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감나무 탄저병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특히 채식을 하고나서는 과일 먹는 것이 일상 생활에서 호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과일 중에서는 감을 좋아 한다. 농사 짖고 있는 다랑이 논 550평에도 금년 초 감을 30그루 정도 심었다. 집 앞의 다른 사람 소유 빈 밭에도 밭주인을 설득해 감을 대부분 심었다. 감은 잘 읽은 홍시가 참 맛있다. 홍시는 얼려 놓으면 오래 둘 수 있고 아이스크림의 대용도 된다. 떫은 감은 울쿼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이 있다. 또한 감은 곶감으로 먹을 수 있고 감식초도 된다. 감 와인도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과일 중에서 농약을 거의 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감나무를 나의 주 농작물로 하였다.
그런데 감나무에 문제가 생겼다. 감나무는 대추나무와 함께 새순이 늦게 나는 편인데, 계속 새순이 올라오지 않아 가지를 조금 잘라보니 말라 죽고 있었다. 7-8년 생 감나무 5그루 중 2그루 완전히 죽었고, 3그루는 반쯤 죽어 일부에서만 새순이 나오고 있다. 작년에 옮겨 심은 묘목은 70% 정도가 죽었다. 처음에는 지난겨울 보온 조치를 잘 못해 추위로 얼어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서산에서 감나무 농장을 크게 하시는 분께 전화를 해 물어보니 탄저병에 걸린 감나무가 겨울에 동사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탄저병은 곰팡이 균이기 때문에[ 여름 동안 습하고, 공기가 잘 안통하면 나무에까지 감염된다는 것이다. 고추나 다른 과일의 경우 탄저병은 열매에만 오지만 감은 과일과 나무에 모두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나무에 오면 치료하기 어려워, 예방이 중요하다고 한다. 감나무는 탄저병만 잘 관리하면, 추위에도 강하고 다른 농약이나 비료 등을 주지 않아도 잘 큰다고 한다.
도고 우리 마을 옆 동네가 시전리 즉 감밭 골이다. 시전리와 우리 동네 신유리 사이 가로수가 감나무인데 작년까지 꽤 많은 감이 열렸는데 올해 자세히 보니 40% 정도는 싹이 나지 않고 있어 이 감나무들도 탄저병에 감염되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여름 장마가 길었고 비가 많이 온데다, 겨울은 엄청 추웠다. 감나무의 탄저병 감염과 동사 여건이 모두 갖추어진 셈이다. 동네 다른 집도 감나무가 많이 죽었다. 그런데 근처 관리하지 않는 밭에 내 팽겨진 감나무는 잘 사는 것도 있다. 어떻게 관리해야 감나무가 탄저병에 걸리지 않고 잘 살지 모르겠다. 탄저병 농약을 주어야 할지, 그냥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배수에 많이 신경 쓰는 정도로 끝낼 지 고민 중이다.
식물 탄저병과 동물 탄저병은 다르다. 동물 탄저병은 소 양 염소 등의 동물에서 주로 나타나고, 이들 동물의 고기나 사체의 접촉을 통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 감염된 부위가 석탄처럼 검게 썩어 탄저병이라 하며, 박테리아의 일종인 세균에 의해 전파된다. 인간에게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어, 탄저균은 세균전이나 테러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반면 식물 탄저병은 고추 벼 오이 등의 작물과 감나무 매화나무 등 과일 나무에 곰팡이의 일종인 탄저병균이 기생하여 발생하는 병이다. 식물 탄저병은 동물 탄저병과 별개이고, 서로 교차 전염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이름을 쓰는 것은 식물도 감염된 부위가 검게 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고추나 과일은 탄저병에 감염되면 검게 썩은 반점이 나타난다. 탄저병에 감염된 감나무 가지는 잘라보면 줄기 안에 검게 변한 부분이 보이고, 껍질 부분도 검고 두껍게 변한다.
동물이나 식물,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주변에 항상 병원균이나 곰팡이는 존재하지만, 모두가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즉 모든 생명체에게는 면역력이 중요한 듯하다. 과학, 의학 약학 등이 발전하여,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병의 치료법이 많아 개발되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나 찾지 못한 치료법이 더 많을지 모른다. 사람의 수명(人命)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다.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비슷한 말이 적용될까? 동물이나 식물에게 사람은 하늘 비슷한 것일까? 아끼는 감나무에 탄저병이 생겨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으나 대응 방안은 역시 나의 노동력을 최소한 투입하는 쪽으로 결정하려 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인간이 자연에 대해 하늘의 노릇을 가능한 적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첫댓글 탄저병이 잘 치유되어 올 가을에 감이 주렁주렁 달린
풍성한 감나무 모습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