">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수백페이지에 달하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재무 자료가 도착했다. 검찰은 당일 즉각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 등 경영진 3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특수수사를 맡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선 사기·횡령 혐의점을 확인하기 위한 법리검토에 착수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린 직후인 지난달 29일 경찰도 수사 준비에 착수했다. 이날 티메프 피해자들이 구 회장 등 경영진과 티메프 주요 임원을 강남경찰서에 고소하면서다. 경찰도 구 회장 등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에 나섰다. 같은 사건을 놓고 검·경이 각자 수사를 벌이는 이중 수사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티메프 사태의 신속한 수사만큼이나 검·경이 같은 사건을 각자의 방식으로 다루는 중복 수사 상황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필요한 경쟁, 수사 지연, 효율성 저하 등 우려 때문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복 수사로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경우에 따라 합치면 혐의가 쉽게 인정될 사건도 두 기관으로 분리되면 혐의 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양 기관의 수사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검‧경 중복 수사는 양 기관을 둘러싼 수사권 조정 당시부터 우려가 제기돼왔던 문제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수완박(검찰의 직접 수사권 축소)’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과 윤석열 정부에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 범위가 일부 겹치게 돼서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나서자,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은 모두 검찰로 송치했다. 형사소송법상 검‧경이 동일 범죄를 수사할 경우 검찰이 요구하면 경찰은 사건을 넘겨야 한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도 중복 수사로 인한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한 검‧경의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1일 “아직 경찰과 수사 방향을 나누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수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고,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티메프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 등을 통한 신속한 증거 수집과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이다. 다만 수사 준칙에 따라 경찰과 추후 협의할 예정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