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홍숙
정월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으로 음력 1월 15일이다. 옛날에는 설날, 추석과 같이 대표적인 우리나라 명절의 하나였다. 정월대보름은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 불릴 정도로 설날만큼 큰 명절로 여겼다. 일반 세시풍속에서는 달의 비중이 컸다. 도교적인 영향으로 큰 보름달은 어둠, 질병, 액을 물리친다고 여겼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이 되면 달에 대표적인 상징적인 날로 여겨 복을 기원하고 농사에 풍요를 바랐다. 정월대보름날에는 약밥·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었고 더위팔기, 다리 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탈놀이 등 다양한 행사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시장이나 마트에 부럼(호두, 땅콩), 묵은 나물, 오곡이 진열된 모습을 보곤 한다.
정월대보름 행사는 도농복합도시인 시흥에서 전통문화와 옛 시골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갯골생태공원에서 했던 정월대보름 행사로는 달집태우기, 달빛걷기, 쥐불놀이가 대표적이다. 시흥시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는 AI로 취소되기 2017년 전까지 매년마다 갯골생태공원에서 있었다. 그래서 가까운 장곡동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정월대보름 행사가 갯골생태공원에서 이어지지가 않고 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달집태우기! 2016년 정월대보름에 갯골생태공원에서 제대로 된 달집태우기 행사를 볼 수 있었다. 중앙에 성인키에 세 배가 될 정도로 큰 달집을 만들었다. 모인 많은 사람들이 긴 종이에 각자 바라는 소원들을 적은 뒤 커다란 달집에 매달았다. 시루떡을 올려놓고 제를 올렸다. 제 의식이 끝나고 달집을 태우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달집에 사람들은 두 손을 모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가득 찬 보름달의 기운을 받아 솟아오르는 붉은 달집으로 굽이치는 소원들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달집태우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가득 담아 각자 복을 기원했다.
달집태우기와 쥐불놀이가 끝나면 달빛걷기가 있었다. 둥근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밝은 밤에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갯골생태공원을 가로질러 달빛걷기를 하였다. 달빛, 갈대, 어둠이 어우러져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어두운 길을 오로지 달빛에 의지해 걸었다. 갯골 바람과 함께 스쳐지나가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긴 여정이었다. 유난히도 밝은 보름달이 길가에 가로등처럼 환하게 비춰주었다. 달빛걷기는 힘이 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돈독해지게 했다.
쥐불놀이는 정월대보름 행사 중 가장 인기가 많았다. 쥐불놀이를 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모인 사람들은 적극적이었다. 장곡동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한 시간 전부터 미리 기다리며 길게 늘어선 줄에 힘듦도 없이 어른이나 아이들의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드디어 달집태우기가 끝나면 구멍을 뚫어 만든 후 긴 철사 줄을 매단 깡통을 하나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깡통 안에 나무막대에 불을 지폈다. 불이 꺼지지 않고 잘 타오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여기저기에서 깡통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면 깡통 안은 송송 뚫린 곳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타닥타닥 더 활활 타올랐다. 큰 원을 그리며 쌩쌩 돌렸다. 밤이라 점점 더 어두워졌지만 주변은 오히려 화려한 빛을 내며 또렷해졌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깜깜한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신 나는 쥐불놀이였다.
정월대보름 행사가 장곡동 가까이에 늘 있었는데 막상 없어지니 아쉬움이 크다. 2017년부터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리는지 유난히 궁금해진다. 매년마다 관계자한테 묻게 된다. 두 딸들은 2016년 정월대보름에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한 기억을 생생하게 말한다. 요즘 시대에 아이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1년에 한 번 정월대보름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살아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정서적인 교감! 해마다 오는 정월대보름 날에 문득 아이들에게 정월대보름의 추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에 마중물이 된다.
갯골생태공원에서 2016년 정월대보름 행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