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딸
지혜는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바로 고향으로 가지 않고 정류장 앞에 있는 찻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등 뒤에는 어린 딸내미가 칭얼대고 있었다. 찻집주인은 애를 업고 들어온 손님을 탐 닥치 않게 여기면서도 나가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일부러 심술을 부렸다. 종업원을 시켜도 될 것을 자신이 직접 커피를 가져다주며 탁자에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그러나 지혜는 그러거나 말거나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곳에 앉아 있다가 마침내 날이 어두워지자 다방을 나와 고향 길로 향했다. 새로 난 도로를 피해, 옛날에 학교 다닐 때, 걸어서 오가던 논둑 길 위로 걸어서 아버지 황 노인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들쳐 업은 포대기 속에서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게 있었다. 그러나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지혜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무슨 낮으로 아버지를 뵌단 말인가. 시간이 갈수록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지혜의 아버지 황 노인은 여느 때와 같이 마을 회관에서 여느 아낙네들과 어울려 화투를 치고 있었다. 많이 잃어봐야 만원도 안 되기에 편안한 놀이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황 노인은 해가 기울자 여느 때처럼 집으로 향했다. 혼자 사는 황 노인을 은근히 좋아하던 박 여사가 좀 더 있다가 가라고 말렸지만 그는 자리를 털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집은 마을 회관과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있어서 금방 다다를 수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 온 황 노인은 방에도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 벌떡 누워 티브이를 켰다. 그저 흘러나오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옛날만 해도 유명한 배우들의 얼굴이 나오던 티브이엔 이젠 알지도 못하는 젊은 남녀들이 저희들끼리 희희덕 거리며 화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황 노인을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티브이를 끌까하다가 그냥 심심풀이로 놔둬 버렸다. 가만히 누워 있다 보니 공연히 아내 생각이 떠올랐다. 그의 아내는 딸애 하나를 낳고 시름시름 앓아서 병원으로 데려갔더니 웬 놈의 암이 그리도 많은지,
췌장암이라는 치료도 못하는 병명으로 진단을 받았다. 황 노인은 하는 수없이 혼자 갓 난 지혜를 아내 대신 건사해야 했다. 아내는 몇 개월인가를 힘겹게 더 버티다가 끝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내가 죽고 나자 주변에서는 화장을 시키라고 권유했지만, 황 노인은 아내를 땅에 묻어주었다. 마침 그는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산을 조금 가지고 있었다. 비록 아픈 몸이었지만 막상 아내가 떠나고 나니 눈앞에 닥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혼자 사는 남자가 어린 딸을 데리고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 노인은 그 어린 것이 커서 나중에 대학에 들어 갈 때서야 서울로 보내고 조금이나마 숨을 쉴 여유를 가졌다. 그때 지혜는 하숙집이라는 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떻게 만났는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장에 참석을 해보니, 사위란 놈은 건장한데다 인물까지 좋아 황 노인은 마음에 들었다.
이때 사위는 지 아버지 그러니까 황 노인의 사돈이 운영하는 회사에 입사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퇴사를 하고는 프렌츠 사업이라는 것을 직접 운영 한다고 했다. 성격이 좀 콸콸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퇴사까지 할 줄은 몰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위 놈은 설 때는 꼭 찾아와 넙죽 절까지 황 노인에게 하고는 얼마간의 용돈도 손에 쥐어주고 돌아갔다. 그때엔 물론 지혜도 같이 왔지만 참으로 부러운 부부처럼 보였다.
황 노인은 소파에 누워서 슬그머니 찾아드는 잠에 반쯤 취해 있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구시냐고 문틈으로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어 그는 문을 열어보았다. 딸애가 등에 아이를 업은 채 서 있었다.
“아니, 지혜 아니냐? 네가 웬일이냐?”
지혜는 대답대신 황 노인을 보자 눈물부터 흘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일인지 우선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 하거라.”
황 노인은 등에 업힌 손녀를 받아 내리며 지혜를 안으로 들였다. 황노인은 왜 딸이 내려왔는지 대충 짐작 가는 게 있어서
“애 아버지가 또 속을 썪인 게로구나.”
