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10. 5
“한남정맥은 도로, 절개 지를 만나 뚝뚝 끊기기도 하지만 막히기도 자주 막힙니다.”
이 얘기는 지난 6구간 산행후기에서 메인으로 잡았던 문구인데요. 막힌다고 표현 했던 예시로는 ‘사유지, 공유시설물, 군부대 철책 등등’을 들었습니다. 이런 막히는 구간을 만나면 어김없이 돌아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은 있을지언정 그나마 맥이 끊기는 황당함까지는 아닙니다.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이 말은 우리 고유의 지리 개념인 산경표(山經表)의 원리이고요. 종주 산-꾼들에게 있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속리산 천왕봉에 시작한 우리 정맥 종주대는 170여km에 달하는 한남금북정맥을 탔고 다시 한남정맥-길로 바꿔, 또 다시 180여km를 가는 중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350여km를 걸어서 이동하는 중입니다.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는 뜻은 다른 말로는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 가 되는데요. 종주 산-꾼들에게 있어 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의미는 걸어서 하늘 끝까지..?
그렇죠. 지리에서 백두까지 우리강산의 구석구석을 산을 타고 걸어서 이동 할 수 있다는 믿음인 겁니다. 헌데, 오늘 걷는 7구간 끝에선 맥이 끊긴 정맥-길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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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회색도시(灰色都市)의 이미지로 가지고 있었다는 어느 대원님, ‘와~!’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만월산(187.1m) 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여느 정맥-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집니다.
능선-길 다운 모습, 고산의 키 작은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능선-길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덕분에 사계는 탁 트였습니다. 게다가 암반(바위)들이 등산로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그뿐인가요. 7구간 대부분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면서도 고즈넉한 숲길로 채워집니다.
멀리보이는 계양산 모습과 계양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 (2024. 10. 5)
395m 계양산은 강화도를 제외한 인천광역시에서는 제일 높은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오를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산입니다. 헌데, 깨끗합니다. 시내와는 반대방향인 징메이고개 쪽은 등산객들의 발길도 뜸한 듯합니다.
산길 곳곳엔 공원들 또한 즐비합니다. 인천광역시의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해볼 때 숲은 지구의 숨구멍이라는 표현이 함축된 듯한 느낌..? 그만큼 시 외곽은 녹색지대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을 꽃 천국 ( 봄이님 사진 , 2024. 10. 5)
맑은 하늘과 가을꽃들은 덤입니다. 게다가 비타민길, 서해랑길 등등, 길 이름만큼이나 우리들 앞을 가로막는 ‘아라뱃길’ 또한 우리말 이름이나 모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아리랑의 후렴구 ‘아라리오’에서 따왔다는 ‘아라’, 여기에 뱃길을 붙여 ’아라뱃길’, 이름은 예쁜데 그 의미는..?(참고로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 ‘아라’입니다. 예쁘고 귀엽긴 한데, 개는 ‘개’입니다.)
나머지 산행 기록은 영상으로 남깁니다.
ps.
아시다시피 ‘아라뱃길’은 인공수로입니다. 산은 스스로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의미가 무색해짐은 아닙니다.
다음구간 ‘아라뱃길’을 건너고 나서 이야기 이어보겠습니다.
첫댓글 고마리, 여뀌, 미국쑥부쟁이, 구절초, 쑥부쟁이, 코스모스, 서양등골나물 등등
이른 봄에 새싹 하나를 만나면 환호하던 그 시작들은
이제 산들바람과 함께 저 마다의 때에 피어나 한 해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인천이라는 도시는 정맥길로 인해 그 삭막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숲의 공기가 너무 청정하여 조금 오염시키는 것이 예의인 분들(?)^^을 엄호하면서
앞뒤로 날리는 뻐꾸기로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계양산은 닿을 듯 말듯하며 끝까지 밀당을 멈추지 않았지만
마침내 오르고 내려다 보는 산하는 장쾌합니다.
과일과 떡과 술, 차 등 생일날을 능가하는 아름다운 음식들과
산에서 더불어 함께한 산님들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인으로 하루를 채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봄이님 뻐뀌기는 안 울던데..ㅎ
별걸 다 시킨다고 투덜거리지는 않으셨는지..^^
암튼 인천을 지나는 한남정맥길이 이렇게나 좋은지 몰랐습니다.
혼산도 좋지만 더불어 걷는 즐거움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담부터는 댓글 이렇게 길게 달기 없기..ㅋㅋ(부담..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