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성당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 외동 194번지)
100년이 넘은 고즈넉한 한옥형 성당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가양대교를 지나면 왼쪽 한강변에 우뚝 솟아있는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기록된 행주대첩의 현장입니다. 이곳은 1593년 3월 권율 장군과 2300명의 관군 및 승병, 그리고 치마에 돌을 담아 나르던 아녀자 등 군관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아홉 차례나 공격한 왜군 3만명을 신기전 총통 화차 등 화약을 사용한 신무기로 완벽하게 무찔렀던 곳입니다. 이런 역사는 1970년대 성역화사업을 통해 잘 보존돼 있어 어린이의 현장학습 장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산성에는 충장공 권율 도원수의 석상과 영정을 모신 사당도 있고 당시 토성도 복원되어 있습니다.

<1909년 설립된 행주성당 모습, 여느집 한옥 형태의 소박함이 배여 있다.>
그런데 행주나루, 행주산성과 더불어 이곳 행주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1909년에 설립된 행주성당이 행주 외동의 언덕 중턱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고색창연한 성당은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에서 명동성당, 약현성당(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설립된 오래된 성당입니다. 1909년 서울대교구가 경성(서울) 밖 첫 성당을 이곳에 지은 것을 보면 당시 행주나루가 얼마나 번성했고 사람 왕래가 많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성당은 카톨릭신자가 아니더라도 찾는 것만으로도 한국 천주교의 지난 100년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성당은 겉으로만 보면 여염집과 다름없는 양기와 지붕에 붉은 벽돌의 키 낮은 평범하고 소박한 한옥입니다. 그 옆에 있는 낡고 녹슨 철제종탑, 그 아래 성모동산에 서있는 성모마리아상, 그리고 마당의 나무십자가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곳이 성당임을 알게 됩니다.

<성당 출입구>
이 성당은 밖에서 보았을 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전 안에 들어서면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외부는 1960년대 일부 고쳤지만 실내는 거의 초기의 모습입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예전 초등학교 교실 절반 크기의 자그만 성전입니다.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등받이가 없는 나무걸상이 줄맞춰 놓여져 있고, 그 위에 방석이 단정하게 놓여져 있습니다. 실내는 천장을 떠받치느라 곳곳에 줄지어 세운 나무기둥으로 더욱 좁게 느껴집니다.

<성당 내부 모습. 이 사진은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퍼온 사진입니댜.>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 지인들>