그제서야 지혜는 남편과 싸우고 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 내 이미 그놈이 뭔 짓을 저지를지를 알고 있었다.”
“아무리 남편이 속을 썩인다 해도 아낙이 집을 나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예,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다른 여자와 잠을 자던 침대에서 차마 잠잘 수는 없었어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아버지는 모르시겠지만 저는 한 푼이라도 벌어 살림에 보태려고 남의 집 식당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일이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와 보니 딴 여자랑 침대에 누워 있더라구요.”
“저런 쳐 죽일 놈을 봤나. 내가 당장 올라가 아주 요절을 내버려야 겠다.”
“아녜요, 그냥 두세요. 내발로 나온 건데 그 사람을 혼내준들 뭔 소용이 있겠어요.”
“알았다. 애를 업고 오느라 고생이 심했을 텐데 안방으로 들어가 쉬거라.”
“아녜요. 제가 건너 방으로 가서 잘 께요.”
“널 위해서가 아니라 손녀를 위해서다. 어디 그 어린 것을 방바닥에 눕혀 재우겠느냐. 내 걱정은 말고 침대에 아이를 눕히고 일단 푹 쉬거라.”
“고마워요, 아버지. 제가 있는 한 아버지를 잘 모실께요.”
“이런 시집가서 잘 사는 게 효도지, 애비 속을 썩이며 뭔 효도를 하겠다는 거냐.”
황 노인은 말은 그리했지만 막상 딸을 보니 반가운 마음은 감출수가 없었다. 정말 끔찍이도 아끼며 키워왔던 딸이 아닌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딸에게 잘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튿날 황 노인이 잠을 깨고 보니 안방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혹시 애비에게 혼이 나서 서울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싶어 밭이나 들러보러 나가니, 지혜가 애를 업고 엎드린 채 밭을 매고 있었다.
“아니 어련히 애비가 알아서 맬 텐데 네가 애를 업고 웬 고생이냐.”
“아녜요, 원래 어릴 때부터 많이 해보던 일이라 손에 익어요.”
황 노인의 밭은 거의 오천 평 가까이 되는데 그동안은 힘이 부쳐 일부만 먹을 것을 심었던 곳이다. 작정을 하고 밭에 붙어있는 딸에게 황 노인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말리며 혼을 내기도 그렇고 해서 등에 업힌 애만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울다가 입에 젖병을 물려주었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잠든 손녀를 바라보니 어쩌면 그리도 지어미를 닮았는지, 대부분 자식들은 아버지 쪽을 닮는다는데 애는 친정 쪽을 닮은 듯, 딸 지혜를 말 그대로 빼다 박은듯했다. 잠든 손녀를 보고 있자니 느닷없이 먼저 떠난 아내의 생각이 나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만일 지금까지 살아있으면 손녀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지혜는 정말 부지런하게 아버지의 일을 대신해 나갔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트랙터를 갖고 있는 정씨를 불러다가 밭을 모두 갈고 곡식을 심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추와 함께 늦은 시기였지만 밭둑까지 빙 둘러 옥수수를 심었다. 배추를 심을 때는 우선 보온 비닐을 덮어야 하기에 황 노인도 그때는 밭에 나가 같이 비닐을 덮었다. 어디에서 배웠는지 밭고랑에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보온재까지 깔아놓았다. 아마도 농협 자재 창고에 가서 한 번에 비닐과 보온재를 사서 자재들을 실어다 준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혜는 밥상 앞에서 지 애비의 눈치를 살피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데 눈치 보지 말고 말해 보거라.”
“화물차를 한 대 샀으면 해서요.”
“아니, 차라니. 우리 집에 무슨 차가 필요하단 말이냐?"
“차가 있으면 농산물도 장에 내다 팔수 있고, 무엇보다도 아버님 병원에 가실 때도 모시고 갈수도 있고요.”
“네가 차를 갖고 싶어 애비 핑계를 대는 게 아니냐?
“제가 어린애 인가요. 나름 생각 하는 게 있어서 그래요.”
하긴 딸내미의 말대로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황 노인도 이미 하고 있었다. 하루에 두 번 오는 버스를 기다려 시내에 나가는 불편도 있고 해서였다.
