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 사랑병원으로 오니 모두가 반겨주었다
S선생도, 시흥에서 영수형도 와주었다
주치의도 호흡기를 떼었음을 반겨주었다
케어의 방법도 바뀌었다
도착하자 마자 간병 여사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도착하면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스스로 곁으로 오시기도 했다)
함께 기저귀 보고 사타구니 소독과 연고
그리고 파우더로 마무리 하고 몸을 돌려
왼쪽과 오른쪽으로
번갈아 소독과 연고 바르기
끝나면 여사님은 돌아가시고
눈에 안약넣기
타올로 머리감기, 면도하기, 코털정리하기
석션하고 가래통 비워 달아놓기
정신없이 한시간이 지나갔다
약초물 네병은 변함없이 가져갔다
간병 팀장님은 당신들 냉장고에 보관해 주시며
과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손이 닿지않아도
꼬박꼬박 동생에게 챙겨주셨다
얼마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그러는 동안 동생은
눈도 또렷해지고 손과 발을 올리게 되었다
오전과 오후 물리치료가 시작되었다
반년이 지나자 배개에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간다고 하면 손을 흔들었다
간병 여사님의 농담에는 사래가 걸릴만큼 웃기도 했다
한참을 못가면 팀장님이 영상통화를 걸어주시기도 했다
복지사를 2년 정도 할 때의 일이였다
서초동 아파트 거실에 와상의 모친을 눕혀두고
간호하는 아들을 본 적이 있다
요양사와 교대로 모친 케어를 하고 있었다
요양원에 모시자는 며느리와 불화로 결국
이혼을 하고 아들은 어머니를 택했다
난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아들 길을 막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전후 사정을 만약 알았다면 저 모친은 스스로
요양병원으로 들어갔을 텐데
누워있으니 달리 흐르는대로 맡길 뿐이었겠구나 했다
지금은 어떠고 있을까
아들은 행복했을까 어머니는 어떠했을까
강이 흐르듯이 그저 흘러갈 뿐이다
나야말로 저 상태로 좋아진다면 집을 구해
집에서 요양사와 교대로 케어를 하고
와상전문 휠체어를 구입해 장애인 콜택시에
태워 바깥구경을 해줄 수도 있겠구나
그런 야무진 꿈을 꾸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발등이 골절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보름을 못가니 팀장님이 영상 통화를 걸어주셨다
사고는 내게 목발과 휠체어를 선물했다
동생이 새 휠체어를 고대하고 기다렸는데
사고난 해 일월초에 와서 한 열흘 타고는 모셔져 있었다
결국 그 휠체어를 내가 석달을 타게 되었다
연결되는 시간의 거미줄들을 의식하게 되었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내려가
"얘 니가 못 탄 휠체어를 지금 내가 타고 있구나"
"내가 목발을 짚고 왔단다"하면서 목발을 코앞에
보이면 걱정 반 놀람 반인 표정을 짓다가 피시식
웃곤 했다
다시 사월 또 다시 고비가 오고
담당 의사는 보고 싶어 할 사람들을 부르라고 했다
꽃들이 만개하고 새들이 울자 생명의 선은
다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새 휠체어는 결국 내가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