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을 감상하였다.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 영화이다. 일천만 이상의 관객을 두번이나
실현한 윤제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
이 있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과 함께 나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분
이었기에 영화 내용이 자못 궁금하였다.
영화는 만주 지방의 설원(雪原)을 외롭게 걸어가는 안의사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로 전개되는 장면은 만주에서의 의병 활동, 브라디보스토코에서 이등박문을
저격하려는 거사를 준비하는 장면, 가족들과의 단란한 시절, 하얼빈 역에서의 거사,
옥중 생활과 재판 장면,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안의사의 최후 장면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감돌았다.
그 어렵고 고단했던 시대를 살다 간 선인들의 고통이, 그리고 조국 광복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헌신한 선열들의 노고, 이 영화에 마치 삽화처럼 참여한 조선의 궁녀로 분(粉)
하여 모시던 명성황후의 복수를 결심하고, 이등박문 측근에서 기회를 노리다가 실패
하면서 달리는 열차에서 차디찬 강물로 투신한 궁녀(김고은 분)의 슬픈 최후, 그밖에
의병활동 중에 전사하여 목숨을 조국에 바친 숱한 의병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애잔한
감정이 들었다.
여러 연기자들의 열연도 감동을 주었다.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 어머니 역의 나문희,
궁녀역을 맡은 김고은, 그밖에도 안의사의 거사를 돕기 위해 헌신한 최재형, 우동하,
조도순 등의 배역을 맡아서 열연한 연기자들의 연기도 보기 좋았다.
나는 몇년 전 부터 안의사의 순국을 주제로 단막극에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다. 그리고
안의사의 어록이나, 어머님의 편지 등에 대해 내 나름대로 탐구도 하였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좀 아쉽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먼저, 거사 이전의 스토리가 늘어지다 보니 정작 안의사의 이등박문 저격에 대한 명분을
부각시키는 부분이 좀 약했다는 생각이다. 검찰의 심문과 재판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좀 더 부각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있었다. 안의사의 저격 명분과 동양평화 사상도
관객들에게 좀 더 각인시켰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안의사의 옥중 생활에 대한 일화도 많은 데, 대체로 생략된 것들이 많아서 이
또한 아쉬웠다. 우리 동포들에게 부탁하는 당부도 큰 의미가 있을텐데, 유해 처리에만
촛점이 맞추어진 듯 하여 아쉬웠다. 아울러, 최근에 안의사의 유해 매장 장소가 구체적
으로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를 간과한 점도 좀 아쉬었다.
그렇지만, 비록 우리 민족이 비교적 익히 알고 있던 안의사지만, 이 영화를 통해 우리들
에게 새롭게 안의사의 위업(偉業)을 부각시킬 수 있게 해준 점을 감사한다.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열연한 연기자들은 물론, 배후에서 수고한 모든 관계자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