“그래 얼마나 있으면 되겠니?”
“할부로 구입하려고 해요. 제 카드를 쓰면 되요.”
“얼마나 들기에.”
“할부로 사면 오백가까이 드는데 실가는 사백만원 이예요. 화물차예요.”
“알았다. 내가 사주마.”
“고마워요, 아버지."
황 노인은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장롱 서랍 문을 열고 오만 원 권으로 사백만원을 갖고 나와서는 지혜 앞에 내려 놓았다.
“그동안 틈틈이 모아둔 돈이다. 차를 사는 것은 좋은데 절대 사고는 내지 마라.”
“예...”
고맙다는 말이 나왔지만 목구멍 안으로 새겨 넣었다. 울컥 눈물이 나오려 했기 때문이었다. 지혜는 아버지가 펄펄 뛰실 거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기에 쾌히 승낙을 해주니 가슴 한편이 찌르르 해져서 였다. 지혜는 차를 잘 사줬다 싶게 운전도 잘하고, 어떤 때는 옥수수를 따서 시장에 싣고 나서 팔아오기도 했다.
“아버지, 옥수수 판돈 이예요.”
“아니, 네가 고생해서 번 돈인데 어찌 내가 받을 수 있느냐?”
“아녜요, 아버지. 차도 사 주셨잖아요.”
한사코 애비에게 돈을 내미는 딸내미를 이기지 못하고 돈을 받아 놓았다.
어느 날인가, 황 노인이 모처럼 마루에서 앉아 있는데, 대문 앞에서 마을 이장이 얼씬대는 게 보였다. 한동안 머뭇대더니 마당으로 들어섰다.
“어르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 사람아, 가끔 회관에서 보는데 웬 느닷없는 인사인가?”
“그래도요. 어르신께서는 마을의 기둥이 아니십니까?
그 말에 황 노인은 이장의 속내를 알게 되었다. 이장이 찾아온 것은 딸 때문인 것이다.
“여러 말 안 해도 알겠네. 자네도 주민들의 눈치를 알고 왔겠지.”
“죄송합니다. 어르신.”
“이번에 딸애 이름으로 마을 기금을 줄 터이니 주민들에게 딸애 좀 잘 보살펴 달라고 하게나.”
“알겠습니다.”
황 노인은 안방으로 들어가 얼마간의 돈을 꺼내다 이장에게 건네주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이장은 황 노인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대문 밖으로 사라졌다. 얼마 후 선미는 1톤 트럭을 문 앞에 대놓고 아버지를 불렀다. 그가 나가자 지혜는 차를 황 노인에게 구경시켜 주며. 이차를 산 것이라 했다. 적재함이 많이 녹슨 것을 보고 딸내미에게 물었다.
“몇 년이나 된 차기에 이리 적재함이 낡았냐?”
“겉은 그래도 엔진은 좋아요. 그리고 요즘은 차를 잘 만들어 십년 넘은 차들도 많이 굴러다녀요.”
“그래 알았다. 사고나 내지 말고 조심해서 몰고 다녀라.”
“예 아버지 걱정 마세요.”
지혜는 황 노인이 보아도 차는 잘 끌고 다니는 것 같았다.
김장철이 되자 그녀는 배추를 두 접 정도 차에 싣고 시장으로 나가려 했는데, 배추를 심지 않은 한 마을 사람들에게 모두 팔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한번은 반찬거리를 산다며 읍내에 장이 서는 날 황 노인도 조수석에 앉히고 같이 나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아버지를 SK 대리점으로 모시고 가더니 한사코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하나 사드렸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사각형의 물건 하나를 더 샀다.
“아니, 그건 뭐에 쓰는 물건이냐.”
“아버지, 집에 컴퓨터가 없잖아요. 테블릿 이라고 인터넷 접속도 하고 농작물 시세도 검색할수 있는 기능이 있는 기계예요.”
“황 노인은 뭔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고개는 끄덕거려 주었다.
“아버님 집에 통신선도 연결하고 티브이도 바꿀거예요.”
