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분홍 립스틱>으로 유명한 가수 강애리자 씨와 그의 남편 박용수 씨가 ‘작은별 부부’라는 듀엣을 결성해 삶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내놓은 신곡 <의리부부>가 중년부부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2020.8)
“너도 뽈록 배 나온 건 마찬가지 아니더냐, 잔반처리 하다 보니 지퍼 터져 단추 발사, 우린 이제 재활용도 안 되는 나이란다. <중략> 결국엔 모두 떠나가고 너와 나 둘뿐이다. 오늘보다 조금만 더 행복하게 살자꾸나. 그래도 나에겐 너 밖에 없다.” 박용수 씨가 노랫말을 재밌게 쓴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흥겨운 멜로디와 가사로 잠시나마 웃음을 드리고자 의기투합했죠.”
부부만큼 질긴 인연도 없습니다. 부부는 미운 정, 고운 정으로 긴 세월을 함께 합니다. 신혼 때의 달콤한 사랑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부부생활은 서로 간 지지고, 볶아가며 사는 고난의 행군입니다. 그러면서 부부는 서로를 꼭 필요로 하는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 거듭납니다.
고운 정 없이 미운 정만 가득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오랜 세월 함께 고생한 끝에 드디어 새집으로 이사했습니다. 부부는 새집을 장만한 기념으로 낡고 오래된 옷장 등 집안 가구 대부분을 새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사를 겨우 마친 부부가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캔 맥주를 마시며 자축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뭔가 가시지 않는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부부는 서로를 마주본 채 생각했습니다. “너만 바꾸면 되는데 …”
미운 정 없이 고운 정만 가득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일로 다툼을 벌인 다음 날 아침, 이웃집 아주머니가 그 부부의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어제, 좀 싸우던 걸!” 그러자 아내가 대답했습니다. “맞아요. 어젯밤에 남편이랑 싸웠어요. 홧김에 남편한테 니꺼 챙겨서 나가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글쎄, 그이가 저를 번쩍 들어 업고는 문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남녀가 서로 좋아서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사랑은 금세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운 정과 고운 정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그런데 그 정(情)이란 것도 영원치 않습니다. 정(情)의 자리를 의리(義理)가 밀치고 들어와 박힙니다. 영원할 것 같던 의리 또한 어느 새인가 사라지고 맙니다. 부부는 결국 마지못해 살아갑니다.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처럼 말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은 얼마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이탈리아의 과학자가 열애 중인 남녀의 인체에서 사랑의 감정을 유발하는 ‘신경성장인자(Nerve Growth Factor)’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는데, 이 화학물질의 유효 기간은 놀랍게도 1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국내의 한 결혼정보회사에서도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남성은 10.8개월이었으며, 여성은 14.3개월에 불과했습니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국내외 조사에서 나타난 사랑의 유효 기간은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영화 <중경삼림>에서는 남주인공 금성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이런 말을 던집니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어.”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과연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이 존재할까요?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습니다. 당신의 첫사랑이 끝 사랑일지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 Nerve Growth Factor : NGF
사랑을 이어가는 최고의 묘약은 웃음입니다.
웃음을 잃는 속도만큼 사랑의 유효기간도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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