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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살 내 꽃
줄무늬 셔츠 남자애 저기쯤에 있고 육십살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내 詩 귀절이 입방아에 올랐다 누구인지 고백해보란다 물렁물렁했던 날 간질이며 한 소년을 향해 가만가만 뻗어가던 첫 愛애 줄기들 그 맑고 푸른걸 어찌 거칠어진 입술에 올리라는거지 짝사랑 없는 사람 손들어보라지 먼저 말해보던가 내 안에 소녀가 불쑥 나타나 쫑알거렸다 그 남자애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누구라는 소문은 오산리와 반송리를 거쳐 청계리 신작로를 달려와 고개 너머 산골 마지막 동네 석우리 내게 당도했다 둥글넙적한 얼굴의 나는 일찌기 기가 죽었다 가끔 나를 열어 부끄러운 빛깔 들여다보는게 내 방식 열한살 꼬맹이 동창들 이제 모두 삶의 모서리 부딪치며 둥글어진 중늙은이들 내 속 계집아이 담박에 뛰쳐나와 그렁그렁한 눈물에 얼굴 붉히며 도리질이다 아침 산길 물봉선화 닮았다 한 소년을 향한 열망으로만 피어난 계집아이 혼자서 들여다봐 주어야 할, 내 꽃이다
연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그 마음을 지니고 사는 내 속의 계집아이는 얼마나 어여쁜가. 나만의 꽃이다. 혼자서만 가만히 들여다봐주야 할 육십살 내 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