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에서 일한지 이제 한 달 보름이 되었다. 일을 시작할 때 약 두 달을 해보고 직책과 봉급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니 기대 이상으로 일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다. 단지 다른 직원 하나는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토요일도 일을 하는데 나는 눈치없이 처음 약속한 시간보다 약 30분을 더 일하고는 바로 퇴근을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중간평가를 받았는데 내가 원했던 직책과 봉급인상이 거절을 당했다. 그만두려면 그만두라는 식의 아주 차가운 평가이었다.
작년 봄 한국을 나갔을 때 나를 환영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소를 잡은 동창 D가 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동창들을 대표하며 카톡이 있기 전부터 아이들의 연락처를 만들고 꾸준히 대부분의 동창들의 소식을 서로 알려주는 회장 역할을 해왔다.
오월의 하루였는데 대기업에서 전무로 있는 동창이 멋진 벤쯔 마크를 단 최고급 밴 두 대를 제공하여 약 열 셋 정도가 논산에 있는 그 식품회사에를 놀러갔다. 그 회사의 식당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고기와 신선한 채소로 포식을 하고 근처의 야외카페에서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하며 회포를 풀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때 본 D는 아주 건강해 보였고 상당한 규모의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교회에서도 인정을 받는 아주 모범적인 신앙인이자 사업가였다.
며칠 전 D가 뇌출혈로 쓰러져 상태가 몹시 심각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
잠이 오지를 않는다. D에 대한 생각으로 앞으로 회사에서의 나의 거취를 어떻게 할지 온갖 상념이 머리에 가득하다.
집을 세를 주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대전이나 여수 혹은 제주로 자리를 잡을 생각을 다시 끄집어 내보기도 한다. 가까운 동네 회사에 찾아가 이력서를 내 볼 상상도 잠깐 해본다. 아니면 노모를 모시고 넓은 미국을 여행해볼까 혹은 막내와 마지막 여름인데 애팔라치안 트레일을 갈까 아니면 찜질방을 갈까 잡념이 가득하다.
멀리서 앰뷸런스의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느닷없이 가슴이 느껍도록 고맙다.
어머니는 점차 쓰는 어휘가 줄어들고 있다. 척추뼈가 많이 휘어서 복대를 하시라고 했더니 꽉 조이시지를 못하고 헐겁게 모양만 차고 다니신다. 교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가운데 어머니는 마치 홀로 떠있는 외로운 섬과 같이 조용히 앉아 계신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인가?
옆에 있어도 잃어져 가는 사람을 보는 것인가?
아니면 내 앞에 있는 두 갈래 길을 끊임없이 쳐다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것인가?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Because, it’s a wonderful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