“아니 뭔 돈을 그리 많이 쓴단 말이냐.”
“아버지, 처음 통신선을 신청하면 티브이뿐만 아니라 현금 서비스도 받을 만큼 좋은 세월이예요. 돈 대신 옛날 티브이를 바꾸는 게 우선일 것 같애요. 지금 누가 옛날 티브이를 봐요. 다 신형으로 바꿉니다.”
딸애는 원래 신중한 터이라,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더 이상 참견은 하지 않았다. 황노인은 지혜가 시장을 보는 사이 만난 지 오래된 친구를 볼 겸 지혜의 차를 타고 그의 집앞에서 내렸다. 아마도 친구 놈은 아내와 함께 그 집에 살려니 하고 문을 두드리니 정말 친구가 문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준혁이 아니냐?
정말이지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불린적이 없는 황노인의 이름을 친구라고 거리낌 없이 불렀다. 그 친구도 나이 들어가는 것을 피하지 못한 듯,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고, 얼굴도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많이 늙었네 하고 튀어 나오는 말은 차마 꺼낼 수 없어 어디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친구는 잠깐 기다리라며 방에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정말 오랜 만이지?”
황 노인이 술잔을 권하며 말을 꺼냈다.
“그렇지, 자네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때였으니까.”
그때라는 것은 아내의 상을 치를 때라 친구는 차마 그 말을 하지는 못하고 달리 표현 한 것 같았다.“자네는 어찌 그리 안 늙는가.”
“글쎄, 마음을 비우고 살아서 그런가 보이.”
친구는 황 노인에게 술을 권하면서도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되어 불안했다.
“술이나 가득 채워. 그게 뭔가 반잔도 안 되겠네.”
“아니, 어떻게 돌아가려고.”
“응, 사실은 딸애가 집에 와 있어. 차를 한 대 사줬더니 오히려 내가 편하게 됐네.”
“그려? 딸애 시집 잘 갔다는 소문은 내 이미 들어 잘 알고 있어 어릴 때 부터 효녀라고 이곳 까지 소문이 자자했지”
“그럼 그렇게 애비를 챙기는 딸내미를 본적도 없을 거네.”
“자네가 부러우이. 나는 할 말은 아니지만, 바늘방석 같은 곳에서 지낸다네.”
“늙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도 시아버지 모시고 사니 효부가 아니겠는가.”
“그려, 그렇게 믿고 얹혀살아야지 뭐.”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가는지를 몰랐다. 문득 기다리고 있을 딸애가 생각이 나서 황 노인을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는 헤어지기가 아쉬운지. “이제는 자주 만나세.” 하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황노인은 부지런한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의 생각대로 지혜는 차를 주차장에 대놓고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다가가 보니 뒷바닥에 장을 보아온 물품들이 검은 봉지에 여러 개 올려 져 있었다.
“아니 뭘 저리 많이 산 게냐?”
“이왕 장에 나온 김에 아버지 좋아하시는 생선 좀 샀어요. 고등어란 조기 몇 마리예요. 알이 꽉 찬 게도 나와 있는데 그건 아버지 이가 않 좋으신 것 같아서 사지 않았어요.”
“그래? 고맙구나. 그런데 너무 오래 기다린 거 아니냐?"
“아녜요, 저도 방금 돌아왔어요.”
“다행이구나.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꾸나.”
“예 아버지.”
차를 몰고 오는데 어느새 어둠이 깔려오고 있었다. 황 노인은 아까 만난 친구 생각이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나이 든다는 게 모두에게 슬픈 일이구나.’
사위란 놈이 찾아 온 것은 지혜가 친정으로 내려 온지 석 달쯤 되어서 였다. 일부러 그랬는지 사위 놈은 후줄근한 옷을 걸치고 한참이나 문안을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섰다. 아내와 딸이 집에 있으려니 짐작하고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지혜는 딸을 데리고 장을 보러 나간 뒤였다. 조용한 집안의 마루위로 조심스럽게 오르더니 헛기침을 했다. 황 노인은 마침 마을 회관에서 막 돌아와 방에 있을 때 였다. 방문을 열고 보니 사위 놈이 멋적게 서있었다.
