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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원제:Maudie
에이슬링 월쉬 감독/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주연/2017
"집"이란 뭘까?
사람들은 왜 가족을 만들고 집을 짓는 걸까?
가족이 뭐길래 4인용 식탁을 들여놓고 식구가 늘 때마다 애틋함과 뿌듯함으로 서로를 응시하게 되는 걸까?
영화 <내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을 짓고 산 두 남녀의 이야기다.
그들을 부부라 불러도 좋고 가족이라 칭해도 좋고 '오다가다 만난 사이'라 해도 좋다.
다만, 가난하고 병들고 촌스럽지만 그들만큼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는 힘들다는 거라는 데 먼저 동의를 하고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1903년~1970년까지 살았던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캐나다 뉴펀들랜드를 배경으로 한다.
상처가 두려워 사람도 사랑도 멀리하는 에버렛은 생선장수다. 틈틈이 장작도 패서 내다판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지만 누구도 그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는다. 고아원 출신의 그에게는 청소를 해주거나 식사를 준비해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마을의 잡화점에 "가정부 구함. 숙식제공"이라는 메모를 붙인다.
선천성 관절염으로 걷는 게 불편한 모드는 친구가 없는 아가씨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또래들이 모이는 클럽에 가보지만 누구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유일한 혈육인 오빠는 엄마가 유산으로 남긴 집을 팔아버리고 숙모에게 모드를 버리듯 맡기고 떠났다. 집을 잃은 모드는 그저 처치곤란한 짐일 뿐이다. 눈칫밥과 더부살이에 지친 모드는 잡화점에 붙은 메모를 떼어내서 에버렛의 집으로 간다. 좁고 더럽고 추운데다 침대도 하나밖에 없어 불친절한 고용주(에버렛)와 함께 자야 하지만 모드는 기꺼이 "집 "을 가진 에버렛의 가정부가 된다.
그러나 에버렛은 청소를 하고 수프를 끓여놓고 고용주를 기다리는 모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늘 주눅든 듯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곧 자기의 모습임을 확인하게 되는 게 불편해서일 것이다. 관절을 제대로 펴지 못해 모든 기능에 장애가 있음에도 당당히 할말을 다하는 모드와 에버렛의 아슬아슬한 동거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편치 않게 만든다.
서로를 무시하면서도 필요로 하고, 비난하면서도 감싸는 그들이 가진 거라곤 가난, 질병, 고립과 소외...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그들은 서로를 응시한다.
오빠에 의해 집을 잃고 에버렛이 제공하는 "숙식" 때문에 가정부가 됐지만 모드는 집안일만 하지 않는다. 낡은 선반에 페인트를 칠하고 더러운 유리창에는 꽃을 그려넣는다. 삐걱대는 문에도 꽃과 새를 그리고 낡은 외벽에도 그림을 그려넣는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그림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통령도 그녀의 그림을 사가고 방송국 기자도 와서 그들의 모습을 촬영해간다.
아마도 모드는 끝까지 자기 그림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녀의 그림을 두고 우리는 "나이브 아트(Naive Art)"라 부른다. 특정한 양식이나 규범을 따르지 않아 명명한 것이겠지만,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그녀로서는 당연했을 것이다. 그만큼 생활적인 정서와 소박함, 그리고 삶의 사소한 변화를 "naive"하게 담아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말년에는 손가락 관절마저 움직이기 힘들어 손가락 사이에 붓을 끼우고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녀는 행복했다. 이제는 늙어버린 에버렛의 보호와 사랑을 그렇게 그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루이스의 실물 사진>
그렇게 누추한 집에서 놀랍도록 따뜻한 시선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명성을 얻은 모드의 작품 중에 "가장 보석 같은 작품"은 단연코 그들이 함께 살았던 집일 것이다.
좁고 낡고 누추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간절하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던 작은 집. 지금 그 집은 실물 그대로 복원돼 캐나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 집"에 기대하는 것은 뭘까?
대출을 내 집을 사고, 청춘을 바쳐가며 이자를 내고,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에 맞춰 평수를 늘리지만
정작 4인용 식탁에 둘러앉아 온 가족이 식사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대출금을 갚고, 다시 평수를 늘리기에 바빠 가족들과 눈을 맞추며 식사를 할 시간이 없는 우리 시대의 가족.
새삼 "집"의 의미를 되짚어 삭막함에 물기를 돌게 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오는 길, 집이 있어 안심이 되었다.(펌)
첫댓글 wavve 검색해봐도 없네요~ㅠ
넷플릭스에서 볼수있어요~
@갯바위 네,
감사요~^^
찜리스트에 넣어두고, 꺼내 보는 영화..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