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시인
1960년 충남 청양에서 출생. 1986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대학일기』, 『마른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말똥 한 덩이』 등과 시론집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시 쓰기와 읽기의 방법』 그리고 논문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가 있음. 1회 신라문학대상과 4회 윤동주상 문학대상 수상. 현재 계간『불교문예』 편집주간.
되돌아보는 저녁
- 공광규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
그 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잠시 쉰다고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발들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여린 꽃들
햇볕에 그을린 시골동창생의 사투리
푸짐한 당숙모의 시골밥상
어머니가 나물 뜯던 언덕에
누이가 좋아하던 나리꽃 군락
시래기 한 움큼
— 공광규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 치는 식당 주인에게 회사원은
미안하다며 사과했지만
막무가내 식당 주인과 시비를 벌이고
멱살잡이를 하다가 파출소까지 갔다
화해시켜보려는 경찰의 노력도
그를 신임하는 동료들이 찾아가 빌어도
식당 주인은 한사코 절도죄를 주장했다
한몫 보려는 식당 주인은
그동안 시래기를 엄청 도둑맞았다며
한 달치 월급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
시래기 한 줌 합의금이 한 달치 월급이라니!
그는 야박한 인심이 미웠다
더러운 도심의 한가운데서 밥을 구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래, 그리움을 훔쳤다, 개새끼야!”
평생 주먹다짐 한번 안 해본 산골 출신인 그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미운 인심에게
주먹을 날렸다
경찰서에 넘겨져 조서를 받던 그는
찬 유치장 바닥에 뒹굴다가 선잠에 들어
흙벽에 매달린 시래기를 보았다
늙은 어머니 손처럼 오그라들어 부시럭거리는.
[출처] 공광규의 <시래기 한 움큼>|작성자 이병렬
엄마의 저녁
공광규
요즘 깍두기 모서리가 삐뚤빼뚤하고
오이무침 두께가 들쑥날쑥 입니다.
어제는 양파를 썰다가 손을 베었는데
손끝이 아니라 가슴이 아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묵은 무를 썰다가
구멍이 숭숭한 내 몸을 보았습니다.
저녁 밥상에 국그릇을 올리는데
남편이 또 반찬 투정을 하더군요.
“바람 든 것들은 못써, 맛없으니 버려!”
화들짝 놀란 나는 국을 발등에 쏟았지요.
넘지 못할 곳을 넘어 다니다보니
손발이 이렇게 험해지나봅니다.
화장대 앞에서 연고를 바르다가 문득
집을 나갔던 엄마를 생각하였습니다.
도마소리가 유난히 엇박자 불협화음이었던
제 나이쯤이었을 때 엄마의 저녁을.
파혼
작년엔 홍매 아래서
붉은 얼굴이 다정했고요
올해는 청매가 환해
흰 이마가 아름다웠어요
봄바람에 매화 흩날리기 전
당신을 파혼시키러 가겠습니다
이런 일도 먼 후일엔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지나는
한 점 눈발이겠지요.
계간 『문학청춘』 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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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밥그릇에 평생 입을 처박고 사느라
죽는 날까지 땅만 보고 사는 짐승이 있다
살아서 고개를 쳐들어본 적이 없는 이 짐승은
손발이 묶여 넘어져 죽는 날에야 하늘을 처음 본다
목에 칼이 박혀 쿨럭쿨럭 피를 쏟아내면서도
저게 하늘이구나 하고 웃고 있는 짐승
평생 구수에 입을 처박고 산 자신이 우스워
목이 잘린 뒤에도 마냥 웃고만 있는 것이다
친구 사무소 개소식 날
고사상 위에 앉아있는 삶은 돼지머리에 절을 하고
돌아섰다가는 자꾸 되돌아보는
웃음부처
계간 『시와 세계』 2010년 가을호
지족해협에서
—유배일기 1
갯가 푸조나무 아래서 가을단풍을 등불 삼아
향교에서 빌려온 『주자어류』를 읽다가 내려놓고
통무를 넣고 끓인 물메기국 한 그릇을 비웠습니다
해안을 한참 걸어가 만난 곳이 지족해협이라던가
연을 날리는 아이들과
굴과 게와 조개와 멍게를 건지고
갈치와 전어와 쭈꾸미를 잡는 노인들을 만나
이곳 풍물을 묻고 즐거워하였습니다
갈대를 엮어 올린 낮은 지붕에는
삶은 멸치들이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는데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모습을 닮았더군요
아하, 이곳에서는 멸치를 미르치라 부른다는데
용을 미르라고 부르니 미르치는 용의 새끼가 아닐는지요
미르라고 부르는 은하수 또한
이곳 바다에서 올라간 멸치 떼가 아닐는지요
참나무 말뚝을 박은 죽방렴 아래에서는
남정네들이 흙탕물에 고인 멸치를 퍼 담고 있었습니다
흙탕물 바가지에 담긴 멸치들을 보면서
인간의 영욕이라는 것이 밀물 썰물과 다르지 않고
정쟁(政爭)에서 화를 당하는 것은 빠른 물살을 만나
죽방렴에 갇히는 재앙과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삶기고 말라가는 지붕 위의 멸치와 다름이 없는 이 몸은
남해의 물을 다 기울여도 씻지 못할 누명이거늘*
오늘 밤,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이 그리울 뿐입니다.
