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3-01
양(羊)의 해흘 앞두고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큰 일을 떠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올해의 마지막날에 우리 넷은 겨울바람이 부는 그 속으로 들어섰다. 별 할 일 없는 사람들처럼 다들 어정어정 거리며 길을 나섰다. 이 마을을 지나서 저 너머 마을 있는 곳까지 그저 바람맞으며 움직이는 일로, 소용없이 가자는 말에 집안에서만 지내기에는 많이도 갑갑하였던지 같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모든 일 마쳐놓은 겨울의 시골에서 한가하게 길을 걷는 것이 좋다. 주변의 논과 밭에서 바쁘게 일하고 계시는 분들도 없는 계절이라서 한산한 모습이다. 포근한 날씨에 바람까지 잔잔하면 더할 나위 없는 걸음걸이가 이루어진다. 생각하여 보건데 이십오륙 년 전만 하여도 이 길로 학교를 오고가던 같은 초등학생의 산 넘어 마을 친구들은, 그 마을의 아이들과 같이 이 길을 뛰어가면서 학교에 오고갔었다. 나는 그런 그 길을 그저 걷고 또 걷는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손을 뒷짐지듯 하고 천천히 주위를 보며 걷는다. 세상을 겪으신 어른들의 느린 걸음 같이 올해의 어느 때에는 “느림”이라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膾炙)되기도 하였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말(壬午年)의 해는 가고, 내일부터는 양(癸未年)의 해가 시작된다. 나는 말하면 “말달리던 선구자”라는 노래가 생각되어진다. 그리고 양하면 목가적(牧歌的)인 평화롭고 소박하고 서정적인 전원(田園)의 모습이 연상된다. 오늘과 내일이 하루 사이인데도 어떻게 말하면 동적(動的)인 것에서 정적(靜的)인 것으로 바뀌어지는 날과 같이 여겨진다. 올해는 역동적인 한 해였다. 그러면서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한곳으로 모여지는 저력(底力)을 보여주는 해이었다. 월드컵 경기 때의 붉은 인파, 한 해를 막바지에 놓고 난데없는 미군장갑차로 인한 촛불시위행렬, 이러한 것들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집약되는 흩을 수 없는 활화산과 같은 것들이었다. 내일부터 오는 해에는 그 옛날 어느 분이 말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연말에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되었다. 그리고 같은 때에 북한으로부터 핵무기이야기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는 전과 다르지 않은 동서간의 갈등에다 그리고 세대간의 갈등이 표출되어 나타났다. 남북의 핵무기로 인한 긴장 그리고 대통령선출 과정 속에서의 동서간의 갈등. 새해에 들어서는 동서남북이 난마(亂麻)처럼 얽혀있는 일들이 잘 풀려졌으면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화롭게 하는 피스메이커(peace maker)가 있는가하면, 이것과는 반대로 불화와 분쟁을 조장해 가는 트러블메이커(trouble maker)가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해에는 평화스러운 그러면서 잔잔한 목가적(牧歌的)인 소리들이 퍼져나갔으면 한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내일을 앞에 두고 성서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본다.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되 부득이함으로 하지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利)를 위하여 하지말고 오직 즐거운 뜻으로 하며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베드로전서 5:2-3)
공동체 이야기
한 할 머 니 에 게 서
다음에서, 나는 누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몇 일 동안이지마는 그분이 주고 간 것에 대하여 말해 보려한다. 지난주에 가까운 데에 계신 목사님의 안내로 영원(永遠)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강(姜)씨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나에게는 그 할머니의 이름이 좋았다. 할머니는 이름 못지 않게 조용하시면서 좋은 인상의 고운 얼굴이셨다. 나를 목사로 여기셨던지, 그러면서 어렵게 꺼내신 그 분의 말씀에 의하면, 할머니에게는 아들과 출가하지 않은 딸이 있었지만 홀로 사셨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것은 그 아들이 어머니와 같이 살지 않고 옥(獄)살이를 집에서 살듯 하였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도리어 그곳에서 나온 후에는 몸담고 들어서서 있게되는 마을에서 마다 큰 소란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는 어머니를 마구 때리기까지 하는 아들이란다. 다발로 가지고 나간 돈은 하룻밤을 보내면서 없이하기가 다반사란다. 부유하던 가정이 아버지에 이어서, 아들이 그 모습을 따라 가세를 기울여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아들의 그 감옥생활이 끝나고 출감 날짜가 가까워오자 어머니는 불안하였던 것이다. 더욱 그 마을에 찾아들어 난동을 일으킬 것을 예상하니, 그 분으로써는 생각하기에 마을에서는 담고있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을 것 같아 다른 곳으로 나서서 들어선 곳이 우리 집이었다. 할머니는 오셔서 고요하게 기도하는 시간을 갖곤 하였다. 그런 가운데 할머니는 한 주간을 못 보내고 우리에게서 떠나 또 다른 곳을 찾아 나서셨다. 어떻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어느 한편으로는 우리 집도 할머니에게는 마음 편한 곳이 되어주지 못하지는 않았나?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공동체가 사람들을 받아드려 단 하루 이틀이라고 머물게 할 수 있는 곳이니 좋은 일로도 여겨본다. 여기저기 나그네들이 묵고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여인숙(旅人宿)이나 여관(旅館)이 군데군데 있었으면 좋겠다. 예수의 부모도 사관(舍館)을 찾아서 몸풀 곳이 없어, 그를 그 집 말구유에서 낳았다. 요사이는 더더욱 겨울의 찬바람 속에 한뎃잠을 자는 거리의 노숙자(露宿者)들이 즐비하게 생겨난다고 한다. 우리 집이 때로는 사람들의 작은 바람막이라도 된다싶으니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세상에는 같이 있으면서 홀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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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박주홍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주식회사EG(이광형).성남교회안수집사회.만나교회(전남홍외7인).동산베이커리
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2인).낭월교회(1인).부강방앗간(2인).금산천주교회(1인).향림원(2인).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5인).통계청(임명선).김기홍.왕지교회.충남공동모금회.예전교회.박종만최재형(유명숙).용전교회(김종원외3인)신평교회(김춘근외3인).채윤기(박현실)지방교회(강기현외5인).박종렬.경당교회(신동성).진명구.어귀녀.정무래.오정교회4남선교회(이정화외2인).일불사(2인).지명수.김경민.추부면사무소(손숙희외1인)세광교회.충남공동모금회.박정도.문화교회(최동주).영생교회여전도회(이승호)각마을이장님(신평1리.2리.성당1리.2리)이원교회.대전노회.조길환.대덕교회.추부면사무소.최동근외4인.옥천동부교회무형교회여전도회(김점수).월남참전전우회.오정교회(3인).그리스도의집.대전일보(김세원외1인).옥천삼양교회(강병각외3인).금산한마음회(4인).강영원.사슬회모임.추부제일교회(이윤옥.박병남).성당2리주민(9인).되살미사랑나눔봉사대(김장섭외1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