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둔, 사가리
삼둔(三屯) :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살둔(生屯), 월둔(月屯), 달둔(達屯)
사(四)가리 :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거리,
정감록의 삼둔(三遁)과 사가리(또는 오가리)
☞ 물-홍수와 흉년(가뭄), 전염병과 전쟁을 피하려는 피장터 -삼재(三災)가 들지 않는 복된 땅- 여덟 군데가 다 모여 있음.
☞ 정감록의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 둔(遁)
강가나 산골 안의 평평한 산기슭 너른 땅으로 사람이 마땅히 거주할 만한 곳
☞ 삼둔 : 월 둔, 달둔, 생둔(살둔)
☞ 삼둔은 강원 인제군의 점봉산~구룡령~비로봉(오대산)~계방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서편 산중(山中)
▣ 가리 깊은 계곡이나 산 속에서 밭을 일구어 사람이 살만한 땅
☞ 사가리 :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거(가)리(오가리 하면 곁가리가 포함된다)
☞ 소양강 상류 내린천의 최상류인 방태천에 흘러드는 산중의 깊은 물골로 방태천계곡(설피마을~진동리~현리)의 오른편 방태산 자락에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다.
※ 내린천(內麟川) :
홍천군 내면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 린(麟)자를 합쳐서 이름을 붙임
토정의 삼풍(三豊)
토정비결에 보면 ‘9년 흉년 뒤에 곡식 종자는 삼풍(三豊)에서 구하고 12년 난리 뒤에 사람은 양백(兩白)에서 구하라.’했다.
☞ 삼풍(세 가지 풍부함)이란 산, 물, 소나무.
☞ 양백은 태백과 소백의 두 산.
☞ 삼풍의 땅은 울진, 삼척의 경계인 응봉산 서북 사면의 세 계곡(보리골, 용소골, 음지골)아래 풍곡리(삼척시 가곡면)로 알려졌다.
※덕풍계곡 다섯개 다리 : 성황교, 버릿교, 현수교, 부추밭교, 칼등모리교
(주차장에서 덕풍마을 약 5.4km)
매년 피서철이면 유명 계곡과 해수욕장에는 사람들로 꽉 메워져 피서지인지 여름 한 철에만 형성되는 도시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래서 피서철만 되면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쉽게 찾아들지 못하는 깊은 오지이면서도 맑은 물줄기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 한다.
장마 뒤에 올 무더위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곳을 미리 찾고 있다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예언서로 유명한 정감록에서 '세상에 아무리 난리가 나도 능히 피해 살만한 곳'으로 언급한 피장처가 현대에 바로 피서지가 아닌가 한다. 수백 년 동안 우리 선조들이 인식해 왔던 피난처로 숨어 들어가 더위와 혼잡함을 피해보자.
정감록에서 언급한 피장처 중에 한 곳인 삼둔 사가리. 삼둔 사가리는 세 곳의 둔(屯)과 네 곳의 가리로 세 곳의 둔은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살둔(生屯) 월둔(月屯) 달둔(達屯)이며 네 곳의 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명지거리 등을 뜻한다.
내면 면소재지인 창촌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양양쪽으로 향하다 삼봉약수터를 못 미쳐 삼둔이 갈리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인제 상남쪽으로 들어서면서 험준한 산과 맑디맑은 계곡이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를 뒤로하고 강줄기를 따라 한 굽이 한 굽이 돌다보면 한 겹씩 베일을 벗는 내린천 상류의 비경이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모래소 유원지부터 미산계곡까지 여러 겹 에워 쌓듯이 돌다 지친 짙푸른 계곡물은 하얀 손수건을 담그면 금방이라도 푸른색이 묻어날 듯 맑고 깨끗함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10여분 정도 비경에 취해 달리다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마을이 여행객을 반긴다. 이곳이 바로 살둔마을.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이면 한 번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승용차는 물론, 4륜 구동차도 지형에 익숙한 살둔 사람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든 비포장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로가 인제 상남으로 가는 길까지 확포장되어 교통수단이 많이 발전했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인 살둔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이 방태산이다. 방태산은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 상남면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원시림을 자랑하고 있다.
방태산은 주봉인 주억봉(1444m)을 비롯, 서쪽에 깃대봉(1435m), 동쪽에 구룡덕봉(1388m), 숫돌봉(1320m)이 있으며 미산리나 살둔지역 사람들은 개인산이라고 부른다. 방태산은 개인, 삼봉, 방동약수로 유명하다.
방동약수에서 흘러나온 물은 인제군 북면의 방대천이 되고 삼봉약수에서 흘러나온 물은 홍천 내면의 주방천이 된다. 이 두 하천이 만나 내린천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홍천군 내면의 '내'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자를 합쳐 내린천이라고 한다.
방태산 주위로 퍼져있는 삼둔 사가리는 옛날부터 인적이 드물고 물이 깊은 지역으로 공기 좋고 물이 맑아 전염병이 돌지 않고 먹을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또 입구는 좁고 안은 너른 형세를 하고 있어 물(水), 불(火), 바람(風) 등 세 가지 재난이 들지 않는 즉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로 여겨져 왔다.
