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암관의 숙박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계속 비가 내려서인지 습도가 너무 높고 축축했다.
제습기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에어컨을 제습 상태로 가동시켜도 역부족이다.
엄마도 나도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편백숲을 향하여 출발~
피톤치트 가득 마시면 찌뿌드한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리라.
안개처럼 얕게 깔린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금 올라가니 편백숲 이정표가 보인다.
비포장길이 쭉 이어지고 있다.
엄마를 위해 그대로 직진.
임도일텐데 꽤나 길이 잘 닦여 있다.
지도를 보니 주월산 둘레길이다.
편백, 오동, 자귀, 목백합, 소나무...
나도 알 수 있는 나무들과 더불어 참으로 다양한 수목들이 보인다.
날이 선선해지면 그저 걸어도 좋겠구나.
편백숲이 안개에 둘러
쌓여 있다.
물방울이 느껴진다.
시원한 공기가 알갱이가 되어 떠돌고 있는 듯하다.
온 몸에 흐르도록 깊이 들이마신다.
편백숲의 쉼으로 충전을 시킨 후 주월산 전망대로 향한다.
시멘트로 깔려 있는 길이 차량 두 대 쯤 넉넉하게 지날 수 있을 만큼 넓다.
양쪽으로는 초록이 푸르르다.
정상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구름 낀 하늘이라 체험하는 이들은 보이질 않는다.
활공장은 잔디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다.
하지만 도움닫기하는 거리가 짧은데 어찌 날으려나?
주월산 557m 정상을 나타내는 표지석도 보인다.
엿날 홍수로 득량만 바닷물이 밀려 올 때 배가 이 산을 넘어 왔다 하여 한자로 주월산(배주, 넘을월)이라고 했단다.
곁에는 배 모양의 전망대가 있다.
타이타닉에 나오는 배를 보는 것도 같고,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팔을 활짝 펴들고 한 컷.
날이 맑을 때는 보성 득량만을 넘어 여수도 보인다고~
아쉽게도 오늘은 잔뜩 흐리다.
그럼에도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신비스런 느낌이다.
구름이 흘러 왔다 흘러 가며 강원도 깊숙한 산자락 꼭대기로 올라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나들이 나온 여인들의 뒷모양새는 구름밭에 펼쳐진 초록 융단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정상에서 찍은 재미난 사진이 보인다.
모자 쓴 여인 세 명이 내 발아래 놓인 것처럼 보인다.
벌써 가을의 전령사 잠자리들이 하늘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다 내 사진 속으로도 한 마리 날아 들었다.
오라버니들도 서로서로 다정하게 사진 찍어주는 모습이 정겹다.
나도 엄마와 함께 날아 볼까, 모처럼 환하게 웃으신다.
보성 윤제림은 굳이 숙박할 게 아니라 당일치기 여행으로 충분하지 싶다.
수국정원과 편백숲, 주월산 전망대만으로도 넉넉한 여행이 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대한다원 같은 녹차밭이나 율포해수욕장을 끼고 와도 좋을 것 같다.
첫댓글 주월산 557m 꽤 높은 산이라서 밀려 올라오는 구름의 상쾌함이 좋아 보여요.
날아드는 잠자리를 엑스트라 삼는 순간을 잡은 오빠(?)의 솜씨가 대단하네요.
저도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3명의 누나들 모두 이승으로 불러내 함께 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좋아 보여요. 부러워요.
맞아요~^^
잠자리를 모델 삼으려고 연달아 찍었다네요.
정성이 통했나 봐요.
부모님 살아 계셨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 뵙는게 맞는 것 같아요.
다니님의 아쉬움이 느껴져 괜스리 안타깝네요ㅜㅜ
1주일 후가 카페 개설하신지 1주년이네요. 23.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