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캠프 첫날 일정을 마치고
다들 골아떨어졌습니다.
오후에 이어 저녁먹고나서 시작된 도발적 야간산행은
생각보다 진하고, 멀고, 고된 길이었습니다.
구름산 보다 어둡고 조용한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야간산행이 된듯 합니다.
그래.. 이맛이야.. 하고 비에 젖은 머리를 털어대며 웃긴했지만
어휴.. 힘들어, 속으로 그랬지요.
오늘 같은 밤숲은 처음입니다.
제대로 어둠이 내린 길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
초행길에 바짝 긴장을 하면서
비옷 속으로 땀은 차오르고.
중간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후레쉬를 켰더랬습니다.
조금만 가면 목표지점 가릉인지라
다 된거라 여기고 킨건데.. 그만 거기서부터 한차례 길을 잃게 되었답니다.
불이 없으면 온 감각을 바싹 끄집어당겨 길을 찾지만
불이 있으면 다 풀어놓고 불만 보게 되는 거지요.
태어나 이렇게 눈에 쌍심지 킨것도 처음인듯 합니다..
이번주부터 큰나무는 반별로
강화에서 생활캠프를 합니다.
이제 좀 북적거리는거 같아서 나는 살맛이 납니다.
너무 조용했거든요. 조용한걸 좋아하는 성격인데도,
간만에 찾아먹을 수 있는 고요함인데도
그게 아닌듯 합니다. 행복은 혼자서 찾아지는게 아니라
관계에서 주어지는게 맞을 겁니다.
전에는 캠프힐이 어찌될건가, 멀게 느껴지던 것이
오늘 하루.. 큰나무친구들이 드나들면서 가까이 와있는 느낌이었지요.
이번주 지나서 내리 삼주, 오월 말까지
짧은 일박이일짜리지만..그래도 이곳은 왕래한 큰나무친구들의 발자국과
이야기와, 거쳐간 몸의 흔적들이 남아서는 한참은 북적거릴겁니다.
저희 큰나무캠프힐 자리는
강화 나들길 3코스중에서 석릉과 가릉 중간지점입니다,
뒷산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왼쪽 오른쪽으로 갈라지지요.
위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석릉,
그리고 왼쪽이 오늘 야간산행하느라 고생한 가릉입니다.
양쪽다 4-50분 정도 걸립니다.
나들길 치고는 상당히 조용하고 깊어서, 어느 산사에 들른 듯한
묵직한 깊이를 주는 곳이랍니다.
한데.. 오늘은 마침 포사격이 있는 날이었답니다.
천둥이 치는줄 알았지요. 산 너머에다 포탄을 때려대는 소음이
얼마나 크게 들리던지.. 석릉근처에 다가서는 진동까지 전해져 왔지요.
혹시나 이쪽으로 떨어지는거 아냐..
가랑비 피하는 중에도 괜한 걱정이 하나더 쌓였더랬지요.
꽃이름은 들어도 들어도 외어지지가 않습니다.
뭐라 했는데.. 기억나는 것은 할미꽃. 아.. 수선화도 있네요.
전에 계시던 분이 꽃과 나무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어서
덕분에 이곳은 꽃 천지가 되었습니다.
완전 파묻혀있지요.
아마 겨울 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러지 않을까, 합니다.
한 삼주간에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1. [진강산 숲 학교] 만들기 모임에서
세우는 건물이 틀을 잡았습니다.
컨테이너를 기본 구조로 한건데 거기다 흙과 나무와 돌을 대어서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나올거 같습니다.
저희 건물과 맞상대 하듯 놓여지게 되었는데.. 왠지 두채의 건물이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가 오가는 듯한 포즈입니다.
2. 개축사 문제로 한바탕 시끄러웠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느닷없는' 일들을 많이 겪고 있는데
이또한 어이없고 황당한 일입니다.
저희 건물 위에 넓은 밭이 있고, 그 위쪽으로 허름한 건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이오가는 가보다 했는데 어느날 부터 개소리가 들려왔지요.
그런가보다 했지요. 한데.. 어느분이 찾아와서 말씀해주길
수백마리 개축사 공사중이라고.
올라가서 확인해보니 수백마리가 아니라
천마리도 넘을 규모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인데.. 혼자 고민할 새도 없이 여럿이 나서주었습니다.
민원접수했고 면에다 전화신고하고, 땅주인에게 철거요청하면서..
법적으로 이십일 이내에 철거명령까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사 들어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기 쉽지 않았을 일,
도움을 받고 함께 하는 분들이 있어서.. 와락 고맙고
이런거구나.. 감동먹었습니다.
3. 텃밭에 심겨진 것들은 잘 자랍니다.
순무, 고추, 감자, 완두콩, 돈부, 파.. 호박?
내가 모르는 것도 심겨있습니다.
오늘은 마침 가랑비가 내려 한참 풀을 뽑았습니다.
멀칭을 하지 않고 한사람이 지을수 있는 밭농사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가
아마 올해 중요한 시험이 될거 같습니다.
지금이야 초반이라 이정도지
장마기 오면 정신 없을 건데..
그래도 아직은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4. 너머서 교회, 구름산학교에서 장소사용했습니다.
저번주에는 저희 선생님들이 와서 일박을 하였고.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글을 쓰는 내동
한명도 깨지 않고.. 아주 조용합니다.
야간산행 덕분인듯 합니다.
간식먹으면서부터 눈이 감길정도 였으니..
작전 성공입니다.
첫댓글 캬! 야간우중산행이라~구경하는 저는 재미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