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이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그 누구도 의심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시사IN>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정원까지 나서서 이를 확인했으니, 남북이 합동으로 김정운 후계자 만들기에 나선 것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 한구석에 풀리지 않는 의문이 계속 남는 건 왜 그럴까요. 우선, 북한 내부의 가장 민감한 권력 핵심 문제인 후계자 관련 사안이 국내 언론에 마치 중계방송하듯 넘쳐난다는 게 이상합니다. 김정운 후계자설은 올해 1월 연합뉴스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이래, 평양이나 베이징의 북한 측 관계자들이 인연 있는 우리 측 인사들에게 마치 작심한 듯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상세하게 알려졌습니다. 바로 얼마 전 같으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얘기를 마구 쏟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북한이 갑자기 투명 사회라도 된 것일까요? 아니면 기강이 해이해져서? 그런 게 아니라면 평양의 누군가가 남쪽을 향해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심하는 전문가가 점점 생겨나고 있습니다.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 후계 문제에서 김 위원장의 삼남 정운은 그동안 열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리 유력한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차남인 정철이 거론돼왔습니다. 2004년 김정철을 지원하는 이른바 ‘옹위원로’들이 경쟁구도에 있던 장성택을 권좌에서 밀어내 지방에 유폐시킬 정도였으니, 조직적으로도 상당한 세력이 구축되어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올해 들어 갑자기 김정운이 떠오르면서, 김정철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가 어떻게 됐는지 관심을 갖는 이도 말하는 이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의 근황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김정철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북한에 있을 때 노동당 중앙위원회 자료연구실 부실장을 했고 황장엽 비서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씨가 얼마 전 국내 한 잡지에 발표한 글에 그 해답이 들어 있습니다. 김정철은 현재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종합담당 제1부부장으로서, 당내 서열이 김정일 위원장 바로 밑인 2인자라고 합니다. 국내외 베테랑 정보 전문가들 역시 이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김정운이 여전히 국방위원회 지도원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이지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무조건 김정운이 후계자가 됐다고 밑도 끝도 없이 주장하기 전에 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