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작 소품>
옷걸이
우 종 구
봄볕 한 움큼 설핏 들어선다
천지에 쏟아 붓고도 남은 따뜻한 빛이
구석진 나의 자리에까지
오늘의 생각은
오직 오늘 하루 꿋꿋이 버티어내는 것
옷들이 화려한 색깔로 바뀐다고
나의 어깨가 이렇게 가벼워진다고
잠잠하던 바깥이 지천의 꽃들로 시끌벅적 하다고
나는 절대 꽃피울 수 없다
나는 안다 그래서 개의치 않는다
시절은 언제나 가고 또 오는 법
아무리 내가 눈부시게 치장하여도
내가 지고 있는 이 무게를 다 내려놓아도
나는 이 구석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색깔도 모양도 내 것이 아니라는 걸
비 오고 눈 오고 꽃 피고 꽃 지고
그 모든 것은 옷들의 것
나는 늘 이 구석 자리에서
노심초사 그대들만을 기다리는 옷걸이
깃을 다듬어 세우고 활기찬 아침을 나선 녀석들
기진맥진한 몸으로 들어서는 저녁이면
그저 안쓰럽다
늘 이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옷을 받아 걸지만
내가 무너지면 이 공간은 뒤죽박죽 되는 것
이제 몸 구석구석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자꾸 기울어진다
저 심심한 벽에라도 기대고 싶다
그러나 버티자 구석 자리 외로움으로 버티자
* 대구문학 107호 / 2014. 4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