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립니다.
올 겨울 눈산행을 하지 못해 순창에 있는 강천산으로 간다.
강천산은 내장산, 백양산 등과 더불어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곳으로서 단풍 성수기에는 그야말로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산행 시간보다 오고가는 시간이 배 이상 걸리면서 말이다.
1월 23일,
금년 겨울들어 강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기예보에 의하면 24일인 내일이 가장 추울 것이라 하나 오늘도 그에 못지 않게 날씨는 차다.
그러나 화창한 날씨가 기대되니 조망은 멋질 것으로 예상하며 6시 20분경 집을 나선다.
새로이 개통한 88고속도로를 따라 강천산 주차장까지는 넉넉 잡아 2시간 30분 정도면 족하다.
달리는 내내 막힘이 없이 시원스레 달리는 가운데 아뿔사! 그만 순창IC를 지나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어 담양에서 내려 돌아 들어가는 바람에 예정보다 약 30분 정도 늦어 강천산 제2주차장에 도착한다.
단풍철에는 도로가 미어터지도록 차량이 붐비는 곳인데 오늘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쌓인 눈이 얼어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강추위 속에 산행준비를 하는데 아니나다를까 싸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우리는 공원 매표소로 가지 않고 2주차장 화장실 왼편 뒷쪽으로 바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간다.

눈때문에 등로가 불분명하지만 희미한 흔적을 따라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치고 올라가면 지능선에 올라선다.

지능선에서 능선을 따라가는 계속되는 오름길은 엉킨 잡목가지가 수시로 앞을 막는다.
발목 이상으로 푹푹 빠지는 등로를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말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이 아침 해를 맞아 반짝이는 솜이불 같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눈 덮인 등로에는 사람 발자국은 커녕 인적이 없고 맷돼지, 고라니, 그리고 다른 이름 모르는 동물들의 발자국만 우리를 맞아 주는 가운데 옥호봉에 올랐다.

한동안 완만하게 등로가 이어지고 순창 방면으로 시원한 조망도 트여 여유로운 산행을 즐긴다.

쌓인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문자그대로 눈부신 광경을 보여주는 순창 들녁.

황우제골 정상.
역시 사람 발자국은 없고 동물들 발자국만 어지러이 널려 있다.

신선봉 갈림길을 지나 신선봉으로 오름을 계속한다.
동물들의 발자국만 남아있는 등로를 오르면서 요건 맷돼지, 저건 고라니발자국 등을 상상하며 힘든 줄 모르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은 산행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신선봉 정상.
역시 이곳도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제일 높게 우뚝 솟은 봉우리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아미산이란다.

무슨 동물의 발자국일까?

광덕산에 올랐다.
가야 할 능선이 멋지게 펼쳐진다.

광덕산에서 가야 할 방향으로 펼쳐진 능선. 추월산은 저 너머에 있다. 오늘은 추월산 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광덕산을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로프도 있고 급경사의 계단도 있다.

저 멀리 호남정맥 마루금이 보인다.

헬기장에 내려섰다.
강천산 매표소를 통과하여 강천사를 지나 구장군폭포 경유, 계속 직진하면 여기에서 만난다.
우리는 여기에서 식사를 하고 간다.

호남정맥 상의 뫼봉과 덕진봉.

저 뒤로 무등산이 약간 희미하게 보인다.
눈덮인 순창 벌판이 너무 멋지다.

시루봉 올라가는 등로는 꽤 가파르다.
잠시 오르니 보다 더 가파른 곳엔 철계단이 놓여 있다.

시루봉이다.
저기에 오르려 했으나, 계단 위 바위에 눈이 쌓여 있어 봉우리에는 올라가지 않기로 했다.
굳이 오르려면 오르겠지만 바위 쪽에 눈이 얼어 있어 내려올 때 애를 좀 먹을 것 같아서 계단 위쪽에서 돌아섰다.
여기서부터는 북문까지의 능선 대부분이 금성산성의 성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높은 능선을 따라 성을 세운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느낌밖에 안든다.

시루봉에서 가야 할 방면의 능선과 봉우리.
저 봉우리를 모두 지나갈 것이다.

지나온 광덕산을 배경으로 한 컷.

곡성의 동악산.
저곳은 몇 번 오른 적이 있다. 암릉이 멋진 곳이다.
특히 여름에 가면 계곡도 좋다.

눈 덮인 능선을 따라 금성산성의 동문터에 도착한다.
금성산성의 외성에는 4개소의 문루가 있었는데, 이곳은 동문이 있던 자리이다.

능선길은 곧 성벽위를 걸어가는 길이다. 저 뒤에 북바위가 보인다.

북바위 앞에서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북바위 정상이다.

북바위.

광덕산이 저기 보인다.

운대봉과 산성산(연대봉).

계곡 밑 오른 쪽으로 얼어붙은 구장군폭포가 보인다.

산성산(연대봉)으로...

다시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보다. 좌측의 광덕산과 계곡 우측의 시루봉과 운대봉 등...


이제 북문을 거쳐 형제봉과 오늘의 최고봉인 왕자봉(강천산)으로 향한다.

제2강천호와 현수교 등도 보인다.

담양호와 건녀편의 추월산이 아름답다.
화창하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저 건너쪽을 보니 눈이 오는 모양이다. 이곳도 곧 눈이 내릴 듯....

북문.
북쪽에 치성이 있고 운대봉과 연대봉을 지나 동문과 연결된다.
남쪽으로는 서문과 연결되는데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고 급경사를 이루어 성곽을 단이 지게 쌓았다.
북문은 성곽 전체로 볼 때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서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
성문 바깥쪽 산길 좌우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유사시에는 외부로의 퇴각로로 이용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저기 보이는 북문의 나무대문을 열고 계속 진행한다.

형제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잠시 가니 형제봉이다. 봉우리에는 형제봉이라 적힌 나무판만 덩그러니 서있고 조망은 없다.
눈발이 제법 흩날리는 가운데 왕자봉(강천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우측으로 200m정도 거리에 있는 강천산의 주봉인 왕자봉에 다녀온다.

왕자봉이다.
눈은 점점 많이 흩날린다.


깃대봉을 지나면 급경사의 눈길을 미끄러지며 내려가고 다시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쳐 깃대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길은 눈덮인 급경사이다.


마침내 제4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공원 안이다.
실질적인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난다.

금강교를 지나간다.

병풍폭포도 얼어붙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곧 주차장이다.
시계는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다.

기온은 아주 차지만 날씨는 쾌적했다. 오후 늦게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만. 거의 산행 내내 쾌청한 날씨는 차가운 기온을 잊어버리게 해주었다.
산행을 하는 동안 단체 산행객 1팀 외에는 개인 산행객 몇 몇을 볼 수 있었을 뿐 오붓한 산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나마 하산 시에는 우리뿐이었지만 말이다.
산행 거리 20여km, 8시간이 걸렸다.
첫댓글 강천산의 설경이 왜이리 시원하게 느껴질까? 다들 추워 하더이만~~!?
산행 동료분들 에게도 안부전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함께해야 할테니 다리 잘 관리하게나?
사진의 선예도가 참 좋고, 속 시원히 겨울산 한번 구경 잘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