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인협회(회장 민윤기)는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베뢰아아카데미하우스(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서 ‘2018여름시인학교’를 열었다. 올 여름시인학교에는 140명이 참가(식당 배식 인원 기준)하였다.
여름시인학교가 열리기 하루 전부터 한 달 내내 온 나라를 화로 속 같은 열기로 몰아넣었던 폭염이 신기하게도 사라지고 첫가을 분위기마저 감도는 쾌적한 날씨로 변하였다. 남양주 지역 새벽의 최저온도는 22도였다.
♠네 번의 빡센 특강
‘시인학교’라면 뭐니뭐니해도 누가 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여흥거리가 많고 학교 위치와 시설이 좋다고 해도 시 창작 강의가 부실하다면 참가자들은 실망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인협회 여름시인학교는 모든 노력을 ‘훌륭한 특별강사(시인)’를 모시는 데 기울였다. 그 결과 초청 강사 세 분은 물론 특강팀에 이근배(서울시인협회 명예회장) 선생님까지 가세하였으니 최강의 강사진이라고 자부할 만 했다.
♣첫 강의는 신달자 시인이다.
신달자 시인은 “내 안의 우는 아이가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정했는데, 전반부는 ‘시인이 겪는 정신적 허기’에 대해서 자신의 체험을 예로 들어가며 강의하였다. 이어 박목월, 박두진, 나희덕 등 우리나라 현대시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시인들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내 안에서 우는 아이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마무리지었다, 특히 스승 박목월 시인과의 일화 중 “선생님,「나그네」가 대표작입니까?”고 여쭈었더니 “아이다, 내 오늘밤 대표작을 쓸끼다”라고 대답하셨다는 일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명언이었다.
♣두 번째 강의는 이근배 시인.
명불허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머러스하게 진행되었다. 이근배 시인은 늘 말씀하신다. “시를 육십 년 쯤 썼는데도 아직도 시작법을 모르겠다. 그래서 시 쓰기 작법이라는 말 대신에 ‘이근배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한다고 하시며 예의 9가지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 제목을 열거하면 이렇다. 1. 시의 첫 줄은 신이 준다 2. 총은 내가 먼저 쏜다 3. 송편에는 소를 넣어라 4. 꼭 집어서 김자옥 5. 게딱지는 떼고 먹어라 6. 바늘 가는 데 뱀이 간다 7. 아는 길도 돌아서 가라 8. 꼬리가 길면 밟힌다 9. 닭잡아먹고 오리발 내밀어라.
♣명시「가재미」의 문태준 시인은 세 번째 강의.
시인이면서 ‘밥벌이’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직장인 처지여서 자기는 주로 밤에 시 작업을 한다며, 곧장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조언’을 시작하였다. 요약하면 “시집을 늘 가지고 다니기를 부탁합니다” “시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늘 스쳐 지나가는 시상을 잡아 메모를 하십시오” “다른 시인들의 좋은 시집을 많이 읽으십시오” “시 쓰기에 몰입하십시오”라는 다섯 가지 조언 겸 부탁을 하였다. 특히 문태준 시인은 최근에 만났던 이란의 시인들에게서 배운 시 쓰기의 지혜를 소개하였다.
♣네 번째 강의는 고형렬 시인이다.
고형렬 시인은 두어 달 전 서울시인학교에서 특강을 해주었는데, 그 때 그 강의를 들은 시인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앵콜’한 것이다.
‘고향은 속초’이며 4년 남짓 공무원으로 일했고, 등단하면서 서울로 입성하여 직장(창비) 생활을 했으며, 2004년 서울생활을 접고 양평으로 온 까닭을 “시인으로서 결핍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은 마음으로 양평행을 결심”했다고 하였다. 이어 중국 고전『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양풍산凉風山’ 내용을 예로 들면서 ‘소유적 자유로움’에 대해 설명했고 “좋은 시를 쓰려면 마땅히 마음을 비워 그늘을 보라”는 힌트를 제시하였다. 고형렬 시인은 시 쓰기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내내 스승처럼 곁에 두고 읽는 시집으로 신경림의『농무』고 은의『만인보』서정주의『질마재』등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시낭송대회
심사위원장 이근배 시인은 최근의 시낭송 흐름과 바람직한 시낭송 방법에 대해 하나씩 구체적인 낭송법을 제시하였다. 본격적인 시낭송 콘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시맛나는 세상’을 이끄는 민경자 시낭송가(방송통신대 알포엠 회장) 낭송가 5명이 이근배의「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허형만의「석양」민윤기의「함께 걸어요」 세 편을 합동으로 낭송하였으며 지난해 여름시인학교 시낭송 대상을 받은 허선화씨가 고우현의「늦게 온 소포」를 낭송하였다.
