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의 문학 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과거의 한훤당문학 연구가 주로 그의 도덕적 실천과 사상을 문학세계를
통해 증명하려는 경향으로 이루어져 왔음을 밝히고, 향후의 연구는 새로운 자료들에
대한 검증과 작품 자체의 문학적 성취를 조명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밝혔다.
이러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본고는 먼저 한훤당이 조선초기 유학의 가장 저명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을 추적하였고, 그의 작품이 중국에까지 소개될 정도의
문학적 재능을 소유하고 성취를 이룬 인물임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새로운 자료의
발굴과 고증을 촉구하기 위해 한훤당의 새로운 시편들을 싣고 있는
『담헌시집(淡軒詩集)』에 대한 서지적 고찰도 부분적으로 시도하였다:
한훤당이 조선 유학사에서 저명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도덕적 실천과
학문적 성취라는 내적요인과 사림파의 정통성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외적 기림이
작용하였음을 지적하였고, 담헌시집이 비록 일제시대에 간행된 서적이지만
날조가 아니라 가문에서 소장되어온 원고를 바탕으로 편집되었음을 밝혀 연구의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한훤당의 문학연구가 한훤당 자신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함에서 한 걸음 나아가
그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기림의 시문들을 연구하여 일정한 방향성을 추적하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임을 언급하였다.
Ⅰ. 머리말
한훤당을 두고 문학을 연구하는 작업은 몹시 어렵다. 우선 그가 남긴 시문의 절대량이 부족한 바, 퇴계가 편정한 한훤당의 문헌집인 『景賢錄』과, 寒岡 鄭逑가 편집한『景賢續錄』, 한훤당의 8대손인 金夏錫이 편집한 『景賢續錄補遺』, 1970년에 국역사업과 함께 수집하여 첨부한 『景賢附錄』 등에 실린 시문은 모두 19편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시는 12題 14首이고, 賦가 1편, 文이 4편이다. 이밖에 각각 2句로 이루어진
逸詩拾句 2首가 있다. 그러나 『경현록』에 실린 작품조차 편정자인 퇴계가
회의하는註*1) 작품들이 있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의 한훤당문학연구는 대체로 한두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거나, 현존작품 가운데 도학적 해석이 가능한 작품을 검토하여 도학문학으로 규정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이제 한훤당의 문학연구는 이러한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본고는 이러한 방향의 전환을 위한 제언적(提言的) 성격의
글이며, 제언의 당위를 위해 문학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훤당의 도학적 지향과
그 지향에 대한 기림의 과정 등을 정리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