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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단석산지구
경주 단석산 정상의 단석
경주에 위치한 산들은 신화 같은 역사적 이야기들을 하나씩은 다 갖고 있다. 경주 어디를 가든 사적지요 공원인 것처럼 단석단도 문화재와 전설을 간직한 국립공원이다. 산 이름에 드러난 것과 같이 칼로 베어진 듯한 바위가 있고 김유신 장군의 수도 이야기와 바둑을 두던 신선들의 전설이 서려 있다.
단석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네갈레로 구분된다. 일반 등산객들의 걸음으로 1시간에서 3시간반까지 다양한 코스다. 등산 시간은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왕복시간은 어떤 코스를 택할 지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코스가 신선사로 오르는 길이다. 국보 199호로 지정된 신선사 마애불상군을 만나볼 수 있는 길이어서 추천할 만 하다. 이 길은 가을이면 산행을 하면서 알밤 줍는 재미가 쏠쏠한 코스다. 그러나 경사가 급해 코가 땅에 닿을 듯한 어려움도 있다.
단석산은 경주 부근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해발 827m, 거의 1천 고지에 육박해 정상에 서면 시원한 조망권으로 가슴이 확 트인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라 해도 짧은 거리에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있는 신선사 코스가 흥미진진하고 힐링하기에 좋다.
◆단석산 오르는 길
단석산 정상에서 보는 풍경
단석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크게 네 갈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매시간 무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에 따라 삶의 방향과 질이 달라진다. 단석산 오르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에 따라 험난한 길과 편안하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정도가 차이나게 된다. 한꺼번에 다 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일상사와 같다. 선택하면서 포기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세상이 정한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등산 코스를 더듬으면서 또 경험한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잠시 고민하는 것은 이해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가 된다.
-감산리 당고개휴게소에서 단석산 정상으로 올랐다가 반대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아 백석암을 지나 백석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단석산행에서는 가장 긴 코스다. 단석산을 종단하는 7.1㎞ 거리로 보통 사람들의 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도 4시간은 잡아야 된다. 정상에서 도시락이라도 먹고, 산행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 함께 천천히 쉬어가면서 걷는다면 6시간 정도 계산하고 출발해야 되는 코스다. 봄이라면 철쭉과 진달래 군락, 참나무와 다양한 수종의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가장 많이 즐길 수 있다.
-OK수련원에서 단석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편안한 길이다. 산에 익숙한 등산객이라면 오르는데 1시간30분이면 된다. 그러나 초보자와 동행한다면 2시간도 넉넉하지는 않다. 왕복 4시간 코스로 계산하면 도시락을 챙기고 정상주를 즐기는 시간도 되겠다. 갈림길도 없는 비교적 단순한 코스로 중간쯤에서 삼거리가 나오지만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길 잃을 염려도 없다.
-천주암에서 단석산으로 오르는 길도 거리가 만만치 않다. 3.3㎞ 산길이다. 왕복하면서 이곳저곳 풍경이라도 감상하는 거리를 계산하면 7㎞는 넉넉히 걸어야 된다. 편안하게 산행하려면 5시간 코스로 계산하는 것이 일정에 무리가 없다. 이 코스에는 수리바위, 눈바위, 불선바위 등의 단석산이 자랑하는 이색적인 바위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단석사로 불리다 신선사로 다시 고쳐 불리는 사찰이 있는 코스가 단석산의 유래와 전설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산행길로 추천된다. 걸음이 부담스런 초보라면 신선사까지 차량으로 진입해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신선사까지 오르는 길은 워낙 경사가 심해 승용차는 어렵다. 신선사 초입의 오덕선원이나 국립공원안내센터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이 좋다. 왕복 5㎞ 정도 짧은 코스라 3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신선사에 참배하고, 국보 마애불상을 감상하는 시간, 김유신 장군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등을 계산한다면 이 코스도 4~5시간 정도로 계산하는 것이 편안하다.
단석산 코바위
코스마다 특색이 있지만 대부분 봄, 여름, 가을이 풍성한 편으로 진달래와 철쭉,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 특이한 바위와 어울리는 빼어난 경치와 전망이 좋아 등산코스로 좋다. 특히 김유신 장군과 화랑의 이야기를 비롯한 전설이 얽힌 사적지라 힐링하기 좋은 산이다.
