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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월일/집결 : 2011년 4월 23일(일) / 2, 9호선 당산역 8번출구 (10시)
◈ 산행코스 : 국화2리-청련사-고려산(정상)-진달래 군락지-고인돌군-낙조봉-적석사-고천리-대명항-뒤풀이장소-집
◈ 참석 : 13명 (갑무, 정남, 종화, 기인, 재홍, 경식, 원무, 재웅, 삼환, 용복, 전작, 문형, 양기)
◈ 동반시 : "허무를 향해" / 박재상
◈ 뒤풀이 : 농어, 광어회에 소·맥주 및 매운탕 / 대명포구 '대명횟집'<김포시 대곶면 대명리, (031) 981-1016>
오늘 산행도 10시에 약속장소 당산역에 가야 하는데, 전날 이경식 회장의 문자가 심상치 않다. '참가 인원이 많지 않아서 12인승 승합차를 이용하니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하겠다'고 한다. 아마 홍보차원에서 보낸 문자일 것으로 생각하니 더욱이나 빠지기 어렵다고 여겼다.
거주하는 경기도 화성에서 가려면 아마 족히 2시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조금 일찍 출발한 것인데, 오늘따라 급행 열차였던지 약속 장소에 1시간이나 일찍 도착 하였다. 당연히 가장 먼저 도착이다.
산에 오르는 즐거움도 좋지만, 오랜만에 보는 정다운 친구들의 모습을 보기위해 산에 오는 친구들도 많으리라 본다. 그런데, 정말 오늘따라 예상 밖에 친구들이 많이 참석하여 운전자를 포함하여 14명이 12인승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가장 늦게 도착한 전작 친구가 그만 고가의 선그래스를 화장실에 두고 오는 바람에 다시 약속 장소에 돌아가서 확인해 보았지만, 그사이 누군가 가져간 모양이다. 흔히 액땜했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안타까웠던지 많은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전한다.
강화 고려산은 진달래꽃이 만개하는 봄철에 진달래꽃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상습 정체 구간인 김포 신도시를 지나서 장기지구와 통진을 지나 강화에 도착하는데 2시간30분이나 소요되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정상에 거의 다다를 시간인데 아직 산행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산회의 명예가 있지 않은가? 비록 점심때가 되었지만, 정상을 정복하기로 하고 곧바로 산행은 시작 되었다. 자주 참가하지 않은 때문인지, 오늘따라 감기 기운 때문인지 산에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는 친구들의 정다운 이야기가 때로는 피로회복제가 되어 점점 고려산 정상의 붉은 진달래꽃에 다가 갈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죄(?)로 오늘의 산행기를 작성하게 되었다. 기사감을 기억하느라 조금은 신경이 쓰이지만, 그저 자연을 즐기고 그 느낌이나 적어보자 하고 부담감은 잊어버리기로 하였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그 지방의 수익을 위하여 다양한 문화제 행사를 많이 하고 있는데 강화 진달래꽃 축제도 그 중 하나가 되는가 보다. 멀지 않은 강 너머가 북한땅 이란다. 그러고 보니 산모양이 약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백년 이상을 왕래하지 못하고 막혀 있음은 누구의 뜻일까를 생각해본다. 분명 백성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상이라는 허울로 포장된 정치적 욕심의 산물이 아닐까? 얼마 전 태국에서 말레이지아를 넘어가면서 국경에 양국의 출입국 사무소를 한 건물에 모두 설치한 모습을 보았는데, 우리의 처지가 부끄럽기도 하였다.
하기야 1970년대 군복무로 DMZ에서 생활할 때도 그 긴장감이 생사와 직결되어 국경 이상의 장벽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분명 우리의 분단은 세계적 힘의 균형을 위한 대리적 의미가 있다고도 생각되었다.
정상에 거의 오를 무렵 3명의 40대 여인들(자기들이 40대라고 주장함)과 합류하게 되어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아마 그 여자분이 술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배낭 속에서 진달래술 그리고 소주가 2병씩이나 나온다. 강화에 살고 있고 등산 총무도 맡고 있다는데, 아마 그 모임에는 술 좋아하는 회원들이 많은가 보다.