이어 진행된 시낭송 콘테스트에는 총 19명이 참가하여 솜씨를 겨루었다. 엄격한 심사로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윤동주의「무서운 시간」을 열정적으로 낭송한 김태선 시인의 낭송은 큰 박수를 받았다.
심사는 지은경 하옥이 김현숙 세 심사위원. 세 분의 평점을 이근배 심사위원장이 최종 평결하여 대상에는 송수권의「남도의 밤 식탁」을 낭송한 안기필씨에게 영예의 대상이 돌아갔다.
백일장
18일 아침에 ‘시비림詩碑林’ 숲속에서 약 두 시간 동안 백일장을 진행하였다. 백일장에 참가하지 않은 100여 명은 같은 시간에 이근배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백일장 현장에서 공개된 시제詩題는 <희망이다>였다.
허형만 시인은 참가자들에게 엄격한 심사기준을 제시하였다. 공식 등단 시인은 참가를 불허하였다. 때문에 열 명 정도가 발길을 돌리고 30명만이 백일장에 참가하였다. 제출한 작품은 김현숙 조명제 두 분 심사위원이 평점을 매기고 이를 종합하여 허형만 시인이 입상자를 결정하였다. 조명제 심사위원이 정리한 심사평이다. “참가작품을 심사한 결과 수준이 상위, 하위로 크게 양분되었다. 상위의 오른 작품은 상당한 기량을 보였는데, 특히 신태희씨는 시어 선택, 레토릭과 이미지의 전개가 우수하여 심사위원 전원일치 ‘장원’으로 뽑는다.”
졸업식
먼저 월간시문학회 동인 앤솔로지 헌정식이 있었다. 회장을 대리하여 조용철 시인이 허형만 월간시 추천시인상 심사위원장에게 38명의 작품 340여 편이 수록된 앤솔로지 한 권을 헌정하였고 이충재 문학평론가가 작품 강평을 하였다.
이어 허형만 교장이 1박2일 동안 무탈하게 여름시인학교 진행에 협력한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곁들인 인사를 하였다. 이어 서울시인협회 민윤기 회장이 학생들 한 명 한 명 손에 ‘빛나는’ 졸업장을 쥐어주었다.
이렇게 1박 2일 일정을 모두 끝내고 참가자들은 각자 승용차를 타고 운길산 역으로 향했다. 모두들 작별하기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그럼 내년에 또 만나면 되지!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2018여름시인학교 주요 일정표
8월 17일 금
16:30 개학식(사회 전미소)
1부 개학식(교장 허형만)
2부 추천시인상, 청년시인상, 특별추천상 상패와 등단인증서 수여
서울시인협회 위촉장과 임명장 수여
18:30 제1강의
신달자 시인 : 내 안에 우는 아이는 누구인가
20:00 시낭송대회
알포엠 시낭송회 시낭송 시범 공연
(민경자 리더, 낭송팀 유은희 정순이 김매화 강수영)
8월 18일 토
08:00 백일장(시비림詩碑林공원, 허형만 시인 지도)
08:00 제2강의(백일장과 동시 진행)
이근배 시인 :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이근배의 9가지 생각’
10:00 제3강의
문태준 시인 : 자연과 어머니와 나의 시
11:30 제4강의
고형렬 시인 : 신인 등단작품과 언어감각
14:30 졸업식
백일장 시상식
장원 신태희(상금 500,000원)
차상 김명옥(상금 300,000원)
차하 안정윤, 정창문(상금 각 100,000원)
시낭송대회 입상자 시상식
대상 안기필(상금 300,000원)
최우수상 김윤태(상금 200,000원)
우수상 안정윤, 심은혜, 조경란(상금 각 100,000원)
월간시문학회 2018앤솔로지 헌정식
졸업장 수여
서울시인협회2018여름시인학교
백일장 장원작
희망이다
신태희
사과꽃은 사과가 되는 것이 희망이다
눈부신 꽃잎 다녀간 자리
둥근 배꼽으로 태어나는
사과가 희망이다
햇살과 바람, 비의 지문을 온몸에 새기고
발그레한 볼로 태어난 사과가 희망이다
지난 봄, 붕붕거리던 한 떼의 추억이
두근두근 심장으로 뛰는 사과가 희망이다
벌이 희망이다
작은 날개로 천 리, 만 리를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큰 일을 해내는
벌이 희망이다
과즙果汁의 시간이 오고 있다
취재 민윤기 · 사진 이춘만
[출처] 2018여름시인학교 종합 보고서 (서울시인협회) |작성자 풀과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