◆급경사 산길에서 낭만 찾기
낙엽 덮힌 단석산 등산로
건천읍사무소에서 건천IC 방향으로 운전해 곧바로 산내면 방향으로 직진한다. 고갯길로 접어들어 조금만 운전하면 왼쪽으로 진입하는 ‘단석산 마애불’ 안내표지판이 있다. 표지판을 잘 살펴 진입하면 외길이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곧 마을이 나타나고 높은 불상과 함께 ‘오덕선원’이라는 사찰 냄새 진하게 풍기는 건물들이 나타난다. 길게 계곡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우중골이라 불리는 깊은 계곡이다. 오덕선원을 지나면서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국립공원안내센터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가파른 길을 시작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가을이라면 길을 걸으면서도 알밤을 주워 깨물어가며 등산하는 재미도 있다.
국립공원 단석산 안내간판이 있는 곳에서부터는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여름 폭우가 내린 다음이라면 오른쪽 우중골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같은 우렁우렁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평소에도 계곡이 깊어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지로 딱이다. 계곡의 풍치는 여느 계곡에 못지않다. 머루나무와 다래덩굴이 우거져 있고, 여름 열매의 달콤한 과즙도 맛볼 수 있다. 깊은 산도 아니면서 어릴 때 맛보았던 추억까지 덤으로 건질 수 있어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계곡을 따라 올라갈 수도 있지만 돌이 험하다. 계곡 옆으로 좁게 개설된 도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하늘길이라도 되는 양 쉽게 지치게 할 정도로 급경사다.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은 길이다. 다행스런 것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반시간 정도의 느린 걸음으로 피안에 들 수 있는 신선사 대웅전을 마주할 수 있다. 김유신 장군이 도를 득해 보검으로 바위를 갈라 단석산으로 불리는 산이름을 따라 단석사로 불렸다. 신선들의 바둑을 구경하다 집에 돌아오니 부인의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린 50년이란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고 해서 붙여진 본래 신선사로 다시 고쳐 부르는 절이다.
단석산 신선사 대웅전
신선사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100m 떨어진 곳에 마애불상군이 새겨진 큰 바위가 있다. 불상군 바위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단풍나무가 사방으로 널려 있다. 가을이면 선홍색 단풍이 햇빛에 번뜩이는 휘황찬란한 빛의 환희를 경험할 수 있다. 겨울로 접어드는 12월에도 단풍잎은 본래의 색에서 약간 바랜 채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지 않고 있어 아쉬운대로 단풍 멋을 즐기게 한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것은 힘에 부친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선문답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리 정 깊은 사람과 오르는 길이어도 말을 아껴야 할 때다. 급경사길을 오르면서 말을 한다는 것은 쉽게 지치게 한다.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를 크게 소모시키는 일인지 등산을 하면서 말을 해보면 실감하게 된다. 겹겹이 외투를 껴입게 하는 계절이어도 중턱쯤 오르면 등에서부터 땀이 흐른다. 운동이 몸을 뜨겁게 한다. 피가 데워진 채로 전신을 빠르게 돌면서 에너지를 분출시킨다.
중턱에 이를 때쯤 코바위가 나타난다. 하늘로 고개를 들면 고바우 영감 모습 그대로 어두운 바위색의 얼굴이 드러난다. 위로 올라가보면 서쪽에 그만한 바위가 하나 더 있어 쌍바위라 부른다. 대개 여기쯤에서 간식을 먹는다. 쉬어 갈 수 있는 제법 넓은 평지와 큰 바위가 편안함을 준다. 다시 정상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려면 충분한 재충전이 필요하다.
다시 출발하는 길은 낙엽으로 덮힌 푹신한 낭만길이다. 갈참나무와 떡갈나무 등의 활엽수들이 수북하게 길을 덮고 있다. 등산길에 쌓인 낙엽들이 무릎 절반까지 묻히게 한다. 낙엽으로 눈싸움이라도 한 판 해도 좋을 것 같다. 정상까지 계속해서 낙엽 쌓인 길이다. 가끔 흙이 보이는데 오히려 걷기에는 편하다. 내려올 때는 아주 조심해야 된다. 낙엽길은 그대로 썰매장이 된다. 다치기 쉽다. 경주소방서는 쌍바위 위에서부터 단석산 구조신고지점 일련번호를 기록한 안내표지판을 걸어두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이곳의 위치번호를 119로 신고하시고 이동하지 마십시오. 신속하게 구조하여 드리겠습니다’라며 친절하게 안내한다. 등산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단풍 든 단석산
굵고 가는 나뭇가지를 붙잡고 오르는 산길은 힘이 들지만 즐겁다.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시원한 피톤치드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머리를 시원하게 정화시켜주는 것 같다. 좁은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밝은 얼굴로 반갑게 인사한다. 마이크 앞에서 싸움질에 이골이 난 정치인들이 단석산을 오르면 반갑게 인사하지 않을까 싶은 객쩍은 생각을 해본다.