오늘도 어김없이 거의 고정 메뉴로 음식을 준비하여 진수성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점심이 약간 늦어서 보다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길잡이는 염재홍 산우가 맡았다. 아마 고려산에 몇 차례 다녀간 모양으로 길을 잘 안다. 앉기에 좋은 헬기장에서 먹거리를 먹고, 막걸리를 마시며, 오늘의 동반시를 내가 낭송하였다.
"허무를 향해" / 박재상
제주 성선포에 처음으로
쫒겨오듯 와서
어쩔거나
화산 분화구 같은 곳에 빨려들듯 하면서
햇빛 속에 세상은 이리 허전하고
밑도 끝도 없이 묻히고 싶구나
멀리 바다에서는
바람과 함께
하얀 파도가
연방 밀려와서는
천년 전에도 했을
지겨운 반복을 귀찬지도 않은지
허무를 향해 부지런히 하고 있고
아, 가까이 유채꽃은
눈니 모자라게 흐드러지게 피어
이승의 마지막처럼 눈부신데
사람은 한번
지독하게 사랑을 한들
반드시 끝장이 있는 사실을
곰곰이 새로 느끼며
파도의 염원을 멍청히 보고 앉았네.
점심 후에는 거의 하산하는 게 일반적 관례인데, 오늘은 오르막 내리막이 몇 차례 반복되다가 본격적 하산이 이루어졌다. 그저 뒷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시작한 산행에서 우리의 삶에서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문득 깨닫게 해준 것 같다.
하산하는 길에 임용복 산우가 보이지 않는다. 몇몇 산우가 아마 임무를 수행 중 일거라고 한다. 어차피 그 세분의 여인들은 우리와 함께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아마 그 분들과 '정중한 이별을 고하고 뒤따라오리라'고 짐작하였다.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 임수석은 예의바르게 그분들에게 정중하게 고맙다는 인사와 우리가 가야할 곳이 다름을 설명하고 오느라 조금 늦었노라 말한다. 항상 여유를 보이는 임수석이 더욱 멋진 사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하는 길에 누군가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했는데, 검열을 통과할 자신이 없어 그 중 한대목만 옮겨 적는다. 아마 고려산 진달래를 구경한 시산회원은 그 뜻을 짐작하리라 믿는다. '언젠가 불 켜고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붉게 물들어 있더라.' 이 말속에 숨겨진 뜻이 궁금한 산우는 차후에 158회 고려산 증인들에게 정중하게 물어 보시길 바란다.
하산하는 길에 길옆에 흐드러진 진달래 숲이 정상에서 감상하였던 그 모습과 사뭇 달랐다. 이것을 못 보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그러나 일부 중간에서 차를 타고 하산한 8명의 산우들은 보지 못하였으리라. 좀 더 걸어온 다섯 산우에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남자들만의 세상을 실컷 논하다보니 어느덧 김포어촌계가 운영하는 대명항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강화까지 오는 동안 좁은 의자에 한쪽 엉덩이만 걸치고 서로 살과 살이 부딪치는 고통을 상기하면서 상경하는 길에는 대형과 소형을 적절하게 안배하려는 자율적 조정이 이루어졌다.
집행부에서는 어시장으로 회를 사러간다. 4kg짜리 농어와 광어를 거구의 삼환과 원무가 둘이 쌀자루에 담아 오는 것을 보니 오늘은 회로 포식하겠다는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돈다. 무게가 4kg이라면 노량진이나 가락동 수산물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다.
성실한 염재홍 산우는 끝까지 회를 뜨는 곳에서 기다리고... 아무튼 농어와 광어회로 실컷 배를 불리고, 남는 회로 회덮밥을 만들어 매운탕을 곁들여 먹으니 한동안은 회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다.
등산도 여행인지라 반가운 사람과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의 많은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열심히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 정상까지 소주병을 배낭에 넣고 올라온 입심 좋은 여인네, 아내인지 애인인지 모르지만, 마주앉은 여인과 싸움질하는 술이 취해 인사불성인 어느 사나이까지 그들 모두가 지구촌 가족이며, 가깝게는 한반도에 함께 숨쉬는 한국인이다.
그렇게 하루의 즐거운 산행도 당산역 그 자리로 돌아와 이제 다시 각자의 품으로 돌아간다. 대명항에서 바다안개가 끼여 수평선으로 지는 해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해는 또 어김없이 내일도 떠오른다.
