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담가해담가
밥상을 받으며 첫 느낌이 서울에서도 이 가격에 이러한 밥상이 가능하구나, 믿기지 않았다. 흠잡을 데 없다. 플레이팅, 실내분위기, 식탁짜임새, 새로운 음식, 더 놀라운 건 하나도 빠지지 않는 맛이었다. 모든 음식이 맛과 정성과 여유를 갖추고 있었다. 서울이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은 아닌가보다. 코가 무사한 것은 물론 입이 호사를 제대로 했다.
1.식당얼개
상호 : 해담가/우담가
주소 : 서울 마포구 양화로 45 메세나폴리스몰 101호
전화 : 02) 326-6060, 5544
주요음식 : 해산물, 소고기
2.먹은날 : 2021.10.19.점심
먹은음식 : 보리굴비정식 28,000원
3. 맛보기
굴비가 팔뚝만 해서 깜짝 놀랐다. 그것도 서빙하는 분이 예쁘게 발라줘서 더 깜짝 놀랐다. 마르세이유 브이야베스는 가시 발라주면 가격이 곱절로 튄다는데, 가격 추가 요구도 없이 이쁘게 발라먹을 수 있게 해줬다.
더 특별히 눈에 띈 것은 무청배추전말이. 이런 요리는 처음이다. 제주도에 가면 무청으로 나물을 많이 해준다. 제주된장으로 무치면 더 특별한 맛이 난다. 여기서는 거기다 특별한 양념을 더해, 톡 쏘는 맛으로 요리를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한식의 발전은 무한대다.
아마도 참조기는 아니고 부세가 아닌가 한다. 간도 적절, 육질도 탄탄하고 먹을 게 많다. 밥도둑처럼 조기만으로도 한 그릇 비울 정도다. 튼실한 상차림이다.
고추고기장조림. 고기는 일단 구워서 한 거 같아, 쫄깃한 맛이 좋다. 너무 짜지 않아서도 좋다.
깍두기, 시원하게 사각거릴 만큼만 익었다.
갓김치, 갓향이 좋다.
시금치.
겉절이. 조기와 장조림과 김치만으로도 한 상이 온전할 거 같다. 상큼한 맛이 탄탄한 배추에 잘 담겨 있다.
해파리냉채. 매콤한 맛이 나도록 해서 다른 풍미를 잘 살렸다.
흔하지만 맛내기 어려운 잡채, 아주 잘 만들었다. 쫄깃한 면발이 입맛을 돋군다.
오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거. 배추전에 열무청을 넣어 둘둘 말았다. 배추전열무쌈이다. 몇 겹으로 정성이 들어간 새로운 요리다. 김치도 아닌 것이 배추와 열무가 만나 신선함과 풍부한 맛을 다 갖추었다. 매콤한 양념으로 주요 식재료를 넘어서는 새로운 맛을 낸다. 한식의 새로운 실험, 관중을 즐겁게 한다.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더 즐겁다는 새로운 요리, 한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현장이다.
대장금이 지은 밥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은만치 꼬들거리고 쫄깃거린다. 낟알 한 알 한 알이 탐스럽게 혀 안에서 제 몫을 다한다. 밥만 먹어도 행복하다. 깐밥에 뜨건 물을 부어 눌은밥을 만드니, 고소한 향이 고향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서울에서도 이런 밥 먹을 수 있다.
제주도에서도 요즘 곳곳이 돌솥밥이다. 밥이 점차 사치스러워진다. 밥이 그야말로 밥의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나서 물 붓지 않은 깐밥을 먹어도 정말 고소할 듯하다. 이 정도 밥이면 북한에서 목표로 삼는 '이팝에 고깃국'이 제대로 성취될 듯하다.
얼음이 성글성글한 녹찻물이다. 오늘 날씨가 추워 처음에는 조금 섬닷하다는 느낌, 그러나 곧 녹아 개운한 느낌만 남았다. 밥을 말아도 좋지만 국물로 떠 먹어도, 마셔도 좋다. 조기 먹은 비릿한 기운을 한 입에 가셔준다.
4. 먹은 후
서울에서 이만한 음식 이만한 가격을 만나다니, 고마운 일이다. 분위기도 쾌적하고 우아하다. 빌딩숲에 갇혔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예약을 하면 룸을 줘서 대화에도 용이하다. 서비스까지 최상이어서 편안한 식사에 부족함이 없다. 새로운 요리까지 만나 예상이 깨지는 즐거움도 누린다.
지방의 한식도 서울로 오면 값이 오르고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는데, 이곳은 그 자체로 온전하고 충만한 느낌을 준다. 이상하게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은 저렴한 음식들 속에서 나오는데, 이러한 통념도 살짝 어긋나게 한다. 서울 한식의 가능성을 보는 거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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