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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5. 01
▶ '살만한 세상' Vs. '살만한 세상 만들기'
이번주 가장 핫(hot) 한 인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은 윤여정 씨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윤여정에게 스며드는 현상을 말하는 '윤며들다'라는 신종어가 생겼을 정도입니다.
윤여정 씨가 폭발적 관심을 끈 이유에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이라는 후광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그의 인생이 성공과 실패, 좌절에 이은 바닥에서의 재기와 또 다른 삶을 향한 성공적 인생 여정이 우리 사회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공감을 얻고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어록'에는 삶의 진정성이 묻어납니다.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내가)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같아. 나는 내가 극복했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다 아쉬워. 난 웃고 살기로 했기 때문에 내가 헛소리를 좋아해요" "1984년 이혼한 뒤 돈을 벌기 위해 단역부터 다시 연기를 시작했죠. 보조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대사를 외워서 남한테 피해를 안 주자가 처음에 저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주옥 같은 말씀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말씀은 "진짜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해. 정말 재밌어, 진짜~~"입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겪고 인생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정을 찾은 중·장년 이후에나 '감히' 내뺃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위치에 있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입니다.
칼럼을 쓰고 있는 저를 포함해 50대 이상 오늘날의 기성세대가 '한 번 살아볼 만한 인생'을 살 수 있기까지 숱한 시련과 좌절을 딛고 본인들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내 모습'이 '내 노력의 결과' '내 덕분'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잠시 갖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짚어보면 '오늘날의 우리 기성세대'는 우리의 부모, 조부모 세대의 헌신을 딛고, 행운까지 잇따른 덕분에 '살만한 인생을 살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자명해집니다. 노력한 만큼, 노력한 만큼은 아니지만 노력에 비례해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지 2030 자식세대들을 보면서 뼈저리게 느낍니다.
우리 기성세대는 윗세대로부터 많은 유산을 노력 없이 그저 물려받았는데, 우리는 자식세대에게 '온갖 부담과 짐' '절망' 만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큰 근심이 됩니다. 그래서 "내 인생은 진짜 한 번 살아볼 만한 인생이었고, 지금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녀들에게 "(너희들의 인생도) 한번 살아볼 만해. 진짜 재밌어"라고 말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윤여정 신드롬에 대한 공감과 위로·힐링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또 다른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9일 제주도청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화가 이중섭의 대표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총 12점의 원화가 제주도에 기증됨에 따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 소장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건희 컬렉션, '부자가 세상에 주는 영원한 선물'…'살만한 세상을 만든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유산 26조원 중 60%를 사회환원 한다는 뉴스 역시 이번주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가가 금융대출 상담까지 해가며 5년에 걸쳐 분납하는 12조원의 상속세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석민의News픽]에서는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12조원이 엄청나게 큰 돈인 것은 틀림없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1회성 재난지원금'으로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고, 미래세대에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주는 의미 있는 종잣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지금까지 해온 행태를 볼 때, 이건희 회장의 엄청난 상속세도 '푼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래서 별 의미를 안 둡니다.
사회환원 출연금으로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를 설립·운영한다는 계획은 큰부자 이건희 회장이 두고두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셈이 됩니다. 소아암·희소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 1만7천명의 치료비 지원 계획도 생명과 희망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부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사회적 기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자를 부러워 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만한 시대적 상황이었던 것도 이해는 갑니다. 부자라고 하면 '정경유착' '투기' '갑질'부터 생각나는 것이 오늘날 한국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적 사회적 약자에게 '갑질'이나 해대는 부자가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리 없습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거나 다른 이를 모욕하고 불행하게 하지 않습니다. 행복바이러스는 코로나19 보다 더 전염성이 강합니다. '행복한 부자' '존경받는 부자'를 많이 볼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살만한 세상'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국난(國亂)의 상황에 직면한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도 이만큼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견디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았는 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자손만대에 전해질 '행복바이러스'를 우리사회에 남겼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건희 컬렉션 이야기입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국보 14건과 박수근·모네 등 국내외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해 무려 2만3천여 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이 소장품들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미술관에 기증되어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 세계인을 기대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감정가 기준으로 최소 1조원에 이른다는 말도 있습니다. 예술품을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가치를 돈으로 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권의 수준에 따라 한순간 푼돈이 될 수 있는 12조원의 상속세보다 '이건희 컬렉션'이 우리사회에 훨씬 더 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합니다.