정다운 친구들아! 내일의 해가 다시 솟듯이 다음 산행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의 만남이 보다 길게 반복되기를 기원해 본다. 굳바이!
2011년 4월 29일 남기인 씀.
- 강화군('고려산' 주변) 안내도 -
- 축제기간이라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들머리인 국화2리 마을에서...) -
- 청련사 옆(뒷편에 뒤늦은 모란꽃이 활짝 피어있었다.)에서 잠시 휴식을... -
- 등산로는 적당한 경사로와 흙길로써 걷기에는 아주 좋았다 -
- 등산로 주위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산객들을 맞이 해 주었다 -
- 능선의 등산로 옆 넓다란 평지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막걸리 한 잔씩... -
- 정상까지는 400 m 밖에 남지 않았다(백련사에서 올라오는 길은 200 m로 가까웠음) -
- 축제를 대비해서 인지 등산로를 나무계단으로 잘 시설해 놓았다 -
- 생강나무꽃은 활짝 피어있는데, 진달래는 이제사 꽃망울을... -
- 정상 가까이에 강화도 특산물과 시골의 소박한 맛을 담은 친환경 먹을거리를... -
- 시기가 이른지? 진달래군락이 많은 산 아래에는 아직 붉게 물들여지지가 않았다... -
- '고려산' 정상에서 진달래꽃 군락이 있는 곳으로 나무계단으로 산책로를 시설해 놓았다. -
- 정상 헬기장에서 술(막걸리 등) 한 잔과 함께 점심식사를... -
- 임 수석은 삼환 산우가 가지고 온 복분자 술을 산우들께 한 잔씩 돌리고 있다(기를 살리자) -
- 오늘은 막걸리도 가지가지(강화도 인삼막걸리, 생막걸리, 국순당쌀, 서울장수막걸리 등)... -
- 오늘의 동반시('허무를 향해'/박재삼)는 산행기를 쓰기로 한 남 원장님이 낭독하였다... -
- 점심식사 후 정상(헬기장)에서 하산 전에 단체 증명사진을 (웃는 모습들이 행복해 보임)... -
- 하산은 나무계단을 따라 진달래군락이 있는 적석사 방향으로... -
-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강화8경' 중의 하나로 낙조가 아름답다는 '낙조대'이다... -
- 나무계단 근처에 조금 빨리 개화한 진달래꽃무리... -
- 일부 피어있는 진달래꽃군락과 고려산 정상(미군부대)을 배경으로... -
- 진달래꽃 마냥 인상이 상큼한 고갑무와 남기인 산우... -
- 뒷편 아스라히 보이는 전망대에서 산허리를 돌아 정상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이 곳까지 왔다. -
- 산책로 전망대 옆에 활짝 피어있는 진달래꽃무리... -
- 활짝핀 진달래꽃과 함께 산 아래의 조망이 무척 아름다웠다... -
- 진달래꽃 산책로 전망대에서... -
- 진달래꽃 전망대를 뒤로 하면서... -
- 진달래꽃과 함께 (역시 꽃은 마음을 활짝 밝게 해 주는가 보다)... -
- 강화 고천리 고인돌군(전북 고창 고인돌군과 함께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
- 저 멀리 뒷편 산 정상이 점심식사를 하던 곳(고려산 정상)이다... -
- 이제 '낙조봉'까지가 500 m 남아 있다... -
- '적석사'로 내려가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
- 산우들중 8명은 '낙조봉'까지 다녀왔다 (이 곳에서 낙조를 보았으면 좋았을걸...) -
- 오늘 산행의 마지막 정점 '적석사' 앞에서... -
- 날머리에서 바라본 오늘 산행 한 '고려산' 산 능선... -
- 뒷풀이를 위해 대명포구에 들러 큼직한 광어와 농어를 샀다(뒷풀이 장소 - '대명횟집'). -
- 싱싱한 회를 안주로 쏘주와 맥주를 푸짐하게 마셨다... -
- 식사는 먹다 남은 회로 즉석 회덮밥을 만들고 얼큰한 매운탕으로... -
- 조금 늦어 아름다운 '낙조' 전경을 놓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