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 준비했어요.
카페에 인사했습니다.
사장님을 만나뵙고
어떻게 카페를 여시게 되셨는지를 들으니
이번 마을영화제를 구실로
이웃분들과 잘 인사하시도록 돕고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영화제의 극장주가 되어달라고,
밤실마을 연우와 부탁했습니다.
이후 자전거타고 여러번 카페를 오고 가며
사장님과 의논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카페 화요일이 로스팅 하는 날 (휴무)이기에
월요일 저녁에 극장을 여는 것이 적합하겠다 생각하셨습니다.
사장님은 호숫가마을 이야기 책,
마을영화제 안내장과 극장주 문헌조사 자료를
천천히 읽어보시고는
제게 몇명 정도 올지, 관객의 연령대는 어느정도인지,
시간대를 몇시로 해야 좋을지 물어보셨어요.
어떤 영화를 상영할지 오래 고민하시는 사장님께
사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영화,
사장님께서 이웃들과 함께 보고싶은 영화를
상영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사장님은 상영일 이틀 전까지 오래도록 고민하셔서
영화를 정하셨습니다.
영화 상영을 위해
사장님 남편분이 빔프로젝터 찾아 작동시켜주시고,
사장님께서는 이웃분들께 어떻게 인사하면 좋을지 긴장하며 준비하셨습니다.
그 긴장이 제게도 느껴졌습니다.
따듯하고 정겨운 긴장이었어요.
설렘과 기대가 담긴 긴장이었어요.
2. 극장 이야기
# 다정한 연우네
영화 시작 한시간 전
카페 마감 시간에 맞춰 카페로 갔습니다.
사장님께서 반겨주시며 어떤 쇼핑백을 보여주셨어요.
"주산동 주민분, 그때 하영씨랑 같이 왔던 연우랑 연우 어머님이 간식을 주고 가셨어요.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네요"
카페 극장을 섭외한 연우가 일이 있어 못오게 되자
임혜연 선생님과 연우가 간식을 두고 가셨대요.
다정한 연우 가족 고맙습니다.
# 사장님의 준비
사장님께서는 관객이 도착하는대로 편하게 세팅할 수 있도록 간이 의자를 넉넉히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관객을 위해 시원한 루이보스 티를 내어주셨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에도 티가 떨어질 때 마다 그때그때 물병을 채워주셨어요.
"커튼이 암막 커튼이 아니어서...
화면이 잘 안보이면 어쩌죠?"
"등받이 없는 의자는 불편할텐데..
일단 이 의자들로 앉아야겠어요."
관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사장님의 모습이
그 순간만큼은 카페 사장이 아닌 극장 주인이셨습니다.
# 어둠이 내려앉은 밤
관객이 걸어오시는 그 걸음을 헤아려
사장님께서 유동적으로 시간을 조율하셨습니다.
그동안 관객들은 가져온 간식들을 나눠먹었습니다.
유경이네가 가져온 닭강정과 나쵸
규랑 재원이가 가져온 팝콘과 감자칩
선빈 규리네 극장에서 먹고 남은 초콜릿
그걸로 풍족했습니다.
"이제 시간이 되어서 영화를 시작하려고 해요."
사장님께서 준비하신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사장님께서는 마라톤처럼 천천히 오래보고 달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 마을, 이 동네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이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으나,
이렇게 주민분들을 만나니 용기가 생기신다고 하셨어요.
사장님의 떨리는 목소리와 이웃들의 경청.
사장님이 제게 앞서 얘기하셨던 지난 삶에 관한 이야기와
이 마을에 녹아들고 싶다는 소망이 이웃들에게 전해질 때
알 수 없는 일렁임이 제 마음에 가득했어요.
그야말로 따뜻함의 현장이었어요.
-
사장님께서는
카페니까 커피 관련 영화를 볼까
아이들이 많이 오니까 애니메이션을 틀까 고민하시다가
이 영화를 고르게 된 까닭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사장님이 고르신 영화 '투게더'는, 중국어를 전공하신 사장님께서 중국 극장에서 처음 봤던 영화라 의미있는 영화였습니다.
8살 유경이부터 어른 이웃 선생님들까지
다함께 사장님이 고른 영화를 봤어요.
웃긴 장면에선 다같이 큭큭 웃기도 했어요.
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밤하늘이
문을 닫은 카페라는 그 공간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어찌나 근사한지요.
# 인사하는 사이
"어디 사는 누구라고 가족별로 인사해주세요."
수줍게 소개하는 호숫가마을 이웃들,
그 소개 하나하나를 귀담아 들으시는 사장님.
이름 모르는 관객에서, 같은 동네 사는 이웃으로.
관계가 움텄습니다.
영화를 보고 사장님께 하고싶은 말을 적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은우 서로 하윤이가 종이와 펜을 나눠주고 걷었습니다.
이웃들의 정성스런 쪽지 하나하나를 받으신
이웃카페사장님의 마음..
"마을분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을 만들었어요."
사장님께 그날 저녁 받은 문자로
그 마음이 얼마쯤 헤아려집니다.
# 극장 정리
이렇게 늦게까지 카페에 남아본 적 없으시다는 사장님,
극장주의 이른 퇴근을 위해 많은 의자는 이웃분들이 옮겨주셨습니다.
그리고 각자 먹은 간식은 도로 정리해 들고 돌아갔습니다.
"사장님 이건 어디에 둬요?"
"사장님 의자 이렇게 둘까요?"
"테이블은 그대로 두면 되나요?"
"화장실은 어디에요?"
"카페에서 뭐뭐 팔아요?"
사장님은 어느새 이런저런 대화를 하시느라 바쁘셨어요.
그런 사장님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그렇게 호숫가마을의 새로운 이웃
이웃커피로스터스 사장님의 극장은 막을 내렸고
사장님과 마을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시작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이웃커피로스터스 사장님의 극장은 막을 내렸고
사장님과 마을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 시작될 겁니다.’
“이름 모르는 관객에서, 같은 동네 사는 이웃으로.”
설레요. 기뻐요. 감사해요.
손님들 모두 떠난 고요한 카페에서 이웃과 함께 본 영화
아직 남아있는 커피향
주황 불빛
흰벽에 일렁이는 광선
바이올린 선율
사장님의 떨리던 목소리와 환대
이웃들의 수줍은 자기소개와 감사
‘감사 감동 감격’ 카페 극장 종영과 새로운 시작 축하합니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