————
*『사씨남정기』구절에서 인용.
별 닦는 나무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삶이 지고 싶은 나를
월간 『현대시학』 201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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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가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 자꾸 폭설로 지워 주신다.
완행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광화문에서
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
넓고 빠른 길로
몇 군데 정거장을 거쳐
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
완행버스를 탔다
이 길 저 길 좁은 길을 거쳐
사람이 자주 타고 내리는 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추어탕 집도 지나고
파주옥 앞도 지나고
전주비빔밥 집도 지나고
스캔들양주 간판과
희망맥주 앞을 지났다
고등학교 앞에서는 탱글탱글한 학생들이
기분 좋게 담뿍 타는 걸 보고 잠깐 졸았다
어느새 버스는 뉴욕제과를 지나서
파리양장점 앞에서
천국부동산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천국을 빼고는
이미 내가 다 여행 삼아 다녀본 곳인데
완행버스를 타고 가며
남원, 파주, 전주, 파리, 뉴욕을
다시 한 번 다녀온 것만 같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녀오고
스캔들도 다시 일으켜보고
희망을 시원한 맥주처럼 마시고 온 것 같다
직행버스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을
느릿느릿한 완행버스로 다녀왔다
잃어버린 문장
푸장나무 향기가 풋풋한 마당
쑥대를 태우며
말대방석에서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별과 별을 이어가며 썼던 문장이 뭐였더라?
한 점 한 점 보석으로 박아주던 문장
어머니의 콧노래를 받아 적던 별의 문장
푸장나무도 없고 쑥대도 없어
밀대방석을 만들던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 무릎마저 없어
하늘공책을 펼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문장
별과 별을 이어가던 문장이 뭐였더라?
한 점 한 점 보석으로 박아주덕 그 문장이.
무량사 한 채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에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얼굴 반찬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서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시집 『말똥 한 덩이』(실천문학사, 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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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수종사 풍경
양수강이 봄물을 퍼 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과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을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겨울 산수유 열매
콩새 부부가
산수유나무 가지에 양말을 벗고 앉아서
빨간 열매를 찢어먹고 있다
발이 시린지 자주 가지를 옮겨다닌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는 발 네 개가 꼭
붙잡을 때도 좋아 보이지만
열매 하나를 놓고 같이 찢을 때가
가장 보기에 좋다
하늘도 보기에 좋은지
흰 눈을 따뜻하게 뿌려주고
산수유나무 가지도
가는 몸을 흔들어 인사한다
잠시 콩새 부부는 가지를 떠나고
그 자리에 흰눈이
가는 가지를 꼭 붙잡고 앉는다
콩새 부부를 기다리는 사이
산수유나무 열매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공광규 시인
놀랜 강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모과꽃잎 화문석
대밭 그림자가 비질하는
깨끗한 마당에
바람이 연분홍 모과꽃잎 화문석을 짜고 있다
가는귀가 먹은 친구 홀어머니가 쑥차를 내오는데
손톱에 다정이 쑥물 들어
마음도 화문석이다
당산나무 가지를 두드려대는 딱따구리 소리와
꾀꼬리 휘파람 소리가
화문석 위에서 놀고 있다.
