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에서 문을 연지 2주가 지났습니다. 낯설던 공간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동선엔 거침이 없습니다. 빗자루질로 시작해 책상 위에 의자를 올리는 것으로 마감하는 하루도 익숙해져갑니다. 오늘 전해드리는 글에서는 공간에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는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공사는 반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했습니다. 수도나 전기 등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곳은 업체에 부탁드리고, 해볼 만한 것 같은 일들은 몸으로 부딪혔지요. 나름의 인테리어 컨셉이 있다면 첫째, 재활용하기 둘째, 잘 가리거나 구조를 유지하기 셋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기였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예산을 아끼기 위한 현실적인 사정이 80%,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20% 정도라고 할까요? 철거하며 나온 물품들을 모아다가 재활용하고, 근처에서 나뭇가지를 주워서 조명을 만들고, 책장으로 가릴 부분의 새시는 교체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바는 셋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기’ 입니다. 휠체어나 유아차의 드나듦이 자유롭고, 어린이나 노인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며 적용한 부분보다 좌절한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미닫이문을 설치하고 싶었으나 여닫이문을 선택해야 했고, 화장실 입구를 넓히고 싶었으나 기존의 구조를 남겨두어야 했습니다.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만날 때면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게 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일이 더 커지면 어쩌지’, ‘이런 구조를 필요로 하는 분이 얼마나 찾아오실까’…
그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갔습니다. 돋보기안경을 비치했으며, 어린이와 이동약자를 생각하여 턱이 있는 곳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가구 간격을 넓게 배치했습니다. 성인부터 유아가 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의 높이를 다르게 했으며, 화장실엔 안전손잡이를 설치하고 기저귀 교환대를 두었습니다. 책장 높은 곳에 꽂힌 책은 아래의 책장에서도 보실 수 있도록 전시했으며, 가급적 쉬운 말을 사용하여 안내문을 작성하고자 했습니다.
한계는 분명히 있겠지요. 경제적 여건이나 물리적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 공간이 필연적으로 약자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장애인과 보조기구의 정체성을 이야기 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에서 보조기구의 발달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를 환대하는 열린 마음에 미래가 있다는 글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어떤 손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는 고통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세계의 구성원으로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 사이보그가 되다 中
대학동기가 운영하는 빵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느 빵집처럼 입구에 입간판을 설치했지만,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적 무장애환경을 지향합니다. 누구나 건강한 빵을 동네에서 누릴 수 있길 바랍니다.’ 이와 함께 아래에 이용방법을 상세히 소개합니다. 휠체어 목발 등을 이용해서 매장으로 들어오기 어려운 분은 전화주시면 밖에서 안내하겠다는, 청력약자를 위해 필담․ 노트북 타이핑․ 소통 어플리케이션이 준비되어 있다는 등이지요. 대학동기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물리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환경을 대신했습니다.
앞으로도 틈틈이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겠지만, 그와 함께 환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누구에게나 맑게 웃으며 ‘어서오세요.’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