“자네가 웬 일인가?”
“장인 어르신, 정말 제가 잘못을 했습니다.”
사위 놈은 방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무릅을 꿇고 그야말로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가 한 순간 정신이 돌았던 모양입니다. 장인 어르신께서 용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자네, 잊고 살만하니 찾아와 속을 뒤집어 놓을 작정인가?”
“아, 아닙니다. 그동안 정말 많이 반성 했습니다.”
“반성? 나를 어린애 취급하려고 작정을 했나?
“그럴리가요. 그때는 눈이 뒤집혔나 봅니다.”
“왜 그 여자가 도망이라도 친 게로군.”
훤히 아는 듯 말을 하는 장인 앞에서 사위란 놈은 더 이상 말도 못하고 머뭇대고만 있었다.
“꼴도 보기 싫으니 돌아가게. 그리고 그 아파트 내가 얻어준 거 알고 있겠지?”“예, 장인어른.”
“올라가는 대로 집 비워.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던 지 아니면 팔아버리겠네.”
이쯤 되니 사위는 거의 죽을 상이 되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아파트 살 때 내 땅 오천 평이나 팔아서 마련 해 준거야. 아직도 그때 쓴 계약서 갖고 있네. 더 이상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어서 떠나게.”
사위는 정말 큰일 났다 싶어 비척거리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어쩌다 자신이 이렇게 된 것인지 스스로도 한심했다. 황 노인은 돌아가는 사위 놈의 뒷 퉁수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주일 여유를 줄 테니 그 안에 비워.”
사위 놈은 끽소리 못하고 나와서는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거는 순간까지도 혹시 아내가 돌아오지 않을까 한동안 떠나지 않고 있다가 할 수없이 돌아섰다. 그가 가고 난 한참 후에야 지혜가 돌아왔다. 여전히 분을 못 사기고 있는 아버지를 보더니
“아니, 무슨일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 못된 놈이 왔다갔다.”
“아니, 한나 아버지가요?”
“아버지라니, 그게 어디 애비 구실이나 할 놈이냐.”
“죄송해요, 아버지. 저 때문에 신경 쓰시게 해서.”
“아니다. 어쩌면 네가 남편 잘못을 눈감아 주고 집으로 돌아가야 옳은 게 아닌지 몰라.”
“다시는 그런 말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그 집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어서지 않을 거예요.”
“니 에비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가 보구나.”
지혜는 죄송하다는 말만 연실 하며 저녁 준비를 했다. 자기의 처지가 한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하루는 황 노인이 딸을 불러 앞에 앉히더니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 동안 애비가 많은 생각을 했다. 이렇게 널 붙잡아 놓고 있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물론 재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내가 너를 붙잡아 놓을 수도 없는 일 아니냐?”
“저보고 재가하라는 말씀은 다시는 하지 마세요. 아버님 곁을 끝까지 보살펴 드릴 거예요.”
“아뭏든 알았다. 하던 저녁준비나 계속 하거라.”
“예, 아버님."
그날 밥상을 치우고 방에 들어와서도 지혜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버지 연세가 팔순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마저 떠나면 어찌 혼자 사실까?’
비록 한번 출가를 했던 처지이지만, 돌아가실 때 까지는 모시고 살리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했다.
딸애가 재가 이야기만 나오면 펄쩍 뛰니 황 노인은 더 이상 재가 하라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사실 그는 한마을에 사는 한 청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는 권 노인의 아들로 나이는 서른 두 살이었다. 그도 한번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었다. 여느 농촌과 같이 시집을 오려는 여자가 없어 필리핀까지 가서 혼인식을 올리고 아내 될 여자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그 여자는 시집 온지 삼년 쯤 되어 여느 사람들이 겪었듯이 이주민 보호센터에서 남편이 때려서 못살겠다고 거짓 신고를 하고는 자기 나라도 도망을 쳤다. 결혼식 비용은 물론이려니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친정에 송금을 해달라고 해서 쓴 돈 모두가 거의 이천만원에 이르렀다. 그는 아내가 도망간 이후에 이혼신고가 아닌 혼인 무효 소송을 하느라고 또 적지 않은 돈을 써야했다. 법적으로는 총각인 셈이다. 그러기에 황 노인은 그를 마음에 두고 딸애의 심중을 떠본 것 이었다. 그러나 펄펄뛰는 딸애에게 더 이상 강요를 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시골이다 보니 제설 차량도 들어오지 않아 읍내로 나가는 길은 녹지 않은 눈으로 인해 얼어붙는 날이 많았다. 읍내를 나가지 못하니 황 노인의 집에는 반찬이 떨어진지 오래 되었다. 김치 한가지만을 반찬으로 삼아 겨울을 나야 했다. 다행이도 햇살이 오래 지속되어 어느 정도 길이 녹자 지혜는 찬거리를 사겠다고 읍내로 나갔다.
