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에서 고1 올라가는 그 겨울에는 진짜 할 일이 없었다.
서점도 학원도 하나 없는 안흥 촌동네에 뭐가 있었을까마는 더구나 추울 때는 절대 밖에 안나가는 게으름뱅이라 더욱~!
그래서 남동생이 이소룡과 성룡 나오는 비디오를 봤다는 만화방을 알려주었다.
그 동네에 15년 살았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만화방이었는데..
벽 가득히 꽂힌 만화책이 신기했다. 몇 권 봤는데 워낙 읽는 속도가 빨라 돈이 모자랐다. 가게 주인이 무협지를 권했다.
꽤 두툼해서 5권짜리 한질이면 이틀은 읽겠다 싶어서 그 때부터 빌리기 시작했다.
으악~! 꿱! 스~휭~ 컥! 얍!
이런 감탄사를 한 줄에 달랑 하나씩 써놓아서 터무니 없이 페이지가 잘 넘어갔다.
젊은 나이에 기연을 얻어 고수가 되고, 부모나 스승의 복수도 하고, 명예도 얻는데다가 미모의 여인은 줄줄히 다 목을 매는 천하
제일의 미남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스토리지만 19금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지라 재미붙이며 석달 동안 300여권을 읽었다.
암튼 그 동네 무협지는 다 봤기 때문에 한동안 손을 놨고...
대학 와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모두 읽은 후 재미있다는 것은 가끔 빌려 읽었다.
그러다가 10여년 전에 <묵향>이라는 무협지를 읽었는데~
나중에 환타지 세계로 들어가면서는 흥미를 완전히 상실했지만, 무림편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제 더 이상 무협지를 읽을 필요가 없겠다. 이걸 뛰어넘는 무협지는 없겠다! 할 만큼 재미있었다.
그리고 진짜 10년 동안 무협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근데 것도 한 10년 끊으니까 금단 현상이 왔는지 이번 가을에 갑자기 협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이 뭉클뭉클 일어났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독자들 추천이 제일 많은 책을 알아본 후 헌책방에서 군림천하 24권, 진가소전 3권, 무당마검 8권 화산질풍검
7권을 주문했다.
9월 둘째주 화요일에 도착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오늘 화산질풍검 7권을 끝으로 주문한 책은 다 읽는다.
군림천하가 제일 재미있다. 24권이 완결이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손에서 진기가 나가 핸드폰이 내게 둥둥 떠오는 이기어검의 경지에 도달한 듯한 후유증이 2-3일 간다는 것이 무협지 탐독의 유일
한 단점!ㅋㅋ~
앞으로 두 달간은 성탄 성가 연습에 빠져 지내야지~
피와 살이 튀는 무협의 세계에서 성탄 성가의 세계로 갑자기 넘어가려니 약간 현기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