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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너무나 게으르게 살다 보니
인정조차 없어 진다.
개나 고양이같은 애완동물을 보살피는 일은
엄두도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배변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목욕이나 미용을 시키는 일도 귀찮고 거추장스러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들 몸으로부터 나오는 털이
여기저기 날리고 집 안 구석구석 쌓이는 게 싫다.
차라리 그들을 보살피는 시간에
나 자신을 더 보살피고 싶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좋은 것 보고 마시고 먹으며
내 눈과 혀를 더 즐겁게 하고 싶다.
물론 냥이와 댕이를 보살피고 살다 보면
몸과 영혼이 더 힐링이 된다고 하고
또
몸과 마음도 더 건강해 진다고 하지만
우선은 내 육신이 편한 게 더 좋다.
어찌 보면 나보다
더 이기적인 인간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봄.가을 이불도 며칠 전에야 비로소
여름 용으로 바궜다.
가볍고 푹신한 호텔용으로.
요즈음엔 꽃나무 같은 식물을 기르며
제 때 제때 물 주는 것도 귀찮아 졌다.
그래도 집에 푸른 색을 들여 놓고 싶은 욕심에
다육이 몇 점은 꾸준히 보살피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십 수년 전 혼자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다육이는 다른 꽃나무와 달리
한 달 이상을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아니 거의 죽지 않는다.
대신 그의 잎은 푸른 장미처럼 늘푸르고 아름답다.
며칠 전에는 스칸디아모스를 들여 놓았다.
모스는 일평생 물을 한 번도 주지 않아도 된다.
공기 중에 떠 다니는 수분을 먹고 살기 때문에
실내 습기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더구나 장마철을 앞 둔 요즈음에는 더욱 좋다.
예쁜 건 덤이다.
이렇게
댕이와 냥이를 기르는 대신
물을 자주 줘야 하는 꽃나무 대신
다육이와 모스를 기르니
집 안도 대체로 늘 깨끗해서 좋다.
그저 게으른 자의 변명에 불과 하긴 하지만...
그러나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한 번 시도해 볼만한
생활 패턴이기도 하다.
대신 호젓한 산 길을 걷다보면
나처럼 게으른 길고양이 한 마리가
무료하게 이리저리 뒹굴다가
먼 데서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며 어슬렁 어슬렁 걸어 온 후
친구 하자며
내 바짓 가랑이로 들어와
내 맨살을 간지럽히니
그 행실이 밉지는 않으나
고양이가 아니라
여인네의 살가운 몸짓이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