“아직 음지에는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이 있으니 조심해서 다녀 오거라.”
“아버님, 걱정 마세요. 제 운전실력 아시잖아요.”
“아무튼 조심해서 다녀 오거라.”
“예, 아버지.
딸애가 차를 몰고 나간 지 한참 후에 황 노인의 휴대폰이 울렸다. 번호를 보니 딸애한테서 온 것이었다.
“아버지, 저예요.”
“그래, 지혜야 장은 잘 보았느냐?”
“죄송해요, 아버지.”
“아니, 죄송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여기 읍내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입원이라니?”
“11톤 트럭이 운전수가 졸았는지 재차를 뒤에서 들이 받았어요.그래서 차가 엎어져 손을 조금 다쳤어요.”
지혜는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조금 다쳤다고 했지만 그녀는 손목이 부러지고 여기 저기 다쳐서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저런, 그래 어느 병원이냐?. 아니, 아니, 네가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그 병원은 안다. 읍내에서 입원실이 있는 병원은 김내과 뿐이다. 내 곧 가마.”
황 노인은 전화를 끊자마자 택시를 불러 타고 읍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딸이 누워있는 이층 입원실로 갔다. 지혜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부터 뚝뚝 흘렸다.
“아니 어떤 놈이 이렇게 만든 게냐. 그 놈은 눈도 안 달고 다닌 다냐?”
“ 그 운전수는 저도 본적이 없어요. 보험사에서만 왔다 갔어요.”
“내 차는 과실이 없어서 그 트럭 보험사에서 입원 치료비는 다 대준다고 해요.”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보았나. 네 치료비가 얼마나 들든 내가 다 낼 터이니 아무런 신경 쓰지 말고 치료나 잘 받고 있거라.‘
“예, 아버지.“
“차는 어찌되었니?”
읍내 공업사에서 견인차로 끌고 갔어요. 다 보험처리가 된대요.“
“알았다. 그나저나 네 옆에서 간호를 해야 할 터인데, 집에 선아가 혼자 있어서 가봐야 겠구나. 아무튼 맘 편히 누워 있거라. 치료 잘 받고.”
“고마워요, 아버지.”
황 노인은 그래도 딸내미가 많이 다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집에서 지에미를 기다리고 있을 손녀를 생각해서 다시 택시를 불러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 안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내 생각이 떠올랐다.
‘여보, 뭐가 그리 급하다고 남편하고 자식 남겨두고 먼저 떠난게요. 부디 혼이라도 있으면 지혜를 잘 보살펴 주구료.’
황 노인은 간절하게 죽은 아내에게 빌고 또 빌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손녀는 "왜 엄마는 안와?" 하고 황 노인에게 물었다.
“엄마는 며칠 동안 병원에 게실 건데, 아픈 건 아니고 좀 쉬었다 오라고 할비가 억지로 입원 시켰단다.”
“정말 많이 안 아픈 거지요?”
“그럼, 엄마는 네가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있으라고 당부 하였으니 씩씩 하게 엄마 올 때 까지 할아버지 하고 잘 지내는 거다. 알았지?”