정상 300여m를 두고는 제법 평평한 길이 나온다. 단석산이 힘겹게 오른 산객에 베푸는 후한 인심처럼 느껴진다. 이곳에는 철쭉과 진달래가 지천이다. 늦봄에 오르면 진달래와 철쭉의 분홍색동 춤사위에 취하게 된다. 국립공원사무소는 정상부근의 진흙길에 부직포를 설치해 미끄럼을 방지한다. 친절한 손길이 감사하게 느껴져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억새군락을 지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방이 확 트여 경주시가지와 함께 선도산과 송화산, 토함산, 남산 금오봉과 고위봉이 한눈에 굽어 보인다. 단석산은 경주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827.2m.
‘단석산(斷石山)’이라고 청석에 하얗게 새겨진 글자가 유난하게 크게 보인다. 단석산 표지석 옆에 타원형 감자 모양의 승용차 크기의 바위가 가운데 쩍 갈라진 채로 등산객을 맞는다. 김유신 장군이 보검을 얻어 단칼에 베었다는 단석이다. 정상을 알리는 단석산 표지석보다 훌륭한 최고의 포토존으로 인기다. 어떤 이는 맨손으로 바위를 내려쳐 가르는 흉내를 내면서 사진을 찍는 연출로 웃음을 날리기도 한다.
◆신선사 마애불상군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북)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남)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동)
단석산 7부 능선에 국보 제199호로 지정된 신선사 마애불상군 문화재가 있다. 마애불상군은 4개의 바위가 ‘ㄷ’ 형태로 높게 바위벽을 형성하면서 지붕 없는 석굴을 이루고 있다. 옛날에는 상인암으로 불리었던 바위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바위굴 속에 불상을 새기고, 지붕을 덮어 석굴사원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한다.
동쪽 암벽에 보살상이 새겨져 있고, 남쪽과 북쪽 암벽에도 높이 10m 크기의 대형 불상이 새겨져 있다. 서쪽으로 입구가 틔어져 있어 지금도 출입구가 되고 있다. 북쪽의 또 다른 바위에는 규모가 작은 4구의 불상이 새겨져 있고 그 아래로 신라인들의 복식을 한 두 사람이 찻잔과 나뭇가지를 들고 걸어가는 이색적인 모습이 새겨져 있다. 석굴의 삼면에 새겨진 10구의 조각상 가운데 가장 먼저 새겨진 것으로 짐작된다.
삼면에 새겨진 대형 불상들은 얼굴이 못생기고 옷자락이 발목까지 내려온 모습 등의 조각수법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동쪽 바위면과 남쪽 바위의 조각상 사이 남쪽암벽에 세로로 19자씩 한문으로 써내려간 20행의 글자가 발견됐는데 이중 200자가 판독됐다. 신선사라는 절 이름과 석굴 조성에 참여한 보살계 제자 잠주(岑珠)라는 글자가 밝혀졌다. 학자들의 연구가 깊이 진행되면 석굴 조성경위를 포함해 역사 속에 묻힌 많은 사실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계절 단풍과 신록, 물소리 등등의 다양한 풍경과 역사를 웅변하는 단석과 마애불상군의 바위와 전설이 묻어나 힐링을 돕는 단석산 산행을 강추한다.
첫댓글 신선사 서쪽 암실에 새겨진 대형 불상들...
단칼에 베어진 청석의 단면
들을 보면서 오래 전의 부단한 집념의 힘을 생각해봅니다.
단석산 미륵님.보살님.공양상..너무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느라 찬찬히 맘껏 담고오질 못했는데 이리 다시 보니 좋으네요..
송선리 마애불보러 장군바위 쪽으로 헤매고 갔었던 8시간의 산행.. 그 길을 거쳐서 단석산 신선사로 가볼것을 맘에 품고만 있습니다.
저는 늘 궁금합니다..요소요소마다,골짝마다의 그 기가막힌 이름은 어느.언제. 지어지는 선후관계가 어찌되는지..
그렇군요....
힐링로드라는 제목으로 간단히 소개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궁금해 하시는 그러한 내용들을
자세하게는 싣지 못했네요. 깊이 있는 취재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일단 관심을 가지시도록
힐링자원을 안내하는 차원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더 자세한 정보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시일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매우감사히 삼국유사기행 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