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학회 회장 · 박 진 호
최근 출간된 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20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50년간 인구의 증가및 신흥경제국들의 출현에 의한 글로벌 GDP 증가에 따라 1차 에너지 수요가 약 7배 정도 증가하였고, 이와 비례하여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대폭 증가하였다. 2020년에 모든 인류가 큰 희생을 치르면서 경험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COVID-19 팬데믹에 의한 경제위축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8% 정도 감소할 전망이나(<그림 1>), 이는 매우 단기적 현상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 추세는 원래의 상승궤도를 따라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참고로 인류의 에너지 생산과 이동, 그리고 에너지소비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적으로 전체 배출량의 약 67%를 차지한다고 한다.
1992년 리우 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역사적인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었고 그 결과 UN산하 국제기구인 UNFCCC가 창립되어 주기적으로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가 개최되고 있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있어 한 획을 그었던 COP3 회의에서는 교토협정이 체결되어 감축의무화라는 개념과 청정개발체제(CDM)가 도입된 바 있다. 이후 온실가스 감축에 의한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가장 구체적인 방향의 제시와 거의 모든 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 낸것은 COP21 회의(2015년)에서 체결된 파리협정으로서, 국제사회는 이른바 ‘신기후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신기후체제 하에서의 국제사회는 큰 틀에서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을 표방하고(지구 온도의 상승을 1.5 ℃ 이하로 관리) 회원국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 왔다. 그 결과, 초기에는 다소 미온적이던 국가들도 이어지는 자연재해와 날로 악화하는 지구생태계의 변화에 직면하여 최근 탄소중립에 동참하는 선언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고, 현재까지 한국을 포함한 120여 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거나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 함은 위 <그림 2>에 나타났듯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대기로부터 제거되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아짐을 의미한다. 지구생태계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약 350 ppm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87년에 이미 이농도를 초과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이후 <그림 1>의 상승곡선을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연간 배출되고 있는 세계의 온실가스 총량은 2019년 말 기준 약 350억 톤이고 이미 운전 중이고 현재 건설 중인 시설에 의해 예상되는 향후 누적치는 최대 7500억 톤에 이를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는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0년에 고통 속에 감축한 8% 정도의 감축을 2050년까지 매년 달성해야 가능하다는 계산이니 2050 탄소중립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그 숫자가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통계(2019년 말 기준)에 의하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87%가 에너지 생산 및 소비 활동에서 초래되고 있고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더 나아가 탄소중립의 달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에너지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자발적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는 2017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24.4%를 감축하겠다는 것으로 절대량으로는 최대 예측치 대비 약 3억 톤에 이르는 막대한 감축양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거기로부터 약 5억 톤(총 8억 톤) 이상을 더 줄여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남한) 국토의 가용한 면적에 모두 나무를 심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4천만 톤정도에 불과하니 감축량의 규모는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제시되고 있는 감축 방안들을 그룹핑해 보면 ‘OECD’로 요약할 수 있다.
‘O’는 ‘Optimize’의 약자로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 및 에너지 효율의 극대화에 의한 소비 절감 및 수요관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E’는 ‘Electrify’의 약자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열이나 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에 필요한 전기는 청정 전력원(태양광, 풍력, 바이오, 원자력 등)으로부터 얻는 것을 의미하며, ‘C’는 ‘Capture’의 약자로서 그래도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여 저장하거나 재사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끝으로 ‘D’는 ‘Decarbonize’의 약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공정과 장치들을 탈탄소 공정이나 장치로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OECD’는 에너지 소비의 주요 부문인 산업, 건물, 수송 그리고 발전 부문에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고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만 하는 것인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성 있는 기술적 해결책은 ‘신OECD’ 전 분야에서 모두 가지고 있는가? 없다면 무엇을 더 개발하고 혁신해야 하는가? 기술 기반의 탄소중립 구현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이제 우리 과학기술계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이제까지 국제사회는 주로 ‘에너지전환’이라는 키워드 아래 ‘O’와 ‘E’의 구현에 집중해 왔고 그 결과 고효율 기기나 장치의 개발, 공정 최적화, 수요관리 솔루션 및 시장 메카니즘 도입에 의한 수요관리의 에너지원화 등의 성과와 함께 풍력,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청정전력의 확대에 많은 투자를 집중하여 성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C’는 대형 실증연구를 못 하는 단계이고 특히 ‘D’는 산업공정을 모두 바꿔야 하는 부담이 있고 개발도 매우 더딘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O’와 ‘E’의 확대 노력에 더하여 실제 사용 가능한 ‘C’ 기술의 개발과 산업공정의 탈탄소화에 노력할 때이다.
필자 소개
University of Florida 화학공학 박사(1992)
現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2021~현재)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 에너지위원회 위원장(2019∼2020)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에너지산업MD(2016~2019)
한국태양광발전학회장(2017)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지식경제R&D 태양광PD(2011-2013)