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3
''헤어 에센스를 많이 바르셨나 봐요''
미용사가 내 머리 만지더니
끈적거린다며 의아해하며 묻네
''난 그런 것 안바른데......''
아~!!
아까 머리 감는 중에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린스 바르고 있다가 계속 보채는
벨 소리에 못 이겨서 임시방편으로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싸매고는 전화 받았지
한참을 무아지경으로 통화에 빠져있다가
린스 헹구어 내야 하는 것 깜빡 잊었지 뭐
요즘은 오분만 지났다 하면 잊는 것 많아요
습관처럼 싸매고 있던 타월로
젖은 머리마저 닦은 후 미용실에 왔으니
린스 묻은 머리카락이 끈적일 수밖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친구들과 모여 나들이 가는 날
모두 있는 멋은 없는 멋 다 내고 왔어
머리에 스프레이 뿌리고
젤을 발라 붙이기도 하고
한껏 헤어스타일에 공을 들여 손질하고 나왔는데
그중 한 친구가 실실 웃으며
은밀히 내게 말해주는데
''나는 헤어 젤인 줄 알았어
머리에 열심히 찍어 바르고 손질하다가
어쩌다 병을 보니 어머나! 글쎄 우리 개 샴푸잖아
시간도 늦고 그냥 개 샴푸건 뭐건 바르고 왔지 뭐~''
개 샴푸를 헤어 젤로 바르다!
욕실에 사람 샴푸 개 샴푸 같이 있으니
헷갈리기도 하겠네
비 오는 날이었다면 그 친구
머리에서 거품이 풍겨 나왔을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봄날 친구들끼리 온천에 목욕가기로 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이여사
온천 목욕에도 예외가 없네
미용실 들러 이멜다 머리처럼
부풀리는 스타일로 드라이해서
예식장 하객으로나 적당한 모습을 하고 나타나다!
늘 단장한 모습인 그녀의
머리 손질 전 모습은 나도
딱 한 번 밖에 본 적이 없어
온천에 도착해
모두 나누어 준 표를 받아 들고
온천욕 하러 가야 하건만
좀 전에 미용실에서 손질하고 온
헤어 스타일 유지해야 하니
그녀는 부스럼 피부병 앓는 사람처럼
목욕탕에 못 가고 혼자 동그마니 남아요
안된 생각에 그냥 같이 탕에 들어가자 꼬셔 봐도
어떠한 유혹에도 고수하고 사수하자~!
부푼 머리~!
드라이한 머리 고수하려니 외롭겠어
다가가면 슬쩍슬쩍
샴푸 향내 싱그러운
젖은 머리 여자도 매혹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