2030 청년세대와 미래세대들에게 이런 멋진 사회적 유산을 남긴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 이후 손꼽힐 만한 대사건입니다. 이제 가난하든 부자든, 많이 배웠든지 적게 배웠든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입장권 한 장' 사서 또는 무료로 '대한민국 최고 부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던 부자'가 즐기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을 즐기는 국민 모두가 그 순간 만큼은 '세계적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 1가구1주택 기준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주택이 작년보다 21만5천 호 이상 늘어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 서민·중산층 잡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오리무중?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찬사'와 '감동'을 보시면서 "쓸 데 없이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 것입니다. '쓸 데 없는 소리'는 아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배부른 소리'인 것은 맞습니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의·식·주인데 이것을 기본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예술' 운운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배부른 헛소리'입니다.
서민·중산층의 가장 큰 고민은 의·식·주 중에서도 '집'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지난해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180석 거대 범여권의 힘으로 밀어붙여 시행했습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그 결과는 역시 우려했던 대로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고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남권보다 동대문구(28.4%) 도봉구(28.3%) 노원구(27%) 금천구(25.8%) 성북구(25.6%) 은평구(25.1%) 강북구(23.7%) 등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저렴한 지역의 전셋값이 더 폭등했습니다. 세종시의 전셋값은 무려 50% 정도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강남 3구 등 인기 주거 지역의 세입자들이 서울 주변으로 밀려나면서, 그 여파가 서울 외곽의 서민 주거지역에까지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의 가장 큰 지지층인 중산층 이하 집 없는 서민들을 자신들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만들었습니다.
이것 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신혼부부나 2, 3인 가구가 가장 선호하는 서울지역 중소형 아파트(20평대 중반~30평대 초반)의 평균 가격을 10억원 정도로 껑충 뛰게 만들었습니다. 1년 사이 무려 2억원 가까이 뛰었습니다. 하위 20%에 속하는 아파트 가격도 5억원을 넘겼습니다. 청년과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앗아간 문재인 정권입니다.
중산층은 공시가 폭등에다 '징벌적' 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부글부글 합니다. '내 집 가진 죄인'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큰코' 다친 정부·여당은 좌충우돌 우왕좌왕입니다.
26일 "부동산 세제 논의는 당분간 없다"던 민주당은 바로 그 다음날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가 끝난 뒤, "6월 1일 공시지가가 확정되는 만큼 5월까지는 조속히 당의 입장을 정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유동수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고 했습니다.
폭등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세(7, 9월), 종부세(11월)가 잇따라 부과돼 고지서가 날아갈 경우 내년 3월 대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선거' '표'와 연결시켜 생각하고 행동하는 민주당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지켜보도록 합시다.
▶ 한국인이 못사는(No buy) 서울 아파트, 중국인이 샀다!
최근 서울세관은 관세 포탈 자금 등 불법 자금을 쓰거나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채 아파트 55채(시세 840억원)를 사들인 외국인 61명을 적발했습니다. 이중 중국인이 3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국 청년과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중국인 등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강남 아파트 등을 싹쓸이 했다는 소식에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일부 중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구매 자금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불법 '코인 환치기' 수법으로 마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중국에서 구입한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로 들여와 비싸게 팔아 환전한 뒤 다시 중국으롤 송금하는 '차익 거래'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외국인 거주자 및 국내 비거주자가 이달 1~13일 사이 중국으로 송금한 금액이 9천759만7천달러(약 1천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월평균 송금액의 10배가 넘는 엄청난 돈입니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중국인(일부 북한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이 얼마나 불법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는지 추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번주 중에 가상화폐 관련 대책기구를 만들겠다던 민주당은 "당내 특별한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당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대책을) 살펴보겠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 대변인)"면서 한 발 물러섰습니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상화폐 정책을 부각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자칫 2030 세대의 분노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어정쩡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이번 만이 아닙니다. 가상화폐 투기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전담 부서를 만들고 국회도 관련 규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모두 흐지부지 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의도적 방치' 모두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실 소속 검사가 가상화폐 거래소 업체로 이직하려고 사표를 냈다는 사실이 27일 알려지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지난 19일 법무부 등 10개 중앙 부처는 가상화폐 관련 불법행위를 합동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겠다. 거래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박범계 법무부의 '내로남불'이 또 한 번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8일 법무부는 '해당 검사가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로 이직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심사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문제 검사가 사직 의사를 철회한 것은 아닌 만큼 사표는 그대로 수리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좀 조용해지면 은근슬쩍 당초 계획대로 모든 것을 추진하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의심해 봅니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문재인 정권답지 않은 탓입니다.
