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막걸리 한 주전자요’ 외치면 20여 가지 푸짐한 한상 차려져
전주가 자랑하는 음식문화는 바로 ‘전주식 막걸리’다. 통상 막걸리를 먹으러 가면 막걸리와 안주를 따로 시키지만 전주식은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면 여러 가지 안주가 따라 나오는 시스템이라 주당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전주식 막걸리는 그동안 대전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아마도 막걸리에 대한 선호도와 가격 그리고 딸려 나오는 안주 등이 다르게 인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대전에도 전주보다 더 푸짐한 유명한 전주식 막걸리집이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홈플러스 뒤에 위치한 ‘유명한 전주식 막걸리’는 막걸리 한 주전자를 주문하면 직접 요리한 20여 가지의 안주가 나오는 전주식 통술집이다. 예전 강릉집이 있던 자리이다.
이집에 오면 황제메뉴를 주문하든지 아니면 ‘사장님 막걸리 한 주전자요’를 외치면 정이 가득한 전주식으로 테이블이 꽉 찰 정도로 20여 가지의 안주가 푸짐하게 깔린다. 안주 고르기에 별다른 고민이 필요 없고 주문하는 시간도 필요 없다.
차려진 한상은 홍탁을 비롯해 두부김치,고갈비,부추전,수육,족발,통나물탕,홍어무침,코다리조림,잡채 등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안주들은 당일 주방에서 장에서 장만해 온 제철 식재료들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이래서 전주식 막걸리는 마셔도 취하고 마시지 않아도 취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보기만 해도 황홀한 안주세례 때문이다.
추가 먹걸리 주문하면 비싼 2차 안주 차려져
이런 전주식 막걸리의 형식은 일정량의 소주, 맥주를 시키면 안주가 대량으로 제공되는 통영의 다찌 문화와 닮아 보인다. 하지만 막걸리라는 값싼 술과 전주의 음식문화가 어울려 훨씬 저렴하고 푸짐한 술상이 차려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호박전과 고구마줄거리, 잡채 등은 정성들인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별미다.
막걸리를 마시고 나서 다시 한 주전자를 시키면 그에 맞춰 새로운 술판의 2차 안주들이 추가로 펼쳐진다. 막걸리를 추가하면 보리굴비,모둠전,낙지탕탕이,돼지수육,왕족발,계란말이 등이 선별적으로 나온다. 심지어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대하구이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어 3차에는 또 다른 안주가 나오니 술판에 흥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전주식 막걸리를 제대로 맛보려면 4명 이상이 가서 세 주전자 이상은 시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소주로 대신할 수도 있다.
막걸리는 우리 동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전의 ‘보문산 막걸리’가 나온다. 매일 600병만 한정 생산하는 국내산 쌀100%의 수제 막걸리이다. 막걸리를 먹고 그 맛에 반해 보문산 막걸리를 사가지고 가는 손님도 많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 이 막걸리를 보증해주는 사람이 있다. 유성컨벤션웨딩 웨딩홀 선영복 대표이다. 선 대표는 막걸리 애호가로 매일 들러 보문산 막걸리를 마시면서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한정생산하는 수제 보문산 막걸리 단맛 적고 목 넘김 좋아 인기
선 대표는 “평소 막걸리만 마시면 다음날 머리가 아파서 고생했는데 이 막걸리는 신기하게도 뒤끝이 없고 빨리 깼다”며 “보문산이라는 이름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하지만 100% 쌀로 빚은 수제막걸리로 단맛이 강하지 않고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아 푸짐하고 다양한 안주와 함께 편하게 즐기기 좋은 막걸리이기 때문에 매일 들리게 된다.”고 보문산 막걸리 자랑을 숨기지 않는다. 점심특선으로 서해안의 신선한 바지락을 사용해 만든 바지락 칼국수도 인기가 있다.
알싸하면서도 텁텁한 맛, 막걸리다. 한잔 가득 들이키면 목젖까지 적시는 그 감칠맛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싸고 맛있는 서민의 술 막걸리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맛으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막걸리는 10여 가지의 필수아미노산에 단백질, 식이섬유도 풍부한 훌륭한 우리 술이다.
IMF경제환란 이후 가벼워진 시민들의 주머니를 걱정하며 탄생한 전주식 막걸리집. 이제 특별한날 정다운 사람들과 전주보다 더 전주 같은 ‘유명한 전주식 막걸리’를 먹어보자. 퇴근길의 막걸리 한잔, 이게 세상사는 맛이 아닐까.
일요일 휴무, 1-2층 100석 2층 연회석완비, 유성구 문화원로146번길7-8. 황제메뉴 3만5000원, 추가막걸리 1만원, 바지락칼국수 6000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