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로 읽는 세상] 냉이
입력 : 2018-02-20 19:16:34
냉이 / 김덕남
혀 같은 새순 나와
톱니가 되기까지
한 생을 엎드린 채
푸른 별을 동경했다
서릿발 밀어 올리는
조선의 저 무명치마
푸르고 여린 것들의 계절은 왔다. 혹한 속에서도 냉이, 달래가 좌판 위에 소복이 봄을 열고 있다. 냉이는 논밭, 들, 민가 주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들나물이다. 특이한 향취가 있어 이른 봄 서민의 밥상에 올라 입맛을 살려 주곤 하는 정다운 나물이다.
시인이 읊은 '서릿발 밀어 올리는/조선의 저 무명치마'란 말이 썩 어울리도록 냉이는 얼음을 뚫고 지천으로 자라나 오뉴월 하얀 꽃대를 밀어 올리도록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토종일 것 같은 냉이는 질경이, 개망초, 달맞이꽃과 같이 귀화식물이다. 동유럽, 소아시아가 원산지로 어느 곳에나 잘 적응하여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숱한 시련을 견뎌 온 우리 민족의 인내심과 긍정적인 마음을 닮았다고도 하겠다.
한국인과 결혼하고 직장을 구하는 일로 동남아 등지의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귀화하거나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습, 언어, 생활풍습 등 모든 것이 달라 그들이 받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일까.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푸른 별을 동경'하는 그들의 꿈이 이 땅에서 영그는 그날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
전연희·시조시인
출처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