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4.10.25)
참깨순을 치면서/서봉교
음력 칠월 스므 하룻날 아침
텃밭의 참깨나라 국민들의 목을 수없이 쳤습니다
잘리면서도 혁명군처럼 솟아오르는
저 고소한 피, 피들
그런데 말이죠
잘 여믄다고 능사는 아니지요
목을 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쳤지만
정작 그들의 다리를 벨 때는 더 신중해야 하니까요
다리를 벨 땐 그 자식들 절반을 잃어버리거든요
결국 군주의 손에 들어가는 건 50%
그래서 옛말에 참깨 농사는 양반 농사라고 안 했나요
참기름 드실 때 고걸 알아야 해요
무수한 희생과 반은 땅으로 돌려준
고마운 마음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고소한 그 피
피들의 절규를
(시감상)
가을이다. 수확철이다. 여름내 뜨거운 온도를 이겨내면서 결실을 맺은 것들이 열매를 맺었다. 열매는 늘 달콤하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과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한 톨의 쌀, 한 톨의 참깨, 감 하나, 모든 것들의 열매 반대편에는 그만한 희생이 있다. 본문의 말처럼 ‘참기름 드실 때 고걸 알아야 해요’라는 시인의 말, 심중엔 세상 모든 이치에 대한 고마움과 경외를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경에 두고 있다. 작품 전반에 깔고 있는 환유에 대해서는 독자의 몫으로 놓아둔다. 이 땅의 진정한 왕은 민초들이다. 고소한 참기름에 비빔밥을 비벼 먹고 싶은 날이다. (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포신문 24.10.25 기고
(서봉교 프로필)
2006년 《조선문학》 등단. 시집 『계모 같은 마누라』『침을 허락하다』『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원주 문학상 수상, 원주문협 부지부장, 요선문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