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아! 거장 이윤기
이 전 호
내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신화는 모듬살이가 꾸는 꿈이다
군위군 두북리 선산을 세계의 중심
우주의 중심으로 본 진정한 거장
어릴 적 할머니,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천자문, 옥루몽 등은
숱한 세파 가슴에 부딪히며, 힘든 고비마다 몸을 던져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번역가, 신화학자를 만든
주춧돌이고 자양분이 아니었을까?
스스로 월남전 참전했던 애국전사
헤밍웨이처럼 초인적인 야성과 영혼을 가진 사나이
'꽃아 꽃아 문을 열어라' 삼국유사 신화에서
'그리스 로마' 세계적 신화까지
신화처럼 바람을 거세게 일으키고
스스로 신화가 되어 떠난 대문호
그의 자전적 소설 '하늘의 문' 읽으며
역동적인 삶과 파란만장한 서사
그 진한 울림, 가슴 찡한 그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쿠바 단상
비취빛 푸른 물결의 나라
헤밍웨이가 사랑한 쿠바
시가를 물고 흰 구름을 뿜고 가는
형형색색의 올드카
불타는 노을 칵테일에 섞어
은빛 달빛과 함께
카리브 모래 해안을 달린다
비틀거리며 취한 군상들
야자나무 바람이 좋은 아바나 거리
신나는 재즈음악
금빛머리 늙은 악사의 눈부신 연주
빨간 바지 젊은 흑인남녀의
황홀한 살사 춤사위
파도위에 춤추는 밤 물결 야경
도취한 관객들 우렁찬 하모니
돛단배에 부풀려지는 달러, 달러
원주민 잊힌 아픈 역사
꽃잎처럼 피어나는 여자의 나라
뜨거워지는 쿠바의 밤
베를린에서
역사는 말이 없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비는 내리는데
허물린 베를린 장벽 앞에 선다
뜨거운 가슴 속에 떠오른
내 조국의 휴전선
아, 두동강 난 한반도
아픈 조국이여!
독일의 개선문 브란덴부르크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은
그 위대한 손기정 옹의
거친 숨결이 들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
수천 미터 지하갱도에서
파독 광부가 흘린 눈물
파독 간호사의 고단한 삶의 여정들
라인강의 기적처럼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그리며
나는 베를린의 밤을 맞는다
출력
봄바람은 연두 빛
새잎을 출력하네
큰 산 넘어 푸른창공
내 젊은 날의 분홍빛 하늘
더 깊은 숲을 위하여
젊은 결기로 방대한 경전을
세법처럼 읽었지
하얀 밤을 세워가며
어둠이 입력한 전표를 해독하여
눈을 뜨는 빨간 아침
한잔 소주잔에
힘들었던 청춘의
대차대조표는 언제나 흔들리고
내 삶의 제무제표는
별빛 둥지 국세청을 지나
지금, 숫자들만 아련하다
햇살 거래처
봄 아지랑이는
따스한 햇살 거래처
매화,개나리,모란꽃
꽃집마다 배달을 하지
더운 폭염에 가지마다
초록 바다로 여행을 떠나지
가을 단풍이 곱게 문을 열 때쯤
몇몇 햇살 거래처는 문을 닫지
꽃씨는 순이익으로 잡고
태양 통장에 적금을 붓지
흰 눈은 지구의 부가가치세
겨울 얼음장 밑의 붕어는 현금을 세지
첫댓글 옥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