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림신화 41
[그, 그럴 수는 없다! 나는 내 영혼을 되찾고 말 것이다. ]
태자는 마지막 발악을 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모든 기운을 강운처럼
손끝에 응축시켜 콩알만 한 적색 구를 만들어냈다.
마침내 강운이 날린 광선이 지척에 다다랐을 때 태자는 전력을 다해
서 광선을 향해 적색 구를 날린 후에 몸을 피했다.
콰콰콰콰콰쾅!
적색구와 광선이 충돌하자 마치 공간이 찢어발겨지는 소리가 나는
엄청난 굉음이 들리며 강운의 의식 공간이 뒤흔들렸다.
초조한 심정으로 혼절해 있는 강운을 쳐다보는 노인과는 달리 다소
여유 있는 표정으로 뒷짐을 짓고 서 있던 천제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
을 짓기 시작했다.
“흐음.. 이상한데.. 벌써 깨어났어야 하거늘.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네. “
“천제시여! 태자마마께서는 무사하실 것이니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
“암! 그래야지! 태가 어떤 아이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냐만은 혹시 몰
라서 하는 말이네. “
“쿨럭! 으윽.. “
천제와 노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강운이 갑자기 핏덩어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니! 태야! 도대체 무슨 일이냐? “
“태자마마! “
깜짝 놀란 천제와 노인이 신음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강운에게 달려
왔다.
강운은 피를 토할 때 정신이 들었는지 반쯤 풀린 눈을 힘겹게 뜨며
자신을 부축하려고 하는 노인의 팔을 거세게 밀어버린 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크윽.. “
몸을 일으켜 세울 때 온몸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고통에 강운은 신음
을 흘렸고 강운을 부축하려던 노인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제는 처음에는 강운이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 했기에 몹시 놀란 듯
한 모습을 보였지만 곧 이어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대
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야!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이제 나를 알아보겠느냐? “
천제와 노인은 강운이 정신을 차렸을 때부터 의심할 여지없이 강운
이 각성을 한 것이라 생각하였다.
강운은 자신에게 자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제를 무심한 눈길로 쳐
다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는.. 크윽.. “
강운은 말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중
간에 고통의 신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태야 나중에 천천히 말해도 되느니라. 지금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네가 어찌하여 몸이 그 지경이 됐는지는 모르겠다만 다시 돌아와서
정말 기쁘구나. “
“태자마마! 천제님의 말씀을 따르시지요. 지금은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
노인은 말을 하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강운을 부축하기 위해 다가갔지
만 또 다시 강운은 노인의 손길을 거부했다.
“나는.. 강운이란 말이다. 태자마마 따위가 아니란 말이야! “
노인의 손길을 거부한 강운이 악을 쓰듯이 외쳐대자 순간 노인과 천
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 버렸다.
“태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냐? 허허허! 네가 또 장난을 치고 싶은
게로구나. 그만하거라. 그런 장난은 하는 것이 아니다. “
천제는 강운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지 평소에도 장난이 무척 심했던
태자가 또 다시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강운은 그런 천제를 매서운 눈길로 노려볼 뿐이었다.
“장난.. 아니야.. 할아범! “
강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천제는 웃는 모습 그대로 표정이 굳어져
버렸고 노인은 어찌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태자마마.. 장난이 너무 심하십니다. 그만 하시지요. “
노인도 강운의 장난이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는지 초조한 모습으로
강운을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다.
천제는 강운의 말을 듣고는 웃는 표정을 지우고 심각하게 강운의 모
습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천제가 강운의 눈을 쳐다보게 되었을 때 천제는 하늘이 무너
지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적개심 가득한 강운의 눈은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
었고 또한 강운에게서 은연중 흘러나오는 기운이 결코 예전의 태자의
기운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침내 천계의 지배자인 천제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튀어나오게
되었다.
“아, 아이야… 태자는 어찌 된 것이냐? “
“천제시여!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
노인도 천제의 떨리는 음성과 심각한 표정을 보고는 뭔가 일이 심상
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짐작하고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강운은 천제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설마 소멸된 것은 아니겠지? “
결국 천제는 조급한 마음에 전 보다 더욱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
고 그때서야 강운도 입을 열었다.
“소멸시키진 않았지만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거야. “
-휘청!
