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
제5편 덕충부: 덕이 충만한 증거
5-1 절름발이이자 꼽추요 언청이인 인기지리무순(闉跂支離無脤)이 위나라 영공에게 도에 대해 얘기하니, 영공이 그의 훌륭한 인품에 기뻐했다. 그 뒤로 영공은 몸이 멀쩡한 사람을 보면 그의 미끈한 목도 여위고 가늘어 추하게 보였다.
2 목에 항아리만한 큰 혹이 달린 옹앙대영(甕盎大癭)이 제나라 환공에게 도에 대해 얘기하니, 환공이 그의 훌륭한 인품에 기뻐했다. 그 뒤로 환공은 몸이 멀쩡한 사람을 보면 그의 미끈한 목도 여위고 가늘어 추하게 보였다.
3 그러므로 내면의 덕이 뛰어나면 겉모습은 망각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망각해야 할 겉모습은 망각하지 않고 망각하지 말아야 할 내면의 덕은 망각하니, 이를 ‘진짜 망각’이라 말한다.1)
4 그러므로 성인은 자연을 따르며 자유롭게 노니니 분별적 지식을 군더더기로 여기고, 인간의 타고난 생명력을 속박하는 사회규범을 인위적 강제로 여기며, 가식적 도덕을 남과 교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뛰어난 재능을 자신을 팔기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5 성인은 무슨 일이든 억지로 도모하지 않으니, 분별적 지식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본성대로 살고 억지로 자신을 다듬지 않으니, 인위적 강제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본성을 잃지 않으니, 가식적 도덕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뛰어난 재능을 팔지 않으니, 자신을 팔기 위한 수단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2)
6 이 네 가지3)는 하늘이 길러준 것이니, 하늘이 길러준다는 것은 하늘이 먹여준다는 것이다. 이미 하늘로부터 양식을 받았는데, 또 인위적인 것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7 성인은 사람의 모습은 지니고 있으나 사람의 감정은 없다. 사람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므로 사람들과 무리 지어 살지만, 사람의 감정이 없으므로 시비선악을 따지지 않는다.4)
8 보잘것없이 작구나, 인간세계에 속하니! 아득히 크구나, 홀로 하늘을 완성하니!5)
주1) “덕이란 타고난 자연적 본성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덕으로 보며, 인위적 덕을 가진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능력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선악, 미추, 시비 등 가치의 우열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가치 평가적 태도는 일상에 너무 익숙하게 자리 잡아 헤어나기 쉽지 않다. 사실 이런 태도는 엄청난 편견인데도 편견인 줄조차 모르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같은 편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이효걸)
주2) “(분별적) 지식, (강제적) 사회규범, (가식적) 도덕, (뛰어난) 재능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많이 요구되는 능력은 참된 덕성이 아니다.
장자의 성인(聖人)은 인간사회의 쓰임에 대응하는 이러한 능력들과는 관계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모습에 만족하고 즐기며 노니는 사람이다. 그의 눈으로 보면, 이 능력들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이효걸)
주3) 여기서 ‘이 네 가지’는 (억지로) 도모하지 않음[不謀], (본성대로 살고 억지로 자신을) 다듬지 않음[不斲], (본성을) 잃지 않음[無喪], (뛰어난 재능을) 팔지 않음[不貨]을 말한다.
주4) “사람의 겉모습은 자연스런 것이고, 감정은 인간에 의해 이차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적 존재를 기꺼워하며 즐거이 노닐자면, 일시적 감정이나 편견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이효걸)
주5) “장자의 성인은 인간세계에 속하는 일개의 육체적 존재로서는 있는 듯 없는 듯 미미하게 작은 존재이지만, 자기 본연의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우주 사이에서 홀로 걸으며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끝없이 거대한 우주적 존재이다.”(후쿠나가 미츠지)
5-1 闉跂支離無脤說衛靈公, 靈公說之, 而視全人, 其脰肩肩。
2 甕盎大癭說齊桓公, 桓公說之, 而視全人, 其脰肩肩。
3 故德有所長, 而形有所忘, 人不忘其所忘, 而忘其所不忘, 此謂誠忘。
4 故聖人有所遊, 而知為孽, 約為膠, 德為接, 工為商。
5 聖人不謀, 惡用知? 不斲, 惡用膠? 無喪, 惡用德? 不貨, 惡用商?
6 四者, 天鬻也。 天鬻者, 天食也。 既受食於天, 又惡用人?
7 有人之形, 無人之情。 有人之形, 故群於人; 無人之情, 故是非不得於身。
8 眇乎小哉! 所以屬於人也。 謷乎大哉! 獨成其天。
** 闉(인): 성문; (성문 밖) 옹성; 막다; 구부러지다
** 跂(기): 육발이; 다리
** 支離(지리): 꼽추(㾃)
** 脤(신): 입술(脣)
** 脰(두): 목
** 肩(흔): 여위고 약하다/작다; 어깨(견)
** 甕(옹): 독, 항아리
** 盎(앙): 동이
** 癭(영): 혹
** 孽(얼): 서자; 움<나무를 베어낸 뿌리에서 솟는 싹: 여기선 ‘(불필요한) 군더더기’의 뜻>
** 斲(착): 깎다
** 貨(화): 재화, 재물; 팔다
** 鬻(육): 팔다; 기르다, 양육하다(養); 죽(죽)
** 食(사): 먹이, 밥, 사료; 먹이다, 양육하다; 먹다(식)
** 眇(묘): 애꾸눈; 작다; 오묘하다
** 謷(오): 헐뜯다; 거만하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