“예,”
황 노인은 어린 딸이 제 어머니 걱정을 하는 것을 보니 역시 그 어미에 그 딸이라고 총명한 것이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지혜는 입원한지 일주일이 되던 날 퇴원을 하고, 차까지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병원에서는 한 일주일 만 더 있다가라고 만류했지만, 혼자 손녀까지 데리고 조석을 해결하실 아버지를 생가하면 누워 있을 수만은 없어서 돌아온 것이다. 오면서 장까지 봐왔다. 황 노인은 깁스도 풀지 않은 손으로 차까지 끌고 온 딸애에게 야단을 쳤다.
“아니, 이것아. 팔에 깁스도 풀지 않고 이게 뭔짓 이냐?”
“저 다 나았어요. 원래 깁스는 열흘이 자나서 풀면 되는 거구요.”
“알았다. 방에 들어가 푹 쉬거라.”
예, 아버지.“
말을 그리했음에도 지혜는 오자마자 주방애서 생선을 굽고 튀겨서 저녁 밥상을 차리는 것 이었다. 황 노인은 속으로 딸내미는 잘 두었구나 생각하며, 더 야단을 치면 무안해 할까봐 모르는 척 저녁을 먹었다. 황 노인은 밥상 앞에서 깁스를 풀기 전까지는 절대 운전을 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마침내 깁스를 풀던 날은 택시를 불러 타고 병원을 다녀왔다. 지혜는 깁스를 풀자마자, 차를 몰고 읍내로 나가 간간이 반찬거리를 사왔다. 황 노인은 딸이 없는 안에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다. 여자 없는 집안이 이리도 쓸쓸 할지는 몰랐다. 그동안 아내 없는 세월을 어찌 보냈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루는 딸애를 붙잡고 황노인 이 말했다.
“지금 타고 다니는 차, 폐차 하거라.”
“예? 그러면, 어떻게 시장을 다녀요. 아직 탈만 해요.”
“아니다 한번 사고를 낸 재수 없는 차를 다시 끌고 다닐 생각은 마라. 애비가 다른 차를 사주마.”
“아버님....”
“미안해 할 것 없다. 내일이라도 같이 자동차 대리점으로 나가자꾸나. 이번에는 새차로 구입을 하거다.”
“새 차 가격은 비싸요.”
“그래봤자, 이천만원 만 주면 된다. 애비가 전화를 걸어 다 물어보았다. 내일 나하고 같이 의정부 대리점으로 나가자. 현찰로 포터 한 대를 살 것이다”
“아니. 그 많은 돈을 어찌 내시려구요.”
“ 아직 까지 네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무슨...”
“ 애비가 땅 판 것은 알고 있겠지?”
“예.”
“그때 땅 판돈이 오억이었는데, 그중 이억은 네가 살던 아파를 사줬고 아직 남은 삼억으로 생활비를 쓰는 거다”
“죄송해요. 아버지, 그렇게 아끼시던 땅까지 팔아 아파트도 사주셨는데, 잘살지 못해서요.”
“그게 어디 네 탓이냐? 그 아파트도 팔려고 내놨다. 잘 안 팔리면 집없는 사람에게 싸게 세를 놓으라고 벌써 부동산 사무실에 연락을 해놓았다. 아무튼 날이 밝는 대로 의정부로 나가자.”
‘예, 아버님.“
“참 의정부 나갈 때, 인감 꼭 챙겨라.”
“아니 인감은 무엇에 쓰시려구요.”
“그냥,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르거라”
“예, 아버님.”
황노인 아침밥상을 치우는 대로 딸을 데리고 의정부로 나갔다. 차를 사기전, 도중 농협에 딸을 데리고 들어가서 “인감은 챙겨 갖고 왔겠지?.” 하고 물었다
“예."
“알았다. 그럼 입출금 창구로 가자.“
지혜는 영문도 모르고 아버지를 따라 창구 앞에 섰다. 도시라 그런지, 사람들이 밀려있어서 십 여분 쯤 기다려야 했다. 황 노인의 차례가 되자, 그는 갖고 온 통장을 주며 삼억을 찾으셨다. 그저 형식상 찾은 것이고, 바로 지혜의 통장으로 이체를 시켰다. 지혜는 처음에 내막도 모르고 통장을 만들었다가 거액을 자기 앞으로 이전해주자 깜짝 놀랬다.