과거 평안도와 함경도 사람들이 주로 정감록의 말을 믿고 삼둔 사가리로 찾아들어 한때 방태산 북쪽의 아침가리나 적가리에는 수백 가구의 화전민이 살았었다고 한다. 삼둔 사가리중 '이곳에 들어가면 산다'는 뜻의 살둔(生屯)마을은 조선조 세조의 집권당시 단종복위에 가담했던 사람 중 일부가 내린천을 따라 이곳으로 숨어 들어와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살둔 사람들의 주 수입원은 고랭지서 재배하는 배추다. 10월말부터 추워지기 시작해 다음해 4월말까지 눈이 남아있는 산간마을의 특성상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은 고작해야 2~3달 정도. 그 짧은 기간 안에 그해의 풍흉이 결정된다. 이외에도 감자를 비롯 당귀, 강활 등의 특용작물과 토종봉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곳 살둔에는 초승달 모양으로 굽이도는 주방천을 끼고 배추밭 끝에 들어선 살둔 산장이 있다. 이 살둔 산장은 귀틀집과 절집의 형식을 섞어 지은 집으로 계곡과 산과 산장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한국의 살고 싶은 백대 집'중의 하나로 꼽혔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목조건물로 지어진 살둔 분교는 학생수의 감소로 폐교, 현재는 야영객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어 피장처의 역할이 현대판 피난처로 지속되고 있는 듯 한 인상을 준다.
옛 선조들이 흉년과 전염병, 전쟁을 피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피장처 살둔마을. 수백년이 지난 지금 광원리에서 몇 굽이를 돌아야 닿을 수 있던 좁고 험한 살길은 넓게 포장이 됐지만 아직도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먹을거리와 맑고 푸른 계곡, 후덕한 인심을 선사하고 있다.
내린천 살둔마을 살둔산장을 배경으로
내린천 살둔마을 살둔산장
살둔산장은 2층구조로 지어진 전통 귀틀집. 흙과 나무로만 지어진 산장 2층 다락방은 바람을 베게삼는다는 뜻으로 '침풍루'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마을의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른 아침 산장 앞을 흐르는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멀리 개인산 봉우리에 걸린 안개가 서로 힘겨루기라도 하듯 부딪쳤다 멀어질 때면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신비스러움에 빠져든다.
백담산장지기셨던 윤두선님께서 살둔산장을 짓고 얼마 후 산장을 떠나셔 지리산 토끼봉 기슭 하동 쌍계사 위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에서 기거하시다 돌아가셨는데 ... 사망 발견이 늦었었다는 애통함이 떠 오른다.
1993년 여름 휴가 내린천 살둔 마을 ~ 문암동 ~ 신흥동 오지 여행
(지금도 포장이 안된 오지로 2015년 산행 계획 코스)
가칠봉(1,240m), 응복산(1,155m), 사삼봉(1,107m) 3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삼봉약수’로 불리며 구멍 3개에서 솟아나는 탄산약수로 유명하다.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약수로 ‘실론약수’라고 불렸다는데 한군데 모였지만 구멍마다 물맛이 다르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삼봉약수는 홍천군 내면 광원리 가칠봉 계곡 ‘삼봉자연휴양림’안에 있다.
전나무, 주목, 분비나무 등 침엽수와 거제수나무, 박달나무 등의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며 울창하게 자태를 뽐내는 삼봉자연휴양림은 언제가도 좋은 곳이다.
56번 국도 돌탑 입구에서 삼봉약수까지 4㎞ 펼쳐진 숲길은 누구나‘아름답다’를 연발할 정도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90년대 초까지는 직행버스가 오후 늦게 삼봉약수산장을 들렸다 하룻밤 묵고 홍천으로 갈 정도로 알려졌던 곳으로 지금도 자연휴양림 숙박시설와 함께 옛 산장이 그대로 활용되고 있어 일찍 일어나 약수 한 모금 마시고 전나무숲과 응복산을 계곡따라 오르는 맛이란...,
70년대 중반 10월 황금 연휴 때 처음으로 양양 發 첫 버스로 구룡령 구비구비를 올라가며 바라 본 단풍은 평생 못 잊는 추억이어서인지 유난히 자주 가고 권하는 곳이다.
또한 구룡령이 지나가는 56번 국도가 우리나라 마지막 비포장길이었는데 포장 직전인 1990년12월 삼봉약수 입구에서 버스를 내려 교통편이 없어 미친 세 놈이 구룡령까지 고생고생 생고생으로 걸어 눈구뎅이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마주보며 하룻밤을 야영하고, 그 다음 해 10월 삼봉약수산장에서 ㅅ ㅜ ㄹ과 단풍에 젖어 하룻밤을 보내고 포장된 구룡령을 올라 갈전곡봉 ~ 응복산을 오르기도 했다.
그 후 난 친구들 집에 3년여를 못 가는 행운(?)을 얻어 다시 솔로 산행...
하긴 최근 귀촌 전 3년여 전 대형사고를 친 후에도 대관령 ~ 노인봉 ~ 진고개 ~ 구룡령 ~ 단목령은 굳이 산행을 강행하기도 했었군.
미쳤었지, 지금도 미쳤고, 이제는 곱게 미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