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기다리는 시간이라 정수기에서 생수를 한 컴 뺀다. 대기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책을 읽으며 시간의 여유를 즐긴다. 호명을 받고 주치의를 만난다. 내가 보여주지 않는 속을 들어다 보잔다. 속을 보여주다 상처를 입은 속을 다시 보여 준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속을 보여주는 것을 승낙하기 까지 사년이 걸렸다.
2017년 개인 병원에서 속을 보여주다 얻은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내시경 후 위장장애로 밥을 먹지 못하고 걸을 힘도 없었다. 고통이 너무 커 죽는 방법의 생각도 잘 못 되면 병신이 되어 더 고통스럽게 살겠다 생각에 이르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부산 위담 한의원을 찾아 치료를 하였으나 병이 더욱 악화되어 9일간 단식을 하고 차도가 없어 삼성병원에 입원까지하게 되었다, 6일간 코에 고무호수를 꽂아서 위를 비워 내었다. 투병이 고통스러워 목을 매어 보려해도 먹지 못해 기운이 없어 그럴 수도 없었다. 인간의 목숨은 하느님 소관이지 인간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병원에 퇴원할 때 몸무게 36kg로 살이 없는 엉치뼈가 배겨 앉을 수 없고. 걸을 수 없으니 죽음을 앞에 둔 중환자처럼 발이 퉁퉁 불었다. 여름철에 에어콘 바람으로 폐렴까지 왔들 때는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투병을 하면서 전화위복을 빌었다. 폐렴은 치료 되었지만 소화에는 걸어야 하였다. 미음을 조금씩 먹게 되고 겨우 거리를 걸을 수 있을 때 승용차를 타고 인근으로 여행을 다니며 걸었다. 여행을 다니다가 의령 자굴산 쇠목재에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 자신감으로 매일 뒷산인 팔용산을 등산 할 수 있었다. 팔용산 둘레길을 오르면 아침에 눈을 뜨고 맞이하는 동 터는 하루, 산에서 맞이하는 숲속의 바람, 눈부신 햇빛, 코끝을 씻어주는 풀잎의 향기, 날아다니는 나비와 곤충을 볼 수 있고, 산새 소리 들을 수 있음이 기적이었다. 쓸쓸히 떨어지는 빗소리도 향기가 있었다. 팔용산을 오르면서 투병 시간을 보낸다고 마산항을 스케치 하였다. 죽기 전에 고향의 아름다운 마산항을 알리고 싶었다. 마산항이 보이는 이십 여곳 산 정상까지 걸으면서 마산항을 스케치 하였다. 투병중이라 많이 걷기 위해 약을 먹으면서 울릉도, 홍도, 목포외 많은 곳을 다녔다. 가고 싶었던 인도, 터키, 대만, 중국 태양산 해외 여행을 하면서도 많이 걸을 수 있었다. 투병을 하면서 죽을 때 까지 글을 쓰자 유서를 쓰듯 글을 썼다. 내가 죽으면 누가 볼 수 있을까. 실날 같은 희망이 이듬해 <마산항 스케치>시집이 나오고 경남문예진흥원 도서보급 사업에 선정되어 마산항을 알리게 되었다. 경남문예진흥원에서 실시하는 웹툰 예비작가 패스티발에도 참여하였다. 투병을 할 때 짓기 시작한 창원 NC 마산야구장이 완공할 때까지 살아서 NC 구장에서 야구를 볼 수 있게나 생각하던 야구를 구경하고, 팔용산 터널, 가포터널 완공도 보았다. 2020년 친구의 요청으로 강의한 글친 강좌도 끝 마쳤다. 2021년 3월 마산문학관 특별 전시인 "마산을 빛낸 얼굴 특별전시전" 작고 문인 26명 인물화도 그렸다. 현재 건강이 조금 회복되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의사에게 내 속을 들어다 보여 주어도 될 것 같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픔은 결코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 입원해 보았기에 평생 병원에 입원하지 않는 행복만큼 큰 행복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바닥에 떨어져 보았기에 바닥에 떨어진 아픔을 알았고, 내일 죽을 수 있다고 생각으로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았다. 얼마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부와 명예, 대통령, 교수도 부럽지 않고,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다시 내시경을 받으려는 나를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코로나 19 판데믹이 온 것을 보니 투병하면서 해외 여행을 한 것도 기적이다. 인생의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을 일을 추구하면서 노력하는 일이리다.
아프고 나서 죽음을 항상 준비하면서 산다. 내일 죽을 수도 있고, 얼마나 더 살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나는 지금 진료 안내문을 받으며 장애인 인권포럼에서 근로지원 일을 하면서 기적의 인생을 알리고자 글을 쓰고 있다. 둘레길에 고목의 뿌리가 사람들이 발길을 받쳐주는 것 처럼 세상을 사랑하고 싶다. 앞으로 몇 년이 더 주어질지 알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경험할 기적의 삶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