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도 펜션에서 공작새를 키웠다.
부여에 사는 문학 동인께서 사육하는데
3년산으로 한마리 분양을 받았다.
꼬리를 펼치면 부채꼴 형상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놀라워 호기심에 덥석 실행에 옮긴 것이다.
머리에 왕관을 쓴 것 같은 벼슬이며
우아한 자태가 너무 아름다워 매일 보고 싶었다.
닭장을 확장하고 그물망도 답답하지 않게 해줬다.
골프연습장을 아예 닭장으로 바꿔버렸다.
공작새는 그렇게 닭과 함께 생활을 했다.
닭 역시 신진도에 사는 문우에게서
20마리 분양을 받았더랬다.
꼬리가 일반 닭과는 차별을 두는 멋진 닭이다.
귀한 종이라며 천연기념물이라 했다.
나는 한동안 그들을 보고 싶어 상사병이 생길 정도였다.
1년 여 정도 지났을까?
예정했던대로 닭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그 알을 꺼내다가 반찬을 해먹는다는 것이 즐거웠다.
매일 아침이면 알 꺼내러 닭장을 드나드는 것이 신났다.
호사다마를 이럴 때 써도 되는지ᆢ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출입구를 잘못 단속하는 바람에 닭들이 마당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마당에 뭐가 있는지 주둥이로 땅을 파헤치며
먹이를 쪼아대는 모습이 귀엽고 예뻤다.
차라리 방목하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들어 내버려 뒀다.
이것이 문제가 될 줄이야.
닭은 알을 낳지 않았고 공작새도 탈출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어느 때는 며칠씩 돌아오지 않아 애태웠던 적이 잦았다.
닭은 으슥하고 아늑한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잔뜩 낳아놨다.
숨바꼭질 하듯 알 찾으러 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암탉은 알을 품고 꼼짝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진짜 사단이 난 사건이다.
닭은 낮에 마당에서 실컷 놀다
저녁이면 닭장으로 들어가 자곤했는데
어느 날 꼬꼬댁 꽥꽥 소리가 밤새 그치질 않더니
새벽녘 닭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모습이다.
닭들이 사라졌고 공작새는 숨을 깔딱거리고 누워있었다.
공작새 암컷 짝을 신년맞이 기념으로 제천까지 가서 사왔는데
그 녀석도 보이질 않는 것이다.
닭장 바닥은 온통 찢겨지고 뜯긴 털이 수북이 쌓여
흩날리고 있었다.
짐승이 다녀갔다는 추측이 소름 돋으며 스쳐갔다.
고라니인가, 오소리인가, 족제비인가ᆢ
분명 들짐승이 다녀간 것이 분명하다.
공작새도 알을 낳아 부화한 새끼도 있었는데ᆢ
순간 슬픔이 물밀듯 가슴을 내리치며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른다.
며칠이 지난 후 암공작새가 닭장 안에서 발견되었다.
귀퉁이 숨어있다 평화로우니 살며시 나온 모양이다.
하지만 한 달쯤 지났을까?
시름시름 기운없이 먹지도 않고 시원찮더니 죽고 말았다.
남편 따라 생을 마감한 것 같았다.
원산도 펜션은 동물농장 처럼 자유롭고 평화롭다.
고즈넉한 외로움을 달래기 딱 좋다.
고양이와 개, 닭,공작새가 어우러져 심심치 않다.
지금은 공작새를 키우지 않는다.
고양이 개채 수도 줄었다.
고양이 녀석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하도 예쁘고 신퉁해서 사진을 찍었다.
꼬리를 모으고 시선을 한 방향으로 쳐다보는 뒷모습은 쌍둥이 같다.
둘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다른 상상을 하며 같이 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곳 협회도 평화로움이 빨리 정착했으면 싶다.
설사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지라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가보지도 않은 길에 대해서 험하다느니
갈곳이 못된다느니 미리 험담을 하지 않았으면 좋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