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부터 시작한다.
을사일주가 무오월에 태어났다. 을사일주는 목욕지에 정재, 정관, 상관을 놓고 있으니 평소에는 상관생재, 재생관의 구조로 아주 활발하고 주변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는 향기로운 꽃과 같은 일주이다. 그런데 가끔 상관이 정관을 극하게 되므로 주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똘끼도 보여주는 일주이다.
일단 격이든 뭐든 떠나서 사주팔자가 매우 조열하다. 15일에 태어난 갑진일주는 진토에 계수의 뿌리가 있기에 그렇게까지 조열하지는 않았으나 이 사주는 너무 조열하여 병이 되었다. 천간 계수는 뿌리가 없이 무토와 합하여 화(火)가 되므로 수오행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 조열한 단점만 빼면 식신상관이 강하고 그 활동성에 목표를 부여하는 재성까지 갖추고 있기에 좋은 팔자에 속한다.
여명이 수기운이 부족하고 조열하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 남자와의 인연이 극단적이다. 너무 영양가 없이 이놈저놈 만나던지, 아니면 아예 인연이 없던지 둘중 하나다. 보통 외모가 예쁘면 전자 못생기면 후자다. 그렇게 되는 공통적인 이유는 연예와 같이 감정을 교류하는 것에 서툴어서 깊은 관계로 가면 상대방과 코드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귀는 남자 입장에서는 이정도 했으면 진지해질 만도 한데 여자가 너무 관계를 가볍게 생각한다거나 뜬금없이 자기는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급진적으로 결혼 얘기를 꺼낸다거나 하는 식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부드럽게 주행하지 못하고 좌충우돌 급브레이크나 급출발을 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대운에서 단점을 보충해준다. 이 사주의 용신은 병을 고치는 약신으로 풀면 된다. 조후용신 수를 쓰는 것이 좋겠다. 그러므로 17세부터 금기운이 운세에서 오는 것은 긍정적이며, 27세부터 들어오는 유금 편관은 일지 사화와 만나서 사유(축) 합을 짜게 되므로 편관을 두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다. 남자복이 흥부 박처럼 터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관이니 카리스마 있고 멋있는 남자다.
이후 인성 대운으로 흐르는 것도 긍정적이다. 타고난 팔자보다는 대운이 받쳐 줘서 거의 평생 잘 사는 팔자다. 태어난 시는 당연스럽게도 수기운을 놓을 수 있는 정해시(오후 21시30분~23시30분) 혹은 병자시(자정~1시30분)가 좋겠다.
남명이 되면 23세~42세 사이에 비견겁재 운이 강하게 들어오게 되므로 시주에 정관을 놓을 수 있는 경진시(오전 7시30분~9시30분)가 가장 좋겠다. 조후고 뭐고 남자는 일단 사회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천간에 있는 무토 정재를 앗아가는 비견겁재가 대운에서 무려 20년간이나 들어오면 관성이 있어야 그 흉을 막을 수가 있어서다.
경진시를 놓지 못할 것이라면 편관이라도 놓는 신사시를 생각해볼 수가 있는데 신사시는 편관이 상관을 깔고 앉았으므로 그 뿌리가 빈약하여 없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조후라도 맞추는 정해, 병자시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