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도쿄] 조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루이스 스콜라, 그에게 쏟아진 기립박수
민준구 입력 2021. 08. 04. 10:10
백발의 한 남자가 벤치로 들어가자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감격한 남자의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조국을 위해 헌신한 그의 마지막은 승패와 상관없이 아름답게 장식됐다.
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농구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8강 경기. 이미 호주의 승리가 확실시된 4쿼터 종료 51.4초 전. 아르헨티나의 루이스 스콜라는 결국 4강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벤치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 놀라운 일이 나타났다. 현장에 있는 감독, 코치, 그리고 선수들, 경기 진행을 위한 모든 관계자들까지 스콜라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항상 냉정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이끌었던 스콜라는 감정의 파도 속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조국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번 올림픽이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로서 출전할 대회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콜라는 2000년대 세계 최고였던 아르헨티나의 황금세대 마지막 주자로 조국을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2012 런던올림픽 4위로 올려놨다. 2002 세계농구선수권대회 은메달, 2019 FIBA 농구월드컵 은메달 역시 스콜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0년생, 41살의 스콜라는 이미 도쿄올림픽 전부터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라는 것을 강조했다. 매번 같은 말을 하면서도 은퇴를 번복, 아르헨티나의 골밑을 지켜왔던 그였기에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스콜라는 결국 자신이 정해놓은 진짜 마지막 경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스콜라는 경기 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나이 41세, 또래 선수들은 이제 많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이제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야 할 때다, 우리는 가야 할 시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에 있지는 못했지만 동료들, 그리고 너의 상대들로부터 존경받을 때 제대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준 그 순간, 난 그 사실을 알게 됐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파우 가솔마저 떠나보낸 상황에서 스콜라와의 이별은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다. 한때 ‘드림팀’ 미국을 가장 위협했던 두 남자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FIBA는 SNS를 통해 그들의 마지막을 기념했다. “한 시대가 끝났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여전히 스콜라, 그리고 가솔만큼 세계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준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다. NBA 최고의 선수들 중 한 명인 야니스 아데토쿤보, 니콜라 요키치 등이 이들의 뒤를 이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들은 아직 증명한 게 없다. 그만큼 스콜라와 가솔은 세계농구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들이었다.
#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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