강운의 말을 들은 천제는 몸을 휘청거리며 쓰러질듯한 걸음걸이로
강운을 향해 다가왔고 노인은 그런 천제를 조심스럽게 부축해 주었다.
강운의 앞 까지 다가온 천제는 떨리는 두 손을 강운의 머리에 갖다대
고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 한숨을 쉬며 손을 떼어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체념의 한숨을 쉬며 천제는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강운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강운은 천제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다대는 것을 막고 싶었지만 지
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기에 잠자코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곧 이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천제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려보았다.
처음에 의문 가득한 천제의 시선이 감탄의 시선으로 바뀐 것은 한참
이 지나서였다.
‘허허..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저 아이는 이미 나의
경지조차 뛰어넘은 아이로구나. 똑같은 태의 영혼이라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자신의 본질을 깨달아가고 있는 아이에게 태의 사념이
제압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 허나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어. 더 이상 세상에 태는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영혼이 같다 하여 저 아이가 태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
한동안 천제는 강운을 쳐다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곧 이
어 표정을 풀고는 강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야! 내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다만.. 들어줄 수 있겠느냐? “
“뭔데요? “
퉁명스런 강운의 대답에 천제가 쓴 웃음을 지었다.
“너에게 제압당한 태의 사념을 소멸시키지 말아다오. 부탁이다.
너와같이 세상을 보며 살아갈 수 있게 의식의 공간을 조금 나누어
주면 안 되겠느냐? “
강운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는 천제의 부탁에 강운
은 한동안 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듯했다.
“할아범!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못들어줄 것 같은데.. 의식의 공간을
나누어주면 그 놈이 또 공격해 올지도 모른단 말야! “
강운은 얼마 전에 태자에게 당해 몸이 망신창이가 됐다는 것을 상기
시키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천제의 부탁을 완강히 거절했다.
얼마 전 강운은 태자가 마지막에 자신의 모든 힘을 응축시켜 던진
기운과 자신의 기운이 충돌하여 그 충격파가 의식의 공간을 넘어가
온몸으로 퍼져가는 것을 가까스로 억제하여 핏덩어리를 토해냈던
것이다. 다행히 이미 모든 힘을 상실한 태자의 사념을 의식 깊은 곳에
봉인해 두는 것을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다시 한번 그런 일이 있다면
강운으로서도 감당하기 벅찬 일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제는 그런 강운의 태도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강운을 안심시켰다.
“아이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미 태가 너에게
제압당한 이상 의식 공간을 조금 내어준다고 해서 태가 다시
너를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너의 능력이 태를 압도하고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는 것이냐? 태는 제멋대로인 성격을 빼면
상당히 괜찮은 아이이니 제발 가둬두지만 말아다오. “
애원조에 가까운 천제의 말을 듣고 강운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에
들어갔을 때 천제에게 노인이 마음으로 말을 전했다.
-천제시여! 어찌하여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것입니까? 잘못하면 인격이
분열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태자마마를 구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옵니까?
-그건 자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네. 이미 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다네. 그리고 저 아이의 능력이라면 자네가 우려하는 일
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걸세. 나도 안타깝다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만약 태가 저 아이에 의해 소멸되거나 영원히 봉인된 상태
로 갇혀 지내야 한다면 그 보다 불행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저
아이가 내 부탁을 들어준다 해도 태는 다른 이의 영혼에 기생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겠지만 영원히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
가 말이네.
천제는 씁쓸한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보았고 노인도 그런 천제의 마음
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강운이 마침내 무슨 결단을 내렸는지 천제를
쳐다보며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좋아! 하지만 할아범도 내 부탁 한 가지를 들어줘야 해. “
마침내 강운의 입에서 승낙의 대답이 떨어지자 천제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부탁이 있으면 말해보거라. 네가 부탁한 것은 무엇이라도 들어줄
것이니. “
“정말? 그럼 우리 사부 좀 찾아줘. 우리 사부 찾아주면 그렇게 해줄게.
원래 내가 여기 온 것두 저기 할아버지가 사부 있는 곳을 안다고 해
서 따라온 건데 아무래도 속은 것 같아. 내 말이 맞죠? “
강운은 천제 옆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노인을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쳐
다 보았고 노인은 자신이 거짓말을 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는 어쩔
줄 몰라했다.
“자네가 거짓말을 했다고? 허허!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그려.”
노인의 표정으로 보아 강운의 말이 사실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천제
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