<성당 내부 천정 대들보에 쓰여져 있는 상량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천장입니다. 다듬지 않은 소나무로 놓은 들보에 서까래를 얹은 전통가옥의 지붕 구조가 훤히 보이게 되어있습니다. 그 대들보엔 ‘융희4년 음력3월8일’이라고 쓴 상량문이 아직도 희미한 글씨로 남아있습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 성당은 현재 신자는 250여명 이라고 하는데 그중에는 이곳에서 세례를 받고 평생 행주성당을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80대 토박이도 많다고 합니다.
주말 행주산성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면 행주산성과 함께 이곳 행주성당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여 소개합니다. 그리고 행주산성 일대에는 장어구이 집들을 비롯하여 분위기 좋은 카페와 유명 토속식당들도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방문일 : 2013년 1월6일(일)
●행주성당 역사
행주 성당은 1899년 약현(현 중림동약현) 본당 관할로 설립된 행주 공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행주 포구는 한강을 통한 수로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거주 인구가 제법 많은 지역이었다. 이에 따라 1899년 당시 약현 본당 주임 두세(Doucet, 丁加彌) 신부는 이곳에 행주 공소를 설립하였는데, 당시 신자수는 52명이었으나 공소 설립 1년 만에 102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교세 성장과 더불어 이 지역은 또한 약현 본당 관할의 경기도 서부 지역, 즉 김포군, 통진군, 고양군, 양천군, 양주군, 파주군 등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공소들을 관할하기에도 적격이었다.
그러자 뮈텔(Mutel, 閔德孝) 주교는 1909년 5월21일 행주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키고 김원영(金元永) 아우구스티노 신부를 초대 주임으로 임명하였다. 이에 김원영 신부는 이듬해 8월 17일, 성모 승천 대축일 직후에 뮈텔 주교를 모시고 고양군 주도면 행주외리 197번지에 마련한 성당의 봉헌식을 거행하고 주보를 성모 승천으로 정하였으며, 1922년에는 성당을 증축하면서 사제관도 신축하였다.
그 후 행주 본당은 일제 말기에 선교사 추방 등 교회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질 무렵인 1942년 1월, 8대 주임이었던 김유룡(金裕龍) 필립보 신부가 대전 목동 본당으로 전임된 후 신부가 파견되지 않음으로써 한때 공소로 격하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광복이 된 후 1948년 2월에 9대 주임으로 김성환(金成煥) 빅토리노 신부를 맞이함으로써 본당으로 부활되었다.
본당으로 부활된 후 공동체는 활기를 되찾았으나, 얼마 못 가 도시화 현상으로 신자수가 감소하자 10대 주임으로 부임한 임충신(林忠信) 마티아 신부는 그 보완책으로 1957년에 수색동 205번지로 성당을 이전하고, 본당 이름을 ‘수색동 본당’(현 수색 본당)으로 바꾸면서 행주 본당은 재차 공소가 되었다. 그 후 수색동 본당은 12대 주임인 김윤상(金允相) 베네딕토 신부 때인 1970년 8월 2일 현재의 증산동 부지를 마련한 뒤 공사에 착수하여 이듬해 8월 12일 대지 425평에 연건평 232평 규모의 성당을 완공하고 봉헌식을 거행하였다.
그러나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 사목상 어려움이 따르자 1978년 11월 8일에 대지 500평을 마련하여 능곡 공소를 설립하였다. 그 후 1981년 8월 10일 능곡 공소 강당 신축 공사에 착수하여 이듬해 8월 26일 이를 신축함과 동시에 능곡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켰다. 그러면서 행주 공소는 능곡 본당 관할 공소로 변경되었다.
2004년 서울대교구에서 의정부교구가 분리·설립되면서 행주 공소는 그 해 11월 18일 능곡 본당에서 분리되어 다시 본당으로 승격되었다. 행주 본당은 2007년 5월27일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을 열고 ‘행주 공소 설정 110주년·성당 설정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우리 민족이 자랑인 행주대첩의 고장이며 교회사적으로 100년이 넘는 고양 지역 신앙 공동체의 중심인 본당의 위상을 새롭게 하기 위한 기념사업에 들어갔다.
그 일환으로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부식돼 가고 있는 성당을 복원하고, 신자 재교육을 위한 피정센터를 건립하는 한편 학술대회, 100년사 편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2008년 5월 25일 본당 설정 99주년 및 100주년 역사자료 전시관 개관식을 가졌는데, 전시관에는 주요 연보 및 사진 자료 등을 보기 쉽게 전시해 행주 공동체의 역사를 꼼꼼히 챙겨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성당 마당에 조성한 십자가의 길 축복식도 가졌다. 이런 준비과정을 거쳐 2009년 5월31일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성당 옆 마당에서 ‘100주년 역사 기념관’ 기공식을 가졌다.
1910년 소박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행주 성당은 1928년 인근의 현 위치로 옮겨 지으면서 상량 목부재를 포함한 기존 기초 부재를 대부분 재활용했고, 1949년에 증축하면서 기록한 자료 등 변천 과정의 기록이 잘 보존되어 있다. 특히 건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목조가구의 경우 최초 건립 부분과 증축 부분이 잘 남아 있어 성공회 강화 성당(사적 제424호)과 함께 대표적 한식 목조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행주 성당은 2010년 2월 19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문화재 제455호로 지정되었다.
<출처 및 인용 : 한국가톨릭대사전>
■찾아가는 길
●행주산성
1) 승용차 : 자유로-행신나들목-행신고가 오른편 차선-사거리(우회전)-수도권 철도차량정비단-삼거리(우회전)-행주산성
2) 대중교통
①산성 주차장 : 화정역(지하철 3호선)에서 011, 012(마을버스) 85-1(초록버스)
②행주내동 : 산성까지 걸어서 10분. 1082(광역버스) 921 108 870 873(파란버스)
●행주성당
행주산성 아래 소애촌 식당가 입구에서 좌회전, 자유로 쪽으로 200m 가서 오른쪽 ‘행주산성로 120번지 길’로 다시 200m 언덕 중턱.
●행주산성 주변 맛집
*행주가든 : 행주나루터에 자리 잡은 오랜 역사의 식당. 장어구이 송어회 메기매운탕 등
*포석정 : 소애촌 식당가 초입의 토박이식당. 장어구이, 매운탕, 사철탕
*온트리(On tree) : 한강을 내려다보며 커피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 행주가든 앞.
*관청너머 : 한옥에서 음식을 내는 토속식당. 우거지볶음과 토종닭볶음, 직접 쑨 도토리묵이 유명.
*올드스쿨 : 언덕의 숲 너머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
*행주산성 원조국수집 :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두 가지만 취급하는 식당으로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찾으며,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자유로 서울방향 진입램프 입구.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