“아니, 아버지. 왜 제게 큰돈을 주시는 거예요?”
“늙은 애비가 돈을 갖고 있으면 뭐하냐? 네가 잘 관리하며 집안일이며 여러 가지 일에 요긴하게 쓰거라.”
“예, 알았어요. 아버님.”
원래 완고하신 아버지의 성격을 잘 아는 터이라 황 노인이 하는 대로 딸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현대 자동차 대리점으로 데리고 가서 이천만원 넘게 현금을 주고 포터 한 대를 딸 명의로 구입을 했다. 일시불로 지급하자,
“새 차가 나오려면 이틀은 걸립 겁니다. 그동안 갖고 오신 차를 댁으로 끌고 가세요. 새 차가 오는 대로 집 앞까지 저희가 몰고 갈 것입니다. 그리고 헌차를 끌고 올 겁니다. 저희가 팔아 드릴께요.”
아마도 대리점 직원들은 중고차 매매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말했던 이틀이 아니라 삼일지 지나서 문 앞에 새 차를 갖다놓고는, 예전에 타고 다니던 트럭의 키를 달래서, 그 차를 몰고갔다. 차는 팔리는 대로 입금을 시켜준다고 했다. 황 노인은 새 차가 도착하자, 언제 준비를 해놓았는지, 막걸리 한 병을 차 주위에 뿌렸다. 아마도 사고가 안 나게 으례이 지내는 행사 같았다. 황 노인은 바로 마을 회관으로 발걸음을 옴겼다. 그리고는 얼마 안 되어 돌아오셨다.
“회관에는 왜 다녀오셨어요.”
“없는 집구석에서 웬 새 차를 샀냐고 수근 거릴께 번해서 막거리 살돈 몇푼 내주고 돌아왔다. 시골은 원래 그러하니 그리 알거라.”
“예 아버님, 이번엔 정말 조심스럽게 몰고 다닐께요.”
“그래, 새 차가 왔으니 시운전 한번 해 보거라.”
“예, 어차피 운전 할 거니 시내 좀 다녀 올께요.”
“그러거라.”
사람이란 이리도 간사 한 건지, 새 차에 오르고 시동을 걸자 부드럽게 걸릴뿐더러 주행하는데도 차 안은 조용했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반찬거리를 사다가 저녁 밥상에 올려놓았다.
“저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시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다. 집에 너와 손녀가 있는 생각을 하면, 생각만으로 애비는 기쁘단다.”
“아버지."
“왜.”
“오래 오래 사세요. 그래야 제가 모실 수 있잖아요. 민아 대학교 다니는 것도 보셔야 지요.”
“애비에게 악담을 하는 게냐. 사람은 많이 살아야 구십이면 수명을 다하는 거란다. 낸들 그리 되지 않을 리가 있겠니?”
“아녜요, 아버지. 아직까지 잔병치례 하신 적 없이 건강하게 사시니 백세도 더 사실 거 에요.”
“고맙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벌써 팔순의 나이인데, 혹 노망이 들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노망이 들게 되면 망설이지 말고 양로원으로 데려다 다오.”
“아버지, 절대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끝까지 모실 거니까요.”
“내가 딸 하나는 잘 둔 것 같구나. 참 그리고 네게 말 안 한 게 있다.”“무슨 말씀이세요.”
“남은 땅 오천 평도 네 앞으로 돌려놓았으니 잘 가 꾸거라.”
“알았어요, 아버님.”
지혜는 속에서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제 방에 들어가 한참 후에 눈물을 씻어내고아무런 일도 없는 척, 거실로 나와 저녁준비를 했다. 황 노인은 봄이 되어 날이 좋은 날, 먼저 떠난 아내의 무덤을 찾았다. 그는 아내의 무덤을 베고 벌떡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여보, 그래도 착한 딸애를 남겨두고 떠났으니 고맙구료. 어찌나 나를 잘 챙기는지 모르겠소. 이젠 당신도 편안히 쉬구료. 내 틈나는 대로 다시 찾아오리다. 부디 좋은 곳에 가서 잘 지내시구료.’
황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의 무덤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딸애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