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기능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시험준비는 뒷전으로 미루었다 서암선생은 급하게 시험준비하다 낙방하면 열패감만 커지니 차분차분 준비해서 확실하게 자신이 생길때 도전하자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생활에 도움되는 돈벌이를 먼저 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강의 요청이 왔다 직장 퇴직자들을 상대로 하는 강의인데 vj지망자들에게 영상의 기본을 알려주는 강의다 나름 준비를 많이 했지만 남 앞에 서는건 늘 긴장된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입니다" 라고 인사를 건네니 무척 재미있어한다 농사짓는 사람이 무슨 영상교육을 하나 하는 눈빛이다
4시간에 걸친 강의가 끝나고 반응을 들어보니 나름 재미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강의자료를 달라하고 어떤 사람은 또 강의를 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을 한다 이럴땐 정말 보람을 느낀다
다음날 결혼식에 갔다 하객으로서가 아니고 촬영을 위해서다 아는 사람의 딸 결혼식인데 생각보다 하객이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참 그림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예식이 다 끝나고 촬영비를 받아 오려는데 원래 약속한 액수가 아니다 의아하게 바라보니 그제서야 나머지 돈을 더 준다 이럴땐 정말 기분이 나빠진다
사례비를 잘 챙겼다가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억지로 주는 사람도 있다 편집과정에서 성의를 보이긴 다 틀렸다
결혼식이 끝나자 마자 파주로 날라갔다 그곳에서 어제 강의를 듣는 사람들 상대로 세미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작품발표가 끝나고 뒤풀이 시간이 이어진다 나는 그저 참관자의 입장으로 그들의 행태만을 지켜보고 일거수 일투족을 영상에 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먹고 촬영을 하는 나를 본 어느 여자 교육생이 챙겨주는 고기 몇점을 겨우 얻어먹고 허기를 채웠다 몇차례 음식이 돌고 흥에 겨운 나머지 노래가 나오더니 결국 소란이 일어난다 술취한 어느 교육생이 시비가 븥어 서로 고성이 오가는 것이다
교육생 대부분이 사회에서 나름 한자락 하던 사람들이라 자기자신을 죽일줄 모른다 늘 갑질로 행세하던 사람들이라 분노조절이 안된다 내가 그토록 강조하던 겸손과 배려는 이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뒷산 너머에서는 북한의 대남방송이 아주 크게 들린다 요즈음도 그렇게 어이없는 방송이 꽝꽝 들린다는게 놀랍다 주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닐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모처럼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내가 장비를 보관하고 있는 빌라의 관리인이다 아래집에서 물이 새는데 빨리 와서 조치를 해달란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무시를 하려는데 계속 채근을 한다 나는 얼마전 창고에 갔다 왔고 물을 틀어놓은 일도 없으니 내가 갈 일은 아니라고 해도 굳이 내 방에서 물이 샌다고 난리다 그럼 며칠 있다 가보겠다고 하고서 피곤한 나머지 잠을 청했다
그 이후 사달이 났다 아래층 주민과 창고 주인 그리고 관리인 모두가 총동원해서 전화를 해대는게 아닌가 밤 10시가 넘게 계속 전화를 해대는 무례함과 버릇없는 말투가 괘씸해 전화기를 꺼버리고 잠을 재촉했다
다음날 늦잠을 잔 후 산에 올라 전기공부를 하려고 준비를 하다 문득 어제 일이 떠올라 전화기를 켰다 연이어 울려대는 메시지 소리가 나를 긴장하게 한다 그 내용에는 내가 연락을 안받아 임의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 바로 차를 몰고 창고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상황을 확인하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계속 시도를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자세히 확인하니 집주인이 임의대로 문을 개방하고 열쇠를 바꾸었다고 한다 전화를 걸어 무슨 그런 경우가 있냐고 항의하고 열쇠를 달라고 하니 2시간 이후에나 오겠다고 한다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럼 나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고 차를 몰았다 중간에 "지금 경찰서로 고소하러 가는 중입니다 "라고 문자를 보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창고 앞에 주인이 와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빨리 열쇠를 가져 가란다 어이가 없어 경찰서로 열쇠가져오고 사과 하지 않으면 고소장 접수한다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 시골 경찰서라 한산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고소장 접수를 하러왔다고 하니 담당자를 소개해 준다
형사1팀이다 우선 분위기 부터 무시무시하다 들어서는 사람을 째려보는 시선이며 모든 사람을 범법자로 생각하는 직업의 특성상 분위기가 살벌하다
상담을 하러 왔다고 하고 팀장을 만나니 차분하게 법적 조치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내가 나의 허락없이 주인이 문을 개방하고 열쇠를 바꿔치기 해서 주거침입으로 고소를 하러 왔다고 하니 그런 경우 충분히 고소가 가능하고 소장을 접수 할 수 있는데 주인하고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떻냐고 나를 달랜다
잠시후 화를 누그려 뜨리고 일단 접수하러 왔다는 사실을 주인에게 알렸다 인증샷을 위해 경찰서 건물을 찍어 사진을 첨부했다 그랬더니 되레 누수공사를 못하게 한 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단다
"그래 너 잘 걸렸다 어디 혼좀 놔 봐라" 난 집으로 돌아와 고소장을 쓰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에게 공사방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그렇게 몇시간의 침묵이 흐른뒤 전화가 온다 그 집 주인이다 열쇠를 찾아가란다 대뜸 소리를 질렀다
"경찰서로 가져 와 "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니면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했는지 자기가 한 행동이 과했다고 판단했는지 조금전의 서슬 시퍼런 모습은 어디가고 한결 누그러진 말투로 열쇠를 갖다 준단다 버르장 머리를 고칠 요량으로 경찰서 민원실로 열쇠를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후 경찰서 민원실에서 대면을 했다 그런데 주인 혼자 온게 아니라 아래층 주민과 함께 찾아왔다 그러면서 아래층 주민이 물이 새서 급해서 나에게 연락하다 전화를 안받아 집주인에게 재촉을 해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상황설명을 하면서 사과를 구한다