▲ 2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사저 공사터. 청와대 관계자는 "먼지나 소음 발생 가능성에 대한 주민 우려 대문에 철저히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잠시 공사를 멈췄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 국민은 안중에 없는 '참 나쁘고 무능하며 좀스런'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진통을 겪으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릴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판문점 선언은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평화의 이정표"라며 "이제 오랜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말과 태도·행동(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국제정세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대통령의 '독백성'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에 앞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유가 있을 때는 모든 나라가 연대해 협력을 말했지만, 자국의 사정이 급해지자 국경 봉쇄와 백신 수출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인 백신 부족과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 강대국들이 백신 사재기"를 백신 수급난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국내 코로나 백신 파동과 논란이 문재인 정권 자신들의 실정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 때문'이라는 전형적인 '남탓'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입니다. 냉혹한 국제관계 속에서 '자국민 우선주의'는 모든 국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북한 김정은과 중국만 바라보는 문재인 정권의 시각에서는 '자국민 우선주의'가 너무나 이상해 보이는 모양입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비웃기나 하는 듯, 대통령 발언 직후 '여유분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6천만 회분을 외국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구축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 국 중 하나인 인도에서 연일 30만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비상사태가 터지자,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백악관, 국무부가 모두 나서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 제한을 풀고 치료제와 산소호흡기, 개인보호장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코로나 백신 수급 실패(?)가 '미국 탓'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 탓'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입니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들만 'X고생' 하고 있습니다.
27일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6%, 전년동기대비 1.8% 성장했다고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들 중 가장 앞서 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경제의 놀라운 복원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 경제는 코로나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경제성장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하 수 있게 됐다"면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환호한 이유는 1분기 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1.0%에서 1.6%로 훌쩍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GDP가 2019년 4분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유로 '우리 경제의 복원력이 놀랍다'고 한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합니다. 2019년 GDP 성장률은 경제위기를 겪지 않은 해 중에서 가장 낮은 2.0%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12배나 큰 미국이 당시 2.3%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회복세가 OECD 주요국 중 가장 앞선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거짓' 또는 '착오'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OECD 회원국 중에서 아일랜드가 3.4%로 유일하게 +성장을 했고, 노르웨이(-0.8%)도 우리보다 성장률이 높았습니다. 중국 입국 조기 차단 등으로 대표적 방역 성공국이 된 대만의 경우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였고, 올해는 4.6%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와 접종이 지체되어 세계 주요국과 '백신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백신 접종률 1%포인트(p) 증가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전년대비 0.021%p씩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MF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40% 안팎을 기록한 미국과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6.4%와 5.3%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인구의 절반이 백신을 접종했다는 이유로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7.8%까지 높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망치 3%대 중후반보다 훨씬 높습니다. 3%대 성장률도 '11월 집단면역'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면 '자화자찬'하고 '미국탓' 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청년을 고소한 사건입니다. 2019년 7월 17일 국회 분수대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혐의(문재인 대통령 등에 대한 모욕)로 3년째 경찰 수사를 받던 청년이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가 결정되었습니다.
형법상 친고죄인 모욕죄는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나 위임을 받은 사람이 고소해야만 기소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고소인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어쨌든 '문재인 대통령이 고소한 것'은 변할 수 없습니다. 법조계 인사들은 "모욕죄 피의자는 고소 주체와 시점 등의 정보를 알 권리가 있는데도 경찰이 알려주지 않은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거짓과 위선의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별로 할 말씀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됩니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2017년 2월 19일 JTBC '썰전'에서는 또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죠. 그래서 국민이 불만을 해소하고 위안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닌가요"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본인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좀스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30대 청년에 대한 고소를 취하 하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의 부끄러움은 그를 선택한 국민의 수치이기도 합니다.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sukmin@imaeil.com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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