애장터
입을 꾹 다문 아버지는
죽은 동생을 가마니에 둘둘 말아
앞산 돌밭에 가 당신의 가슴을 아주 눌러놓고 오고
실성한 어머니는 며칠 밤낮을
구욱구욱 울며 마을 논밭을 맨발로 쏘다녔다
비가 오는 날마다
누군가 밖에서 구욱구욱 젖을 구걸하는 소리가 들리면
어머니는 “누구유!” 하며 방문을 열어젖혔는데
그때마다 산비둘기 몇 마리가
뭐라고 뭐라고
젖은 마당에 상형문자를 찍어놓고 돌밭으로 날아갔다
어머니가 그걸 읽고 돌밭으로 가면
도라지꽃이 물방울을 매달고 서럽게 피어 있었다.
말똥 한 덩이
청계천 관광마차를 끄는 말이
광교 위에 똥 한 덩이를 퍽! 싸 놓았다
인도에 박아놓은 화강암 틈으로
말똥이 퍼져 멀리 멀리 뻗어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잘게 부순 풀잎 조각들
풀잎이 살아나 퇴계로 종로로 뻗어가고
무교동 인사동 대학로를 덮어간다
건물 풀잎이 고층으로 자라고
자동차 딱정벌레가 떼 지어 다닌다
전철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
사람 애벌레가 먹이를 찾아 고물거린다.
압록 저녁
강바닥에서 솟은 바위들이 오리처럼 떠서
황홀한 물별을 주워 먹는 저녁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 강도 저와 닮아
속마음과 겉 표정이 따로 노나 봅니다
강심은 대밭이 휜 쪽으로 흐르는 것이 분명한데
수면은 갈대가 휜 쪽으로 주름을 잡고 있습니다
대밭을 파랗게 적신 강물이 저녁 물별을 퍼 올려
감나무에 빨간 감을 전등처럼 매다는 압록
보성강이 섬진강 옆구리에 몸을 합치듯
그대와 몸을 합치러 가출해야겠습니다.
걸림돌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달빛 호수
수천수만 장 연잎이
수면 위로 손을 뻗고 있네
공연장 무대를 향해 손을 뻗은
수천수만의 관중이네
달을 잡으려고 달빛을 받으려고
환하게 상기된 연꽃
달과 달빛은 연잎에 고이지 않고
호심에 호면에 둥 둥 떠있네
아름다운 것은 잡히지 않네
연잎은 달을 잡아본 적이 없네.
시골집에 가면서
휘어진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니
길이 왜 곡선으로 나 있는지 알겠네
아쉬워라, 논길에서 뱀을 만난 듯
진흙탕을 직선으로 달려가다 넘어진 친구들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가면서
사선으로 어깨가 기운 사람들을 만나보니
늙어가는 나의 등이
왜 비탈로 저물어 가는지 알겠네
노을을 날개에 묻히고 온 새가
추녀 끝에 흐린 전구불로 매달리는 흙집
입매가 감나무 잎처럼 둥근 영정사진을 꺼내
해와 달이 둥근 비밀을 물어야겠네.
아침 풍경
회화나무에서 쥐똥나무 울타리로
쥐똥나무에서 명자나무 가지로
아침 새들이 옮겨 다닌다
새는 나뭇가지와 나뭇가지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악보를 열심히
공중에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의 몸에 햇살이 쏟아지자
햇살이 깃털을 켜는지 깃털이 햇살을 켜는지
소리가 맑고 높다
새가 명자나무에서 수수꽃다리나무로
화락! 자리를 옮기자
붉은 질투가 꽃잎으로 진다.
적당한 거리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수목정원 한쪽
바위에 기댄 소나무 허리에 흉터가 깊다
일생을 기대보려다 얻은 상처인 것이다
일곱 가지 보물로 지은 법당이 있고
한량없는 하늘 사람들이 산다는 도솔천
지장보살도 어쩌지 못하는 관계가 있나 보다
내원궁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진달래꽃과 생강나무꽃이 거리를 두고 환하다
당신과 나, 적당한 거리가 도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