"아줌마가 왜 사과를 해요 나는 집주인하고 상대하면 되요" 거친 단어가 튀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채 한마디로 주인을 조져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주인들이 갑질을 해대고 세입자는 그저 주인 눈치만 보는 세상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을이 갑을 조져대는 정반대의 형국이다
그도 그럴것이 주거침입이란 죄목은 민사소송감이 아니라 형사소송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사과도 없이 큰 소리 치는 주인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주민의 거듭되는 사과에 분을 삭히고 그들을 따라 창고로 가보았다 현장확인을 위해 그들을 대동하고 문을 따고 들어갔다
가만히 관찰하니 여기저기 물이 튀어 장비에 물이 밴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욕탕으로 들어가 확인을 했다
내가 더 흥분한 건 집주인이 내가 수도꼭지를 파손하고 방치한 다음 물을 틀어놓고 가서 그렇게 되었다고 이야기한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을 데리고 직접 확인을 시켜준 것이다
가만히 관찰하니 수도 꼭지가 녹이 슬고 수도 압력에 못견뎌 파손이 된 상황이었다 없어졌다는 수도꼭지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내가 수도 꼭지를 틀지 않았다는 정황이 확인되었다
나는 집주인과 그 주민에게 정황을 확인시켰고 내가 잘못이 없었으며 시설물이 오래되어 벌어진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를 구하면서 화를 삭이라고 이야기 한다
나는 바꿔치기한 열쇠뭉치를 다시 다른 새것으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왜냐하면 새로 바꾼 열쇠뭉치에 분명 열쇠가 3개 달려 있는데 나에게 하나를 내미는게 더 괘씸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열쇠는 주인이 갖고 있다는게 아닌가 기어이 열쇠공을 불러 다른 열쇠뭉치로 바꿔 놓은 다음에 난 문을 닫고 창고를 나섰다
집주인에게 강펀치를 날린 이유는 세입자라고 해서 무조건 갑질을 하고 시골 노인네라고 해서 어영부영 하는게 싫었고 특히 내가 관리인과 전날밤 통화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몇시간 연락 안된다는 이유로 함부로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열쇠로 바꾸고도 열쇠를 찾으러간 나에게 되레 덮어 씌우려는 행태가 너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암선생은 원룸을 관리하면서 모든 수리나 하자보수를 직접하면서 일일이 입주자의 불편해소를 해준다고 들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른 주인들이다 내가 그토록 강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주인이 나에게 계속 어떤 행동을 해대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씁쓰레 하다
마누라가 나에게 한마디 한다 " 오래 살아요 그래야 그런 일들을 처리 하지요" "아니 그럼 난 비서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거야? "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때 문자가 날라온다
"잘 들어가셨어요 ? 오늘 애쓰셨어요"
늘 임대료만 독촉하던 주인이 오늘따라 무척 다정스런 말투로 보내온 메시지다 참으로 많은걸 생각케 해주는 하루였다
첫댓글한동안 소식이 뜸하시더니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VJ지망생을 교육하실 정도면 그 실력이 대충 가늠이 됩니다. 급히 서두르지 않고 내공을 키우는 것 까지도 보폭을 맞추시는 두 선배님에게 오늘도 한수 배우고 갑니다. 그나저나 건강 회복하셨으니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시는거죠? 다행이십니다. 저도 가스기능사는 원서 거둬들이고 승강기기능사는 같이 공부하자고 약속한 후배가 있어 욕심 안부리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뭐든 결코 쉬운건 없는 것 같아요. 건강챙기면서 많은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영위하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별난일 다 많습니다. 현실 생활이 지난날과 비교 해보면 자신이 갑에서 을로 바뀐게 실감이 날것입니다. 요즈음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지난날 내가 갑질할 때 을의 위치에서 화난 사람들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즈음은 동남아 외국인 상대로 원룸 임대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겨울에는 환기를 시키지 않아 두어달만에 방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놓습니다. 군소리 없이 더 좋은 자재를 구매해다가 다시 새롭게 단장을 합니다. 괜찮다고 하면서 설명해주고 익혀온 기능을 발휘해서 수리해주면 그들이 소개한 입실 대기자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첫댓글 한동안 소식이 뜸하시더니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VJ지망생을 교육하실 정도면 그 실력이 대충 가늠이 됩니다.
급히 서두르지 않고 내공을 키우는 것 까지도 보폭을 맞추시는 두 선배님에게 오늘도 한수 배우고 갑니다.
그나저나 건강 회복하셨으니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시는거죠?
다행이십니다.
저도 가스기능사는 원서 거둬들이고 승강기기능사는 같이 공부하자고 약속한 후배가 있어 욕심 안부리고 준비중에 있습니다. 뭐든 결코 쉬운건 없는 것 같아요. 건강챙기면서 많은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영위하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별난일 다 많습니다. 현실 생활이 지난날과 비교 해보면
자신이 갑에서 을로 바뀐게 실감이 날것입니다. 요즈음은 화나는 일이 생기면 지난날 내가 갑질할 때 을의 위치에서 화난 사람들이 많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즈음은 동남아 외국인 상대로 원룸 임대를 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로 겨울에는 환기를 시키지 않아 두어달만에 방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놓습니다. 군소리 없이 더 좋은 자재를 구매해다가 다시 새롭게 단장을 합니다. 괜찮다고 하면서 설명해주고 익혀온 기능을 발휘해서 수리해주면 그들이 소개한 입실 대기자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