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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 똥 오줌 같은 오물 까지 ㅠㅠ 시도했음은 이미 살펴보았다
그러면 수술은 어떻게 하였을까? 생각부터 끔찍하다 그러나 의외로 오래전 흔적이 발견된다
신석기 시대는 둘째치더라도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상처 골절 농양 제거하는 시술 기록과 그 도구들 - 칼 톱 구멍 뚫는 도구들이 발견된다
고대인도에서는 탈장 치질 등 수술했고 얼굴살을 떼서 코에 붙이는 성형수술까지 기록이 있다
중세유럽에는 주로 교회 성직자들이 수술을 한다 교회에서 이를 금지한 이후 이발소가 대신 수술한다 당시 치료법으로 사혈법 Bloodletting 을 많이 쓴다 나쁜 피가 병을 일으킨다는 믿음이다
심한 포경인 프랑스왕 루이16세는 포경수술이 두려워 계속 거부하다 독수공방에 외로워하던 마리 앙투와네트가 화려한 궁중생활에 정신을 팔린 이후에야 수술한다 일부 과장된 마리 앙투와네트의 궁중생활 이야기가 프랑스혁명의 한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살을 떼어내고 뼈를 깍고 하는 그런 수술은 어떻게 하였을까?
불과 100 여년전만 해도 비명지르고 몸부림치는 환자를 여러명이 달려들어 팔다리를 붙들고 짓누르고 입을 막고 하면서 수술한다 그래서 탑의 맨 꼭대기나 지하실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수술하는 동안 환자의 고통을 줄이려는 노력도 같이 한다 술을 잔뜩 먹이거나 아편도 먹이고 최면걸고 질식시키고 심지어 뭉둥이로 기절시키는 방법을 동원한다 이런 장면은 영화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영영 못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수술 도중 깨어나는 경우도 허다했으리라 추정한다
통증을 잊게 하는 약물처방도 오래전부터 기록이 있다
고대그리스 시대에는 환각작용을 하는 맨드레이크 뿌리를 갈아서 먹이고 세계 여러 곳에서는 나름 방법을 많이 쓴다 중국 후한말의 명의 화타는 마비산이라는 약을 조제하여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하나오카 세슈가 이 마비산을 연구한다 흰독말풀 투구꽃 등을 이용하여 동물실험에 성공한다 인체실험을 고민하던 중 어머니와 아내가 나선다 그러나 어머니는 중독사하고 아내는 실명한다 이런 비극을 딛고 쓰센산을 개발한다 1840년 마취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이후 기록에서 사라진다
영국의 화학자 험프리 데이비 Humphry Davy 는 아산화질소를 이용하여 마취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산화질소를 마시면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의식을 잃는다
미국에 전해진 아산화질소는 오락공연용으로 유행하면서 웃음가스로 알려진다
1842년 미국 의사 크로포드 롱 Crawford Long 은 웃음가스를 마신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장면을 보고 수술환자에 아산화질소 대신 에테르를 사용하여 마취에 성공한다
2년뒤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 Horace Wells 는 웃음가스를 마시고 난동을 부리다 다친 동료가 수술을 받는 동안 통증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목격한다 자기도 직접 실험에 참여한다 가스를 마시고 이빨을 뽑는데 통증을 못느낀다 그러나 공개실험에서는 실패한다
웰스의 제자 윌리엄 모턴 William Thomas Green Motton 도 에테르를 사용하여 공개 수술에서 마취에 성공한다 1846년이다 크로퍼드 롱과 모턴은 서로 먼저 성공하였다고 다툰다
강한 인화성으로 부작용이 있는 에테르 대신 이번에는 클로로폼이 등장한다 영국의 의사 제임스 심슨 James Y. Simpson 이다 1853년 빅토리아여왕의 출산에 사용되어 유명해진다
영화를 보면 클로로폼을 손수건에 묻혀 기절시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거짓이다 클로로폼은 몇초만에 의식을 잃게 하지 못한다
마취약은 대단히 위험하다 사망하는 경우 허다하게 있다 그래서 마취약의 농도 종류 투약시간 등 면밀히 계산해서 한다
2009년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사고가 생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이다 오랜 은둔생활과 스캔들을 겪으면서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마취약인 프로포폴 처방을 받는다 마취전문의가 아닌 주치의는 경찰 조사에서 프로보폴을 주사한 직후 마이클 잭슨의 호흡이 순식간에 정지하였다고 진술한다 음모설도 나올 정도로 전세계 팬들에게는 황당한 순간이다 그러나 마취약과 수면약은 엄연히 다르다 대단히 위험하다
매년 여기저기서 수천만건의 외과수술이 이루어진다 만약 마취약이 아직도 없다면 ...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도 보다 안전하고 효과좋은 마취약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마취의 원리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약 개발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여러 마취 성분들이 발견되고 개발된다 그러나 이 성분들의 분자구조가 모두 다르다 공통점이 없다 마취의 원리에 대해 여러 가설들이 주장되나 정식으로 채택된 건 없다
인간의 '의식' 분야는 그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남을 최후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참고 : 세계사를 바꾼 100가지 약 - 사토 겐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